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바람결, 아련한 그 냄새

우리 엄마 더덕구이

by 선지혜

더덕 철이 오면, 난 하루가 멀다고 더덕을 팬다.

그때, 그 바람과 그 향기, 그리고 아버지의 얼굴.

난 더덕이 그렇게 좋다.


더덕을 패다가,

나만 먹기 아까운 이 맛을

아이들과 함께 하고 싶어졌다.

어른 맛이라고 싫어할 것 같을 땐,

내 최고 무기 ‘해봐


“친구들 ~ 더덕패기 시간이에요~~”

“너무 세면 부서지고, 약하면 안 펴져.

이렇게, 톡톡 두드려야 해.”


처음엔 주춤하더니 금세 놀이 모드다. 쿵쿵 , 쾅쾅.

꽤 잘하는가 싶던 아이가 갑자기 소리쳤다.

엄마! 큰일 났어! 어떡해?!”

더덕이 잘렸다.

놀란 토끼눈이 귀여워 웃음이 난다.

“괜찮아. 그냥 먹어버려! 생으로도 먹는 거야 “

아이는 조심스레 한 조각을 입에 넣고

오물오물, 고개를 갸우뚱, 인상을 뜨는 듯 아닌 듯.

고든램지 세요?


그래도 생각보다는 괜찮은가 보다.

작정하고 집어먹으며 홍두깨 춤을 추는 아이.

툭툭. 톡. 리듬을 타며 속도를 냈다.

그렇게 잘 펴진, 그리고 잘 잘린 더덕을 굽자

내가 만든 더덕구이, 진짜 맛있겠다!

군침을 흘린다.

매콤, 향긋 집안 가득.

얼른 맛을 본 아이가 노래를 불렀다.

“우리 ~ 엄마 더덕구이~ 맛있어용~ “

기분이 꽤 좋아 보인다. 밥 한 그릇 뚝딱이다.

나도 기분이 꽤 좋다.


살다 보면 문득

익숙한 바람결, 아련한 그 냄새가

나를 그때로 데려다 놓을 때가 있다.

난 그런 기억을 남겨주는 엄마가 되고 싶다.


지금도 식탁에 더덕이 오르면 그 노래가 흐른다.

“우리~ 엄마 더덕구이~ 맛있어용~”

그날 우리의 식탁 위엔

노래와 향기와 미소, 그리고

잊히지 않는 행복이 함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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