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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의 깃털 Feb 01. 2019

아기 고양이 하늘이의 성장일기

아기 고양이 하늘이의 성장일기

뒷마당에서 처음 만났을 때 쥐콩만했던 하늘이는, 이제 제법 커서 어른 티가 난다. 


피골이 상접해 꼬죄죄하던 모습은 간데없고 오동통하고 윤기가 반지르르하다. 누가 봐도 이젠 집냥이스럽다. 얼마 전에는 드디어 땅콩도 털었다(?). 성인 문턱에 한층 더 다가선 셈이다(라고 우기고 싶다). 정확히 작년 9월 10일에 하늘이가 '하늘에서' 뚝 떨어졌다. 4개월이 지났다. 4개월이 지난 지금, 처음에 다소 어색했던(?) 싸복이 남매와 하늘이는 이젠 제법 한 가족스러워졌다. 대, 중, 소 삼 남매가 함께 있는 거실 풍경이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었다. 하늘이가 씩씩하고 건강하게 자라서, 우애 좋은 삼 남매로 오래오래 함께했으면 좋겠다.   


거기가 뭐라고, 들어가서 뭐 하고 있는 거니 ㅋㅋ

놀다 지쳐 쉬고 있는 거야?

# 혼자서도 잘 노는 아가냥, 하늘이


뭉치는 혼자서 노는 걸 본 기억이 없다. 장난감을 가지고 놀아줘도, 몇 분 지나면 흥미를 잃곤 했다. 하늘이는 아직 어려서일까. 뭐, 그냥 눈앞에서 손가락만 흔들어줘도 아주 좋아 죽는다. 장난감도 엄청 좋아하는데, 일 많은 어멍은 별로 놀아줄 시간이 없다. 그런데 다행인 건, 하늘이는 혼자서도 흡사 미친 냥이(?)처럼 잘 논다는 것. 집안에 널려있는 아무 물건이든 '장난감화'해서 가지고 놀고, 혼자서 우다다다 뛰어다니면서 논다. 어떨 땐 자기 꼬리잡기 하면서 놀기도 하는데, 하늘이의 이런 모습을 지켜보는 게 웬만한 예능 프로그램 보는 것보다 훨씬 더 재밌다. 


밥상머리 지킴이 하늘이

# 우리 하늘이가 달라졌어요


혼자 밥 먹는 어멍 외롭지 말라고 지켜주는 것이 절대 아니다. 호시탐탐 저 중에 입맛에 맞는 반찬을 차분히 노리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어멍 입 속에 든 것까지도 빼먹을 기세로 달려들어서 밥 먹을 때마다 전쟁을 치르게 하던 하늘이가 어딘가로(?) 사라졌다. 8개월령(추정)이 된 지금은 어멍 밥 먹는데 크게 관심이 없어졌다. 밥 내놓으라고 곡소리 내던 하늘이도 같이 어딘가로(?) 사라졌다. 우리 하늘이 진짜 많이 철들었다. 다시 우아 고상 한 식사시간을 되찾아서 좋긴 한데, 요상하게 어멍은 못내 서운타. 이건 무슨 감정이지?


그동안 다리가 짧아 ㅋㅋ올라갈 수 없었던 벽난로 위에 드디어 올라갈 수 있게 됐어요~

창문엔 관심이 '1'도 없었는데, 이젠 고양이답게 제법 창문에 관심을 보이네요.

# 하늘이, 너 고양이 맞는구나 


그간 다리가 짧아서 올라갈 수 없는 곳이 많았는데, 싱크대를 시작으로 해서 이제 냉장고 위 같은 몹시 높은 고지대만 빼고는 다 올라갈 수 있게 되었다. 벽난로 위, 저 자리는 뭉치가 정말 애정 하던 자리여서 그런지 하늘이가 처음으로 벽난로 위에 올라선 날, 마음이 뭉클했다. 부엌 창문가도 마찬가지로 뭉치가 늘 밖을 바라보던 장소다. 창문 앞, 벽난로 위 하늘이의 모습이 뭉치를 다시 만난 것처럼 반갑다. 고양이 답지 않게 창문에 도통 관심이 없던 하늘이가 요즘 들어 창문 너머 바깥 풍경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개인적으로는 뭉치 같은 외출 냥이로 자라는 건 절대 사절이지만, 볕 좋은 날에는 싸복이 남매와 함께 마당에서 유유자적 시간을 보냈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 과연 가능한 풍경일까?


잘 때는 행복이 누나 옆자리가 제일로 따뜻해요^^

뭐니 뭐니 해도 싸이 엉아가 제일 만만하죠 ㅋㅋ

# 대, 중, 소 삼 남매의 의외의 케미(?)


하늘이가 싸이를 엄청 좋아한다. 싸이만 보면 여기 깨물 저기 깨물, 아주 같이 놀아달라고 칭얼대기 일쑤다. 재미있는 건 싸이의 반응이다. 딱 열 번에 한 번 정도만 놀아주고, 열 번에 한 번 정도는 진심을 담아(?) 건들지 말라고 화를 낸다. 열 번중 여덟 번은 '무반응'. 행복이한테 하듯이 좀 다정하면 좋으련만, 참아주긴 하는데(시건방진 쪼꼬미~라고 생각하는 듯), 친하게 지내고 싶은 생각은 없다. 어쩌다 한 번 놀아줄 때는 행복이한테 하듯 너무 격렬하게 놀아줘서 대개 끝은 놀란 하늘이가 꽁지 빠지게 도망가는 것으로 마무리되기 마련이다. 

 

반면, 행복이에게는 절대 놀아달라는 법이 없다. 체급 차이를 인정하고 아예 시도도 안 하는 거 아닌가 싶다. 대신에 잘 때는 은근슬쩍 행복이에게 붙어 자는 경우가 많다. 하늘이도 행복이 품이 푸근하다는 걸 아닌가 보다. 우리 집에서 잘 때 가장 인기가 많은 건 이래 봬도 행복이다. 나, 싸이, 하늘이 모두 행복이 옆을 제일 좋아한다. 잘 때 껴안고 자면 낭군님(?) 안 부러울 정도로 푸근하기 때문이다. 대형견과 함께 하는 사람만 아는 행복이다.


어멍 뱃살은 하늘이 전용 침대

밤 시간대 우리 집 거실 풍경, 어멍은 늘 다리가 저리다

# 뼛속까지 개냥이 하늘이


하늘이는 으뜸 개냥이다. 어멍 무릎과 배 위를 제일 좋아한다. 매일 저녁, 행복이와 하늘이, 싸이와 하늘이 사이에 어멍 무릎을 사이에 둔 전쟁 아닌 전쟁이 벌어진다. 대개 초저녁에 어멍 무릎은 질투심 강한 싸이 차지다. 초저녁 잠이 많은 싸이가 잠들고 나면(독립적인 싸이는 잘 때는 어멍 무릎을 안 좋아함), 행복이와 하늘이가 사이좋게 어멍을(?) 나누어 갖는다. 행복이는 질투심이란 감정이 세팅이 되어있지 않은 아이여서, 귀찮게만 안 하면 옆에 누가 있어도 크게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다소 서운한 것은, 제법 자란 하늘이가 이제 무릎에 올라오지 않을 때가 많다는 사실. 한편, 이렇게 우리 하늘이가 어른이 되어가는구나 싶어 뿌듯하기도 하다. 


잠든 하늘이의 모습이 너무 예쁘다

들어온 지 얼마 안 됐을 때의 하늘이(진짜 개꼬질했다 ㅋ), 콧잔등의 얼룩은 결국 점이 아닌 검댕이(?)로 밝혀졌다.

대, 중, 소 삼 남매 나름(?)의 가족사진

# 하늘이, 어멍의 새로운 세상


하늘이가 없었다면, 뭉치와 이별한 상실감을 쉽게 극복할 수 없었을 거다.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방식으로(?) 우리에게 와서 한 가족이 되어준 하늘이가 참 고맙다. 아직은 어리고 철없는 하늘이가 뭘 해도 마냥 귀엽고, 너무 사랑스럽다. 아기 고양이의 성장을 지켜보는 일이 참으로 즐겁다. 누군가의 성장을 지켜본다는 것은 또 하나의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일이 아닐까.


앞으로 하늘이는 어떤 어른 냥이 되어갈까? 하늘이의 모습이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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