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첫 번째 이야기
뒷마당의 태희네 6남매가 이제 8개월령이 되었다.
5월에 뒷마당 대숲에서 태어나 터를 잡은 태희네 6남매는 내겐 한 식구나 마찬가지다. 허락을 받고(?) 내 집에 자리 잡은 것은 아니지만 - 아니, 따지고 보면 완전히 무단침입인 셈이지만 - 꼬물이 시절부터 쭈욱 지켜봤고 거둬 먹였기에 한 식구나 진배없다. 육 남매의 성장을 지켜보는 것이 큰 기쁨이었지만 또한 큰 부담이기도 했다. 세 마리는 암컷인데, 최소한 암컷이라도 중성화 수술을 시켜주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비용을 떠나서, 사람 손을 타지 않는 길냥이를 잡는다는 것이 결코 호락호락한 일이 아니다. 게다가 우리 집밥을 먹는 냥이가 족히 20마리는 될 것 같은데, 그중에서 내가 목표한 삼 남매만 골라내어(?) 잡아야 하는 건, 거의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 아닐까.
나는 하루하루 시름이 깊어갔다. 아, 얘들을 어찌 잡을 것인가. 한 마리씩 잡으면 됐던 이전과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 우리 집밥을 먹는 길냥이들이 꽤 많이 늘어났다. 게다가 또 하나의 난제가 있다. 육 남매의 엄마 태희가 중성화 수술 후 급격하게 살이 쪘다. 급기야 수술할 때 내가 채워준 목걸이가 목을 단단히 죄어간다. 좋은 의도로 해 준 목걸이인데 이리될 줄 몰랐던 것이다(생각이 짧았다). 뿐만 아니라 심이, 알콩이, 예쁜이 - 그러니까 내가 중성화 수술을 시켜준 아이들 모두 - 또한 마찬가지다. 어째 자꾸만 몸이 커진다. 지켜보는 나는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도대체 어떤 방법으로 목줄을 풀어줄 수 있을까. 방법은 단 하나, 태희네 육 남매를 생포할 때(?) 이 거사를 함께 진행하기로 했다. 10마리의 고양이를 잡아야 하는 셈이다.
나는 과연 자그마치 10마리 길냥이 포획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여차 저차 해 지난 1월 6일을 디데이로 잡았다. 혼자서는 어림없어 보이는 일이었기에, '냥이 천국' 보수에 힘을 보탰던 친한 학생 두 명을 다시 꼬드겼다. 나의 계획은 이랬다. 밥을 굶긴다. 덫을 놓는다. 덫에 걸린 아이들은 분리하여 감금한다. 태희네 육 남매 중 남아들은 예방접종만 한다. 여아들은 예방접종과 중성화 수술을 시킨다. 이 와중에 또 목줄이 쪼이는 아이들은 목줄을 풀러 준다. 애먼 아이들이 덫에 걸리면 풀어준다. 한두 번 풀어주면 다음엔 좀 조심할 테이니 애먼 아이들이 덫에 걸릴 확률은 갈수록 낮아질 것이다. 이 짓을 육 남매가 모조리 잡힐 때까지 무한 반복한다.
실현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일까. 나 조차도 궁금했다. 하지만 뾰족한 수가 없다. 내 집 길냥이(?) 잡는데 119나 전문가를 부를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내가 믿는 건 한 가지였다. 궁하면 통한다는 신념, 간절하면 이루어지지 않겠는가 하는 마음, 선한 의도는 좋은 결과를 낳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 예전에도 불가능해 보였지만 어찌어찌 원하는 목표를 이루었듯이, 뭐, 어떻게든 되겠지. 다행히도 이런저런 사정을 이야기하니 병원에서 통덫을 3개나 빌려주셨다. 오호 시작이 좋다. 그래. 시작이다. 어멍, 한번 해 보자~
- 2부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