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강아지 2마리와 함께 산다. 강아지들의 프로필을 읊어본다.
첫째 싸이. 품종 없음. 혹자는 발바리(?)라고도 함. 나이 5살. 체중은 늘 6킬로. 남자. 유기견 엄마에게서 태어나 불행히 날 때부터 유기견 딱지(?)를 붙이게 됨. 친구들 사이에서 '초보자 입문용' 강아지로 불리는 손갈데 없고 흠잡을 데 없는 완. 벽. 한 반려견.
둘째, 행복이. 골든 리트리버. 역시 다섯 살. 여자. 몸무게 28~30킬로를 왔다 갔다 함. 걸그룹도 아닌데 다이어트가 생활인 강아지. 창피하게도 정신 못 차리고 돈 주고 입양함. 몸값 제법 나감. 멍청하고 아무 생각 없어 똥꼬 발랄한 것이 최대의 매력. 손은 많이 가나 가끔 빵 터지는 매력이 있는 아이.
의도한 것은 아닌데, 두 넘의 강아지가 달라도 너무 다르다. 둘을 지켜보면 비교체험 극과 극을 보는 기분이랄까. 어쩜 저리 다를까 참으로 신기할 때가 많으면서도 오히려 다른 점이 많아 키우는 기쁨도 두배가 된다. 5년을 함께 보낸 우린 어쩌면 서로 다른 듯 닮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불현듯 무엇이 다른가 한번 차분히 글로 옮겨 적어 보고 싶어 졌다.
똑똑한 애 vs 멍청한 애
싸이는 엄청 똑똑하다. 거짓말 조금 보태어 말귀를 다 알아듣는다. 가라면 가고 오라면 오고 하지 말라면 안 하고 하라면 하니 큰소리 칠 일도 없다. 내 친구들은 말한다. 싸이는 '초보자 입문용 강아지'라고. 누구라도 손쉽게 키울 수 있다는 의미에서. 반면 행복이는 정말 멍청하다. 인터넷에 '강아지 아이큐 순위'가 100위까지 나와있는데, 골든 리트리버가 그중 5위다. 5위면 한 두 번 훈련으로 말귀를 이해하는 수준이라는 친절한 설명이 곁들여져 있다. 모든 일에는 예외라는 게 존재하는데, 우리 행복이가 거기 해당된다. 말귀를 못 알아듣는다. 불러도 안 오고 가래도 안 간다. 하지 말라는 것과 해야 하는 것을 구분치 못하니, 매번 고함을 치고 힘을 쓰게 된다. 고함을 쳐도 '알아듣는 건' 아닌데 놀라서 '흠칫'해서 잠시 잠깐 멈추기는 하므로.
예민한 애 vs 둔한 애
싸이는 엄청 예민하고 섬세한 강아지다. 말귀를 다 알아듣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도, 아마 섬세해서 내 감정상태를 느끼기 때문일 거다. 잠귀도 밝아 내가 조금만 움직여도 바로 깨기 때문에 잠을 잘 못 잔다. 그래서 잘 때도 절대 안방에서 나랑 같이 자지 않고 거실에서 따로 잔다. 어멍은 잘 때 자꾸 움직여대니 숙면을 취할 수 없으므로. 싸이 앞에서는 함부로 손으로 파리나 모기를 잡을 수도 없고(경기 일으킨다), 파리채를 꺼내들때도 신중해야 한다(무서워서 변기 뒤에 숨어서 나오지 않기도 한다). 쓰다듬는 것도 언제나 부드럽게, 머리를 만질 땐 손을 너무 높이 치켜들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어쩌다 손길이 좀 거칠면 아주 죽는소리를 낸다. 할리우드 액션 저리 가라다.
반면 행복이는, 당연히 둔하다. 둔하다 못해 '뇌가 맑은 아이' 같다고나 할까. 졸리면 자야지, 어멍이 부스럭거린다고 일어날쏘냐. 어멍이 화를 내고 소리를 쳐도 눈치 없이 마냥 똥꼬 발랄이다. 졸리면 자고 먹을 것을 보면 환장하는 참 편한 성격이다. 심지어 쥐어 박혀도 아픈 줄 모른다. 그저 어멍이 놀자고 덤비는 줄 알 뿐. 그래서 어릴 땐 훈육한답시고 손가락으로 코를 많이 때렸다. 코를 치는 건 좀 싫어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훈육이 되었냐고? 그럴 리가. 이젠 포기하고 산다. 그냥 재는 '뇌가 맑은 애다. 그게 매력이다.' 이렇게 생각하면서.
배변훈련
싸이는 정확히 우리 집에 오고 다음날부터 귀신같이 배변을 가렸다. 배변훈련, 그런 건 개나 갖다 줘버리라지. 지금 싸복이 남매는 기본적으로 실외 배변인데, 싸이 같은 경우 내가 집에 없을 때는 집에 올 때까지 웬만하면 참는다(걱정이 많다). 비가 와서 밖에 못 내보냈거나 했을 때만 화장실에 싼다. 한치의 오차도 없이 언제나 정확하다.
반면 행복이는, 당연히 그 반대다. 싸이를 보면서 당연히 자연스럽게 행복이도 배변을 가릴 줄 알았다. 행복이는 달랐다. 화장실을 배변 장소로 인식시키려 노력했으나, 더위를 많이 타는 행복이는 타일 바닥을 침대로 인식해 버렸다. 화장실을 포기한 후 배변판을 통한 훈련을 시도했으나 이마저도 실패. 도대체 안 써본 방법이 없지만 먹히질 않았다. 한때 한 일 년쯤 어영부영(한 70%의 확률로) 배변판을 사용할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마저도 다시 도루묵이 된 상태. 배변판은 창고에 처박힌 지 오래다. 그나마 안방이나 안방 침대에는 절대 싸지 않는 것이 어디냐며 나는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산다.
집안 vs 집 밖
가끔 집에서 행복이를 부르면, 싸이가 뽀로로 달려온다. 행복이는 오래도 오지 않는 것이 주 특기. 그런데 집 밖을 나서면 달라진다. 싸이는 밖에서는 어멍이 불러도 잘 오지 않는다. 특히 인적 없는 길에서 목줄 없이 산책할 때는 더욱더. 제 맘대로 앞서 나가길 좋아하는 싸이는 어멍이 부르면 일단 주시하긴 하는데, 절대 되돌아오진 않는다. 진행방향이 그쪽이라는 걸, 어멍이 어차피 이리 올 건데 내가 왜 부른다고 가야 해, 이런 느낌이랄까.
반면 집 안에선 불러도 모른 척하기가 특기인 행복이는 밖에서는 360도 달라지는데, 어멍밖에 모르는 강아지가 되기 때문이다. 백번을 불러도 매번 나에게도 돌아오고, 대개는 내 옆에서 바짝 붙어 걷는다. 나는 가끔 장난 겸 운동시킬 겸, 저만치 앞서 나간 행복이를 부르곤 하는데, 그때마다 양쪽 귀를 펄럭이며 매번 나에게 다시 돌아온다. 마치 엄마 떠나면 죽을 것 같이 느끼는 어린아이 마냥. 집에서도 그렇게 좀 말을 잘 들어보지.
독립적인 vs 의존적인
싸이는 은근히 독립적이다. 친구들은 고양이 같다고도 많이 표현하는데, 고양이처럼 완전히 곁을 내주지 않기 때문이다. 싸이가 내 무릎에 자발적으로 올라오는 것은 매우 드문 일, 집에 막 들어간 직후뿐이다. 이때가 어멍이 제일 반가울 때이므로. 물론 배를 내밀고 머리를 박으며 애교를 떨 때도 곧잘 있긴 하지만, 주로 뒤로 앉아 등을 슬쩍 내밀며 주물러 달라고 하는 것이 최대한의 애정표현이다. 무릎 위에 앉아 있으면 편하게 쓰담쓰담이 되는데, 궁둥이를 내민 자세는 영 쓰담쓰담이 힘들다. 안 쓰다듬어주면 제 머리로 내 손을 들어 올린다. 어서 쓰담 쓰담하라는 이야기되시겠다. 이게 하녀 신세랑 뭐가 다르단 말인가. 싸이는 밤에 잘 때도 절대 같이 자지 않고 따로 잔다. 가끔 서운할 때도 있지만 대신에 아침에 내가 깨면 바로 알고 득달같이 달려와서 모닝 인사를 해 준다.
반면 행복이는 잘 때 언제나 내 옆에서 잔다. 거실에서 자는 걸 두고 침실에 들어오면 백 프로 아침이면 내 옆에 있다. 가끔은 숙면에 방해가 되기도 하는데, 다행인 건 한여름 빼고 전기장판을 사용하기 때문에 더위를 많이 타서 자주 올라오진 않는다는 점. 생각보다 무거운(?) 행복이가 자다가 머리를 가슴에 턱 하고 기대면, 그야말로 아닌 밤중에 홍두깨기 때문이다. 아침엔 또 싸이와는 다르다. 절대 어멍보다 먼저 일어나는 법이 없고, 내가 깨도 꿈쩍도 안 한다. 싸이랑 내가 부지런히 새벽 산책 준비를 끝내고 나가려고 문을 열면 그때서야 비비적거리고 일어나는 게으른 강아지다. 가장 먼저 잠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춥고 vs 덥고
행복이는 더위를 엄청 탄다. 아직 보일러를 틀고 자야 하는 요즘 날씨에도 가끔 덥다고 목욕 타일에 배를 깔기 일쑤일 정도. 나는 5월부터는 아예 출근할 때 창문을 열어놓고 나온다. 사람들이 말한다. '도둑 들면 어쩌려고?' 내가 답한다. '그렇다고 행복이를 죽일 순 없잖아.' 행복이는 늘 더워 죽는 아이다. 밖에 산책을 나가면 5분 뒤 바로 헉헉거리기 시작한다. 낮에는 꼭 물병을 챙겨 나가야 한다. 5월부터는 한낮에는 산책할 수 없다. 작년 여름 무더위에 아주 행복이 죽이는 줄 알았다. 우리 집은 시골인 데다(시골은 열대야 같은 거 없다), 나는 더위를 잘 타지 않아 에어컨이 필요 없다. 심지어 에어컨 바람을 싫어할 정도. 하지만 올해는 에어컨을 사기로 결정을 내렸다. 당연히 행복이 때문. 사람 때문이 아니라 개 때문에 에어컨을 사다니, 어떤 사람들은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반면 싸이는? 당연히 추위를 많이 탄다. 한여름에도 절대 맨바닥에서는 자지 않는다. 추운 날씨에 밖에 나갈 때는 반드시 옷을 입혀줘야 한다. 우리 집엔 벽난로가 있어 겨울에 가끔 난로를 때는데, 그때마다 꼭 난로 앞에 누워있다. 벽난로 앞, 앉아본 사람은 알겠지만, 사우나 저리 가라 할 정도로 뜨거운 자리다. TV에서 사우나를 좋아하는 신비한(?) 강아지가 나온 적이 있는데, 우리 집에 그런 강아지가 있는 셈이다. 그래서 이불 안으로 들어가 자는 걸 좋아한다. 자체 털코트를 입고 있으면서 이불까지. 거실 침대엔 언제나 싸이를 위한 이불이 24시간 펼쳐져 있다.
질투
강아지란 모름직이 '동거인'을 놓고 다른 강아지들과 경쟁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우리 집 행복이에게는 질투라는 감정이 없다. 반면 싸이는 행복이를 엄청 좋아하면서도 '나를 두고' 엄청 질투한다. 행복이는 머리 한번 쓰다듬어 주기도 쉽지 않을 지경. 가끔 안방에서 행복이를 쓰다듬고 있으면, 언제든 싸이가 쪼르르 달려와 머리를 디민다. 행복이 말고 나를 예뻐해 달란 이야기되시겠다. 친구들이 와서 행복이를 예뻐해도 마찬가지. 아주 배를 까뒤집으면서 질투를 하고 애교를 부린다.
행복이는 이상하게도 질투가 없다. 아예 그런 감정 자체가 세팅이 안 되어 있는 느낌이랄까. 싸이가 행복이를 좋아하는 것만큼 싸이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다. 대체적으로 다른 강아지에게는 관심이 없긴 하지만 싸이에게도 조금은 시크하고 무심한 느낌.
먹는 습관
행복이를 처음 데려왔을 때 밥 먹는 거 보고 아주 기겁하는 줄 알았다. 씹지 않고 그냥 통째로 삼키고 그러다 목에 걸리니 토하고 또 토한 걸 먹는 거다. 와우, 개들 중에 본능적으로 그렇게 먹는 경우가 많다는 걸 나중에 알았지만, 강아지를 처음 키워본 나는 아주 식겁했다. 지금도 조금은 나아지긴 했지만 역시 마찬가지. 좀 씹어먹으면 좋으련만, 게눈 감추듯 먹어치우고 나는 밥을 안 먹었소, 어멍이 밥을 안 줬소 하는 눈초리로 나를 쳐다볼 땐 정말 황당할 뿐이다. 빅 사이즈 개껌을 토했을 때 형체 그대로 나오는 걸 보고 기겁했던 것도 이젠 다 지나간 추억이다. 하긴, 장난감도 씹어 먹고 흙도 먹고 소똥도(?) 먹는 아인데 말해 무엇하겠나. 우리 동네는 시골이라는 특성상 소똥이 엄청 흔한데, 싸복이 남매 둘 다 소똥을 엄청 좋아한다. 산책만 나가면 소똥을 먹으려는 강아지들과 막으려는 어멍 사이의 사투가 벌어지기 마련. 처음에 소똥 먹을 땐 기겁했는데, 이젠 뭐, 그냥 또 먹는구나. 귀찮을 땐 그래, 그렇게 좋으면 먹어라 먹어 이런 심정이기도 하다.
반면 싸이는 당연히 반대가 되겠다. 소똥을 좋아하는 취향은 일치하지만 싸이는 강아지 치고는 식탐이 많지 않은 편. 사료는 당연히 한 알 한 알 씹어서 먹고, 간식을 주면 게눈 감추듯이 먹어치우는 행복이와 달리, 고이 모셔두고 눈으로 감상했다가, 꼭 일부러 그러는 것처럼 행복이가 다 먹을 때쯤 먹기 시작한다. 가련한 행복이는 침을 뚝뚝 흘리며 싸이 간식만 쳐다보고, 싸이는 유유자적 간식을 먹으며 한 번씩 행복이에게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렁거린다. 아주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광경이다. 싸이는 배부를 땐 제 딴에는 이불이나 방석 속에 감춰두기도 하는데, 결국은 까먹고 못 먹고 행복이 입으로 들어가기 일쑤.
집 지키는 애 vs 무심한 애
우리 싸이는 집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강한 아이다. 담 밖으로 지나가는 사람이 별로 없는데도, 늘 창문 앞자리를 지키고 앉아 담 밖을 감시한다. 100M 아래에 차나 사람이 들고나는 것 까지 짖는 녀석이다. 동네가 인적이 드물기에 망정이지 그러지 않았으면 엄청 짖어댔을 것이다. 마당에 나가서도 마찬가지. 두 눈을 크게 뜨고 귀를 쫑긋 세우고 울타리 밖을 감시하느라 바쁘다. 인기척이라도 날라치면, 바로 바람처럼 뛰어가는데, 도대체 뭐하겠다고 그렇게 열심히 집을 지키는지 의문일 지경.
행복이는 어떻냐고. 당연히 그 반대되시겠다. 둔해서 사람 지나가는 걸 절대 먼저 캐치하는 법이 없다. 싸이가 짖기 시작하면 그저 따라 짖는 수준이랄까. 마당에 나가서도 유유자적 바람이나 즐길 줄 알지 집이나 어멍을 지키겠다는 생각은 일원 어치도 없다. 그저 햇볕 뜨겁지 않고 바람 부는 자리에 앉아 뒹굴거릴 뿐. 한 번은 개를 엄청 싫어하는 우리 형부를 싸이가 문 일도 있었다. 본능적으로 위험한 사람이라고 판단했던 듯하다. 혼내긴 했지만, 마음 뿌듯하기도 했다. 강도가 들어오면 가만있지 않을 것이므로. 반면 행복이는? 사람이라면 게다가 남자라면 게다가 젊기까지 하다면 그저 천진난만 좋을 뿐이다. 가끔 생각한다. 강도가 들어와도(특히 젊은 남자라면) 좋다고 꼬리 치지 않을까 하고.
사회성
행복이는 사람이라면 그저 좋고 강아지라면 마냥 싫다. 골든 리트리버는 사회성이 좋다는 데 아무튼 희한하다. 동네 산책을 나가면(시골이어서 그런지 가끔 풀어놓는 집이 있다), 아주 다른 강아지 마주칠까 노심초사다. 강아지만 만나면 이빨을 드러내며 적의를 보이기 때문이다. 어릴 때 다른 강아지라곤 싸이밖에 본 일이 없고, 육 개월령에 농로에서 마주친 진도 2마리에게 공격당한 기억이 트라우마로 남은 듯하다. 개중에 수없이 마주친 강아지 하고는 싫어하긴 해도 접근하는 걸 참아주기도 하는데, 짖는 강아지한테는 아주 적대적이다. 잡아먹기라도 할 것처럼 달려든다. 한 번은 옆 옆집 개가 우리 집 담을 넘은 적이 있었는데, 진짜 개싸움이 벌어졌다. 싸이가 조금 물렸고, 다행히 행복이는 괜찮았는데, 그때 나는 우리 행복이가 투견인 줄 알았다. 이후 꼼꼼히 울타리를 보수했는데(다른 개 들어올까 봐 무서워서)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아찔하다.
반면 싸이는 당연히 그 반대다. 유기견인 엄마 때문에 날 때부터 유기견이었던 싸이는 강아지 많은 집에서 아기 시절을 보냈다. 그래서인지 섬세한 성격임에도 다른 강아지들에게 크게 낯가림이 없고 잘 지내는 편이다. 게다가 늘 행복이와 함께여서인지 큰 강아지라고 무서워하는 법이 없다. 아마도 늘 보는 게 행복이어서 자신을 대형견으로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닐까.
성적(?) 취향
둘은 좋아하는 사람 취향도 정반대다. 싸이는 남자 아니랄까 봐 젊은 여자를 특히 좋아하고, 행복이는 꼴에 여자랍시고 젊은 남자들을 좋아한다. 그래도 행복이는 대체적으로 모든 사람들을 좋아하는데 싸이는 남자들을 경계하고 싫어하는 편이다. 재미있는 건, 키 크고 건장한 남자들은 더 싫어하고, 좀 체격이 작고 여성스럽고 이쁜 남자들은 좋아한다는 데 있다. 아마도 여성으로 인식하는 건 아닐까 하고 추측할 뿐이다. 남자가 왔을 땐 대개는 경계하면서 많이 짖는데, 좀 잦아들었다가도 앉았다 일어선다던가 방에 들어갔다 나왔을 때는 다시 '리셋' 된 듯 짖는다. 반면 남자들을 좋아하는 우리 행복이는 젊은 남자 사람 친구가 왔을 땐 어멍은 거들떠도 안 본다. 나는 그 순간에 투명인간이 되는 것이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사실 우리 강아지들은 기본적으로 순하고 착하다. 반려견과 함께하는 친구들은 우리 집에 놀러 오면, 이렇게 얌전한 강아지는 처음 보았다고 다들 한 마디씩 하는 편. 좀처럼 보채거나 떼쓰거나 하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일례로 화장실이 급해 밖에 나가야 할 때도, 그저 조용히 현관 앞에 앉아서 기다린다. 기척 없이 앉아 있으니 오랜 시간 내가 눈치채지 못하기도 하는데, 그래도 보채는 경우가 없다. 아무리 탐나는 음식을 먹고 있어도, 내가 식탁에 앉아 있을 땐, 그저 간절한 눈길로 쳐다보거나(싸이), 턱을 내 다리에 대기만 할 뿐(행복이) 짖거나 끙끙대지 않는다. 게다가 포기도 빠르다. 안된다고 말하면 바로 포기할 줄 아는 착한 강아지들이다. 개는 주인을 닮는 법이라는 데, 차분한 어멍을 닮아서라고 우겨보고 싶다.
나는 주말에 대개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편인데, 싸복이 남매를 볼 때마다 얘들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아무리 혼자 보내는 시간이 좋다고 해도, 외로움은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싸복이 남매는 혼자서 보내는 내 일상을 좀 더 평화롭고 풍요롭게 해 준다. 그런 면에서 늘 고맙고 또 행복하다. 격하게 사랑한다. 싸복이 남매~ 앞으로도 지금처럼만 우리 알콩달콩 재미나게 지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