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은 통장을 스쳐간다지.
그만큼 남는 돈이 없다.
매월 빠듯했다.
올 초 해외한달살이를 하면서
그때 하루하루 충만함을 느끼면서
이쁜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었던 내 밥벌이에
비로소 감사하게 되었다.
아, 돈을 버니 이렇게도 사는구나.
돈 버는 건 감사할 일이었구나.
생각해보면 나는 20살이 되고부터는
과외, 치킨집서빙, 학원강사, 학교식당 등 아르바이트로 시작해서
졸업 후 직장에 들어가서
알바는 아무것도 아니었구나 생각하며
어떤 날은 겨우 일을 꾸역꾸역 해내고
어떤 날은 사람에, 내 생각에 질질 끌려다니던 날을 지나
결국 내 앞에 일 안 하는 일 년이 왔다.
뭐 누구는 주식대박이 나서, 누구는 타고난 금수저라
이런 나의 생각이 그들에겐 어떨지 몰라도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다.
그건 그냥 남의 삶이다.
나에게 중요한 건 나에게 주어진,
내가 살아가는 이 삶이다.
생각해 보면.
내가 돈을 벌어
아들들의 학원비를 대었을 때
성적이 잘 나오면 돈 버는 이유가 되겠지만
……그 결과는 내 몫이 아니다.
내가 돈을 벌어
옷을 사서 이쁘게 입었을 때
그 결과로 만족하면 보람이 있겠지만
사실 그런 적은 많이 없었다.
우리 가족이 같이 식탁에 앉아 맛있는 걸 먹는 건
분명 그 일부는 밥벌이의 결과임에도
나는 충분히 감사하지 못했던 것 같다.
생각의 순서가 바뀌었거나
남의 삶과 비교했기 때문이었을까.
월급의 일부를 매월 자동이체를 걸어
기부를 하고 보람을 느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카드결제 청구와 다를 바가 없이 느껴지기도 했다.
이건 밥벌이를 대하는 내 태도의 문제인가.
돈을 숫자가 아닌 돈 쓰임의 실체로 대하지 못한 게 아닌가 반성도 해 본다.
내가 돈을 벌어
단지 월급 받아 한 달 생활을 유지하는 것 외에
어떻게 하면 돈 버는 행복을 느낄까.
밥벌이는 계속되고
스트레스는 내 어깨 위에 있겠지만
그 결과로 나의 평범한 삶이 유지된다면 그건 정말 감사한 일이다.
그래도
작지만 명확한 이유하나.
나는
앞으로의 밥벌이를 위해
그것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20년이 다 된 이제야 든다.
일에 끌려다니지 않고
사람들과의 관계에 매몰되지 않을,
내 월급의 일부를 기꺼이 내어놓아
평범한 밥벌이를 웃게 해 줄 반짝이는 빛 하나
그것이 나만을 위한 것이든, 가족을 위한 것이든, 나라를 위하는 것이든, 지구를 위하는 것이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