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에 뭉치가 무지개다리를 건넜고, 목요일에 화장을 했다. 이틀 후 토요일 아침이었다. 나는 보일러실에서 사료를 챙기는 중이었다.
길냥이 예쁜이와 새끼냥 '살구, 자두, 앵두' 삼 남매는 보일러실을 좋아한다. 요즘 '살구, 자두, 앵두'는 보일러실 안에 있는 고양이집에 들어가 있는 경우가 많았다. 대개 내가 들어가면 '후다닥'하고 모두 구석으로 숨어버리는데, 그날은 이상하게도 자두가 집 안에 그대로 있다. 생각해보니 어제도 그랬던 것도 같다. 이상하다 싶어 쳐다보니 옆에 살구도 함께 있다. 그런데 살구가 전혀 미동이 없다. 자세히 살펴보니 살구가 죽었다. 충격이 컸다. 뭉치가 죽은 지 삼일밖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더 그랬다. 아, 이런 일이 생기다니. 살구를 묻어주려면 집 안에서 꺼내야 했는데 자두가 그 자리에서 꼼짝도 안 한다. 신기한 일이다. 그동안은 나만 보면 줄행랑이었는데. 죽은 살구를 끝까지 지켜주려고 했던 것일까. 결국 손으로 들어 자두를 꺼내고, 살구를 마당 한편에 묻어주었다.
살구는 갑자기 왜 죽은 걸까. 그 이후에 자두를 지켜보니 설사를 하는데 설사가 예사롭지 않다. 범백 같은 전염병이라도 걸린 걸까. 그렇다면 다른 새끼 냥이들은 어찌 되는 걸까. 태희네 가족에게도 옮지 않았을까. 우리 하늘이도 병에 걸린 게 아닐까. 순간 눈앞이 하얘졌다.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범백은 치사율이 높은 병이다. 특히 새끼 냥이가 걸렸을 경우 치명적이다. 내가 지금 자두를 병원에 데리고 간다고 해도, 죽을 확률이 높다. 뭉치를 보낸 지 삼일밖에 되지 않았다. 아이를 떠나보면서 돈걱정을 한다는 것이 씁쓸하지만, 내겐 뒷마당의 길냥이들까지 병원에 입원시킬 여력이 없다. 자두가 너무 안쓰러웠지만 나는 애써 모른 척할 수밖에 없었다.
그다음 날 아침에 떨리는 마음으로 보일러실에 가봤다. 걱정한 대로 하루 만에 자두가 보일러실에 죽어있다. 정말 신비한 것은, 이번에는 앵두가 자두 곁을 지키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앵두도 같았다. 나를 보고도 피하지 않아서, 결국 자두를 묻어주기 위해 앵두를 손으로 들어 옮겨야 했다. 자두 곁을 이번에는 앵두가 지켜주고 있었던 셈이다. 자두는 살구 곁에 묻어주었다. 내일이면 아마도 앵두가 주검이 되어 발견될 확률이 높다. 망연자실했지만, 독하게 마음을 먹어본다. 내 새끼도 못 지킨 마당에 이건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일이라고.
앵두는 그 이후 오랫동안 눈에 띄질 않는다. 죽었을 확률이 높다. 아마도 내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죽었으리라. 자두, 앵두, 살구 삼 남매가 그렇게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아이 잃은 예쁜이만이 여전히 우리 집 뒤뜰에서 지내는 중이다. 살구와 자두를 묻어주며 나는 많이 울었다. 병원에 데려가지 않은 죄책감, 길냥이로 태어나 짧은 생을 살다 간 아이들에 대한 안쓰러움에 뭉치를 잃은 지 얼마 안 되는 비통함이 더해져 슬픔은 배가 되었다.
태희 냥 새끼 6마리에 예쁜이냥 새끼 3마리까지 갑자기 늘어난 길냥이 식구에 툴툴거리긴 했어도, 나는 이 아이들 모습을 보는 일이 내내 흐뭇하고 또 행복했다. 얘들이 모두 커서 늠름한 어른 냥이가 되는 걸 보고 싶었다. 어릴 때부터 본 알콩이가 의젓한 어른이 되어 나를 흐뭇하게 했던 것처럼 자두, 앵두, 살구도 막연하게 그럴 줄 알았다. 나이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채 3개월도 되지 않은 짧은 생을 살고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길에서 태어나 길에서 죽어가는 것이 수많은 길냥이들의 험난한 인생길이다. 어느 누구도 알지 못하는, 누구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존재가 길냥이다. 살구, 자두, 앵두 삼 남매는 너무너무 예뻤다. 생김새도 예뻤지만 함께 있는 모습 자체가 예뻤다. 특히 자두와 앵두는 늘 둘이 함께 붙어 있었는데 그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이 삼 남매는 죽음 앞에서도 빛나는 우애를 보여주었다. 무지개다리를 건너는 살구를 자두가 지켜주었고, 자두를 앵두가 지켜주었다. 마지막으로 무지개다리를 건넌 앵두 곁은 엄마 예쁜이가 지켜줬으리라고 믿고 싶다. 누가 이들을 하찮은 미물이라고 폄하하는가. 누구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길냥이들이지만, 못난 인간보다 훨씬 의리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죽음 앞에서 이들의 존재는 더 빛이 났다.
살구, 자두, 앵두 삼 남매는 어쩌면 우리 뭉치 마지막 여행길에 외롭지 말라고 함께 길을 떠나 주었나 보다. 너무너무 예뻤던, 마음은 더 예뻤던 이들 삼 남매를 나는 잊지 않고 영원히 기억할 것이다.
자두, 앵두, 살구야~ 무지개다리 건너에서는 행복하렴. 다음 생에는 꼭 사람으로 태어나거라. 아줌마는 고양이로 태어날게. 우리 다시 꼭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