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고양이 하늘이의 성장일기
뒷마당에서 처음 만났을 때 쥐콩만했던 하늘이는, 이제 제법 커서 어른 티가 난다.
피골이 상접해 꼬죄죄하던 모습은 간데없고 오동통하고 윤기가 반지르르하다. 누가 봐도 이젠 집냥이스럽다. 얼마 전에는 드디어 땅콩도 털었다(?). 성인 문턱에 한층 더 다가선 셈이다(라고 우기고 싶다). 정확히 작년 9월 10일에 하늘이가 '하늘에서' 뚝 떨어졌다. 4개월이 지났다. 4개월이 지난 지금, 처음에 다소 어색했던(?) 싸복이 남매와 하늘이는 이젠 제법 한 가족스러워졌다. 대, 중, 소 삼 남매가 함께 있는 거실 풍경이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었다. 하늘이가 씩씩하고 건강하게 자라서, 우애 좋은 삼 남매로 오래오래 함께했으면 좋겠다.
# 혼자서도 잘 노는 아가냥, 하늘이
뭉치는 혼자서 노는 걸 본 기억이 없다. 장난감을 가지고 놀아줘도, 몇 분 지나면 흥미를 잃곤 했다. 하늘이는 아직 어려서일까. 뭐, 그냥 눈앞에서 손가락만 흔들어줘도 아주 좋아 죽는다. 장난감도 엄청 좋아하는데, 일 많은 어멍은 별로 놀아줄 시간이 없다. 그런데 다행인 건, 하늘이는 혼자서도 흡사 미친 냥이(?)처럼 잘 논다는 것. 집안에 널려있는 아무 물건이든 '장난감화'해서 가지고 놀고, 혼자서 우다다다 뛰어다니면서 논다. 어떨 땐 자기 꼬리잡기 하면서 놀기도 하는데, 하늘이의 이런 모습을 지켜보는 게 웬만한 예능 프로그램 보는 것보다 훨씬 더 재밌다.
# 우리 하늘이가 달라졌어요
혼자 밥 먹는 어멍 외롭지 말라고 지켜주는 것이 절대 아니다. 호시탐탐 저 중에 입맛에 맞는 반찬을 차분히 노리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어멍 입 속에 든 것까지도 빼먹을 기세로 달려들어서 밥 먹을 때마다 전쟁을 치르게 하던 하늘이가 어딘가로(?) 사라졌다. 8개월령(추정)이 된 지금은 어멍 밥 먹는데 크게 관심이 없어졌다. 밥 내놓으라고 곡소리 내던 하늘이도 같이 어딘가로(?) 사라졌다. 우리 하늘이 진짜 많이 철들었다. 다시 우아 고상 한 식사시간을 되찾아서 좋긴 한데, 요상하게 어멍은 못내 서운타. 이건 무슨 감정이지?
# 하늘이, 너 고양이 맞는구나
그간 다리가 짧아서 올라갈 수 없는 곳이 많았는데, 싱크대를 시작으로 해서 이제 냉장고 위 같은 몹시 높은 고지대만 빼고는 다 올라갈 수 있게 되었다. 벽난로 위, 저 자리는 뭉치가 정말 애정 하던 자리여서 그런지 하늘이가 처음으로 벽난로 위에 올라선 날, 마음이 뭉클했다. 부엌 창문가도 마찬가지로 뭉치가 늘 밖을 바라보던 장소다. 창문 앞, 벽난로 위 하늘이의 모습이 뭉치를 다시 만난 것처럼 반갑다. 고양이 답지 않게 창문에 도통 관심이 없던 하늘이가 요즘 들어 창문 너머 바깥 풍경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개인적으로는 뭉치 같은 외출 냥이로 자라는 건 절대 사절이지만, 볕 좋은 날에는 싸복이 남매와 함께 마당에서 유유자적 시간을 보냈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 과연 가능한 풍경일까?
# 대, 중, 소 삼 남매의 의외의 케미(?)
하늘이가 싸이를 엄청 좋아한다. 싸이만 보면 여기 깨물 저기 깨물, 아주 같이 놀아달라고 칭얼대기 일쑤다. 재미있는 건 싸이의 반응이다. 딱 열 번에 한 번 정도만 놀아주고, 열 번에 한 번 정도는 진심을 담아(?) 건들지 말라고 화를 낸다. 열 번중 여덟 번은 '무반응'. 행복이한테 하듯이 좀 다정하면 좋으련만, 참아주긴 하는데(시건방진 쪼꼬미~라고 생각하는 듯), 친하게 지내고 싶은 생각은 없다. 어쩌다 한 번 놀아줄 때는 행복이한테 하듯 너무 격렬하게 놀아줘서 대개 끝은 놀란 하늘이가 꽁지 빠지게 도망가는 것으로 마무리되기 마련이다.
반면, 행복이에게는 절대 놀아달라는 법이 없다. 체급 차이를 인정하고 아예 시도도 안 하는 거 아닌가 싶다. 대신에 잘 때는 은근슬쩍 행복이에게 붙어 자는 경우가 많다. 하늘이도 행복이 품이 푸근하다는 걸 아닌가 보다. 우리 집에서 잘 때 가장 인기가 많은 건 이래 봬도 행복이다. 나, 싸이, 하늘이 모두 행복이 옆을 제일 좋아한다. 잘 때 껴안고 자면 낭군님(?) 안 부러울 정도로 푸근하기 때문이다. 대형견과 함께 하는 사람만 아는 행복이다.
# 뼛속까지 개냥이 하늘이
하늘이는 으뜸 개냥이다. 어멍 무릎과 배 위를 제일 좋아한다. 매일 저녁, 행복이와 하늘이, 싸이와 하늘이 사이에 어멍 무릎을 사이에 둔 전쟁 아닌 전쟁이 벌어진다. 대개 초저녁에 어멍 무릎은 질투심 강한 싸이 차지다. 초저녁 잠이 많은 싸이가 잠들고 나면(독립적인 싸이는 잘 때는 어멍 무릎을 안 좋아함), 행복이와 하늘이가 사이좋게 어멍을(?) 나누어 갖는다. 행복이는 질투심이란 감정이 세팅이 되어있지 않은 아이여서, 귀찮게만 안 하면 옆에 누가 있어도 크게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다소 서운한 것은, 제법 자란 하늘이가 이제 무릎에 올라오지 않을 때가 많다는 사실. 한편, 이렇게 우리 하늘이가 어른이 되어가는구나 싶어 뿌듯하기도 하다.
# 하늘이, 어멍의 새로운 세상
하늘이가 없었다면, 뭉치와 이별한 상실감을 쉽게 극복할 수 없었을 거다.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방식으로(?) 우리에게 와서 한 가족이 되어준 하늘이가 참 고맙다. 아직은 어리고 철없는 하늘이가 뭘 해도 마냥 귀엽고, 너무 사랑스럽다. 아기 고양이의 성장을 지켜보는 일이 참으로 즐겁다. 누군가의 성장을 지켜본다는 것은 또 하나의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일이 아닐까.
앞으로 하늘이는 어떤 어른 냥이 되어갈까? 하늘이의 모습이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