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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의 깃털 Jan 18. 2019

싸복이 남매의 아주 더러븐(?) 식성

싸복이 남매의 아주 더러븐(?) 식성싸복이 남매의 아주 더러븐(?) 식성

호분증(好糞症)이란 말이 있다. 괜히 있어 보이게 한자를 쓴 탓이지 쉽게 말해 똥(?) 먹는다는 이야기다.


사람이 제 똥을 먹는다면 기함할 사건이지만, 강아지가 똥을 먹는다는 건 사실 그다지 부자연스러운 일은 아니다. 예전부터 시골에서 키우는 믹스견들은 주로 '똥개'로 불렸는데, 그건 제 똥을 먹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강아지가 똥을 먹는 이유는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못살던 시절에 먹을 것이 궁해 생긴 습관이 아닐까 싶다. 먹을 것이 궁하지 않은 요즘에도 반려강아지가 제 똥을 먹어서 고민이라는 이야기를 심심찮게 접할 수 있는데, 이게 결코 남의 집 이야기가 아니다.  


뭘 보니? 이 똥 먹는 강아지들아~

차라리 제 똥을 먹는 편이 나을까? 싸복이 남매는 소똥 마니아다. 처음에 발견했을 땐 설마 했다. 아니 왜 굳이 소똥을. 충격이 컸다. 하루 이틀 한 달 일 년, 산책하는 내내 소똥 찾기 삼매경에 빠져있는 싸복이 남매를 주야장천 지켜보다 보니 이젠 그러려니가 됐다. 싸복이 남매와 함께 하는 산책은 결코 우아 고상 하지가 않다. 사실 속내는, '소똥을 먹으려는 자=싸복이 남매'와 '소똥을 먹지 못하게 하려는 자=어멍'의 소리 없는 신경전이랄까. 처음엔 혼내도 보고, 입 속에 든걸 손으로 빼내도 봤다. 이젠 깨끗이 포기상태다. 그래도 영 모른 척할 수는 없어서 한 번은 모른 척 넘어가 주고, 한 번은 입속에 든 걸 빼낸다. '그래, 그렇게 맛있으면 먹어라 먹어.' 하는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얘들이 코만 박으면 소똥 먹을까 겁나 노심 조사하느라 산책이 산책이 아니다

소똥만 좋아하는 건 아니다. 처음엔 소똥만 먹는 줄 알았다. 그나마 개똥은 안 먹으니 다행이다 싶었달까. 그런데 웬걸, 보아하니 개똥도 먹는다. 이쯤 되면 신기하다. 아니 왜 자기 똥은 안 먹을까. 이상하게 지들 똥은 절대로 먹지 않는다. 왜 그런지 속내야 알 도리 없다. 그나마 자기 똥은 먹지 않아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너희들은 어째 더러븐(?) 식성까지도 닮았니?

문제는 우리 동네가 시골 동네라는 데 있다. 도시에서는 개똥이건 소똥이건 구경하기가 쉽지 않다. 시골길엔 널린 게 개똥이요 소똥이다. 특히 밭갈이가 시작되는 봄은 쥐약이다. 소똥을 밭에 거름으로 쓰기 위해 경운기로 옮기는 경우가 흔한데, 옮기면서 길에 흘리는 경우가 다반사기 때문이다. 봄에는 시골길에 소똥이 줄지어 늘어서(?) 있는 경우가 많다. 이쯤 되면 싸복이 남매에게는 커다란 횡재요. 나에게는 끔찍한 상황이다. 어떤 날은 아예 행복이의 목줄을 최대한 짧게 잡고 아예 바닥에 주댕이가 닿지 못하게 하기도 한다. 이런 계절에 개똥보다 소똥을 더 선호하는 행복이는 아주 소똥 주워 먹겠다고 땅에 코를 박고 다니기 때문이다. 어이없는 건 이 와중에도 싸이와 행복이가 취향이 살짝 달라 싸이는 개똥을 더 좋아하고 행복이는 소똥을 더 좋아한다는 사실이다. 아주 지랄들을(?) 한다.


뭐 입속에 들어가면 다 먹는 거 아니야 어멍?

언젠가 가족들이 놀러 와 인적 드문 곳으로 함께 산책 간일이 있었다. 그때 마침 소똥을 흡입(?)하는 싸복이 남매를 발견한 언니가 몹시 크게 웃으며, '야~ 재네 봐라. 소똥 먹는다. 누가 강아지 아니랄까 봐' 하는데 참으로 민망했다. 하필 또 된똥이 아니라 걸은 똥이었으니 그 풍경이 더 더러울(?) 수밖에 없었는데, 나는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아니 똥 먹는 건 재네들인데 왜 내가 부끄러워야 하는 건지.


하늘이 똥 먹고 검거된 싸이(입 주변에 붙은 고양의 모래는 어떻게 숨길 건데?)

작은방은 하늘이의 전용방이다. 밥도 거기서 먹고 화장실도 거기에 있다. 싸복이남매와 나름 분리하기 위해 하늘이만 들어갈 수 있는 안전문이 설치되어 있다. 언젠가 한번 까먹고 문을 닫지 않는 날, 싸이가 하늘이방에 들어갔다 왔는지 입에 화장실 모래가 붙어있다. 그때는 미처 몰랐다. 고양이 똥 주워 먹은 줄은. 바로 엊그제의 일이다. 잠시 한 눈 판 사이 싸이가 하늘이 방에 들어간 모양이다. 입이 고양이 모래 범벅이다. 그때 드는 생각. '혹시.... 설마 고양이 똥을' 설마가 사람을 잡는다고. 확인해보니 하늘이 똥이 거의 없다. ㅠㅠ 

아, 이제 고양이 똥까지 먹는구나. 음하하하하하. 실성한 웃음이다. 


똥 마니아 더러븐 싸복이 남매야~ 어멍이 더럽게(?) 더러브(the love) 해~

가끔 우리 집에 놀러 온 지인들이 싸복이 남매와 입 맞추려고 할 때 내가 그런다. '똥 먹는 입이야. 뽀뽀하지 마~'라고. 그러면서 나는 맨날 뽀뽀한다. '똥 먹는 쉐이들 뭐가 이쁘다고' 스스로를 자책하며. 소똥 먹으면 어떠하고 남의 똥 먹으면 어떠하리. 그저 그냥 건강하고 씩씩하면 그만이지. 라고 생각하지만, 뭐 더러운 건 사실이다. 

참으로 더럽다. ㅎㅎ


소똥 마니아 싸복이 남매야~ 어멍은 소똥 먹는 더러븐 너희들을 정말 더럽게(?) 사랑한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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