너의 꿈이 달의 행로와 비슷한 회전을 하더라도

by 영희

지루한 하루였다.

멍 하니 앉아있다가

문득 일어나 집 앞을 한 바퀴 돌고 돌아와서

티브이를 틀어놓고 빨래를 개었다.

티브이 소리가 지루해서

책을 펼쳤다가 닫는다.


샌드위치 하나를 입에 넣고

청소기를 돌렸다.


지루하다.

이 지루함이 주는 나른한 하루가 너무 좋다.

아무도 내게 뭐라 하지 않고

나 조차도 나를 그렇게 둔다.


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않는다.



한없이 풀어지는 피곤한 마음에도
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
너의 꿈이 달의 행로와 비슷한 회전을 하더라도
개가 울고 종이 들리고
기적소리가 과연 슬프다 하더라도
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
서둘지 말라 나의 빛이여
오오 인생이여

-김수영 시인의 봄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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