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딸이냐? 필요도 없는 게 나왔어!”
매서운 눈보라가 마당을 휘몰아치던 날, 막 탯줄을 자른 갓난아기가 눈밭 위에 내던져졌다. 아기의 까랑한 울음은 소복이 쌓인 눈 위로 스몄다.
“안 돼!” 그때, 명심이 달려 나와 작은 두 팔로 아기를 끌어안았다. 여섯 살 명심의 체온이, 눈 위에 놓였던 애경의 등을 천천히 덮었다.
부모님은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났다. 벽에 걸린 영정사진으로만 만날 수 있었다. 그 사진은 언제나 애경을 내려다보고 있었지만, 그들의 빈자리는 공기처럼 늘 소녀의 곁을 맴돌았다.
“이놈의 고무신, 왜 이렇게 닳질 않아! 새 신 신고 싶단 말이야.”
설이 다가올수록 애경의 마음은 조급해졌다. 언니 오빠가 볼세라 몰래 숨어 돌바닥에 고무신을 벅벅 긁어댔다. 기어코 구멍을 내고 새 고무신을 얻었지만, 정작 새 신은 보자기에 고이 싸 두고는 다시 낡은 신을 신은 채 학교로 향하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애경의 앞에 눈이 휘둥그레질 만큼의 고봉밥이 놓였다.
“와! “
애경이 엉덩이를 들썩이며 한 숟갈 크게 뜨는 순간, 숟가락 끝에 딱딱한 무언가가 걸렸다. 간장종지였다.
“이게 뭐야! 왜, 나만 가짜밥이야! 나도 오빠처럼 많이 줘! “
애경은 금세 풀이 죽어 숟가락을 팽개쳤다.
“그만 울고 먹어. 내일은 진짜 고봉밥으로 줄 게. “
큰언니는 김치 한쪽을 길게 쭉 찢어 애경의 밥 위에 올렸다. 손등으로는 눈물로 범벅이 된 애경의 얼굴을 닦아냈다. 그리고는 애경의 등을 다독이며 숟가락을 다시 쥐여주었다.
양파 모종 심기가 한창이던 때였다. 큰오빠가 밭에서 주웠다며 커다란 항아리를 들고 마당을 들어섰다.
“애경아! 이것 봐라. 이것 팔아서 돈 받으면, 네 교복 사주마. 중학교 보내 줄게.”
“엽전이 뭔 돈이 된다고”
“값어치 좀 나갈 수도 있겠어. 서울 자주 가는 춘식이 삼촌한테 부탁하자. 갖다 팔면 돈이 좀 될 거여.”
그렇게 마당 한 구석에는 엽전이 가득한 항아리가 한참이나 자리를 차지했다. 그리고 그 항아리를 볼 때마다 애경은 큰오빠를 불렀다.
“춘식이 삼촌 언제 서울 간대요? 나 얼른 교복 맞춰야 되는데.”
며칠 뒤 춘식이 삼촌이 엽전을 차에 싣고 서울로 떠났고 애경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삼촌! 꼭 잘 팔아 오세요! 저, 중학교 가야 돼요!”
설렘으로 몇 날을 뒤척이던 애경. 그러나 돌아온 삼촌의 손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애경은 문갑 속 소중하게 모아둔 상장들을 꺼내 보았다. 군 육상대회 금상. 도 육상대회 동상.
“엄마가 있었으면, 육상선수 할 수 있었을 텐데.”
애경은 그 상장들을 접어 아궁이에 몽땅 집어넣었다. 그렇게 트랙 위를 신나게 달리던 두 다리는 갈 곳을 잃고 밭두렁을 뛰어야 했다.
이전 강의 과제를 통해 연습했던
간결한 show 중심 문장으로
기존 글을 다듬어 보았습니다.
여러 글을 읽고, 과제를 수행하며
강렬한 도입부가 독자를 끌어당기는 힘을
깊이 깨달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