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 복이 남매가 마당이 있는 집에서 사는 방식

by 달의 깃털

처음 반려동물과 함께 하기로 마음먹었을 때 나의 로망은 그런 것이었다.

강아지들이 마당이나 집안 구분 없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것.


내가 집에 없을 때에도 자유롭게 마당과 집안을 오간다면 더욱 좋을 것 같았다. 그렇게 함께 하는 반려동물에게 자유를 주고 싶었다. 첫 번째 두 번째의 마당 있는 전셋집에서는 쉽지 않았다. 일단 시골집들은 울타리가 없는 경우가 많다. 두 집 다 마찬가지였다. 마당에 나가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첫 번째 집에서는 수 미터 떨어진 이웃에도 모두 개가 있었는데, 목줄을 하지 않은 우리 개들을 보면 미친 듯이 짖어댔다. 안 그래도 우리 개들이 사회성이 없어 이웃을 보면 미친 듯이 짖어 대 이래저래 이웃집 민망해서도 밖에 내보낼 수가 없었다.


두 번째 집에서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싸이는 크기가 작아 사람들이 무서워하진 않지만, 밖에서 사람을 보면 맹렬히 짖어대고, 등치만 컸지 순둥이인 행복이는 단지 크다는 이유로 사람들이 무서워한다. 마당이 있어도 강아지들에겐 장식용이랄까. 이건 뭐, 아파트에 사는 것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그래서 늘 생각했다. '마당이 있는 내 집을 갖게 되면 담장부터 둘러야지'라고.


2831.jpg 밖에 나가고 싶을 땐 현관 앞에 앉아 처량한 눈빛으로 조용히 나를 응시하는 싸이군

드디어 꿈에 그리던 마당 있는 집을 사게 됐다. 안 그래도 큰 지출에 허리가 휘는데도 나는 거금 600만 원을 들여 나무 울타리를 설치했다. 드디어 우리 싸복이 남매에게 자유를 선물해 줄 수 있게 된 것이다. 현관문을 개방했다. 거실에 강아지 발자국들이 찍히기 시작한다. 아뿔싸, 이 생각을 못했구나. 특히 이사 초기에는 잔디도 돌도 다 채워지지 않은 공간이 많아, 잠깐 나가 있는데도 강아지들의 발이 많이 더러워졌다. 그뿐이 아니다. 이른 시간에는 이슬이 내려, 아침에 마당엘 내보내면 발이 축축해진다. 일일이 발을 닦기도 힘들고, 거실에 발자국이 남는 것도 싫고, 진퇴양난에 빠졌다. 어찌해야 할까.


그래서 잔디가 없는 곳엔 잔디를 깔고, 자갈 일톤으로 마당 곳곳을 메꾸었다. 한 줄 문장으로 요약했지만, 저거 하느라고 아주 죽는 줄 알았다. 저렇게 하고 나니, 발자국이 덜 남기는 한다. 그래도 거실은 늘 지저분했다. 어느 순간 강아지들이 마당에 나가고 싶어 해도, 발 닦아주는 게 귀찮아서 안 내보내려는 내 모습을 보게 됐다. 이건 아니다 싶었다. 내가 이러려고 마당 있는 집에 이사 온 게 아니잖아.


20140520_061909.jpg 나갈까 말까 개(?) 고민 중인 싸이군 ㅎㅎ

미친 척하고 생각을 전환했다. '그래, 내 집 거실은 마당인 거다. 마당의 연장선상인 거다.' 이렇게. 우리 집 거실은 자세히 보면 그래서 엄청 더럽다. 일단 행복이가 오줌을 못 가리니 오줌을 싸대서 더럽고, 양이 많으니 당연히 발도 젖어서, 오줌 젖은 발자국이 찍혀서 더럽다. 수도 없이 들락날락 하니, 비 온 뒤거나, 이슬 내린 아침에 는 역시 발자국 투성이 일 수밖에. 그래서 일주일에 딱 한번 물걸레질하는 우리 집 거실은 일주일 내내 참으로 더럽다. 우리 집에서 슬리퍼가 필수다. 상상해 보시라. 그 더러운 발로 안방 침대에도 들어간다. 깔끔한 사람은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나는 그냥 적당히 모른 척하고 산다. 심지어 산책 갔다 와도 발도 안 닦아준다. 그래야 내 몸도 편하기 때문이다. 어떨 땐 심지어 나도 거실용 슬리퍼를 신고 마당에 나가기도 한다. 이러나저러나 어차피 매한가지 아닌가. 모든 걸 포기하고 나니 몸도 맘도 편하다.


내가 집에 없을 때 마당에 내어놓으려는 계획도 현실성이 없어 포기했다. 일단, 시골에는 아직도 개장수가 있다. 트럭을 끌고 다니면서 개를 팔라고 한다. 트럭에 실려가는 개를 종종 보기도 했고, 어느 집에서 키우던 개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는 경우도 많다. 처음에는 마음이 많이 아팠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하고 귀와 눈을 닫고 산다. 하지만 혹시라도 개장수한테 붙잡여 갈까 봐, 내가 없을 땐 마당에 못 내어 놓겠더라. 개장수에게 잡혀가는 일은 상상조차 너무 끔찍한 일이므로. 게다가 현관문을 열어놓고 다니는 것은 창문을 열어놓는 것과 달라서 영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더위를 많이 타는 행복이 때문에 더운 계절에는 창문을 열어놓고 다니는 데, 거기다 현관까지 열어놓는 것은 아무리 시골 동네라 해도 위험하게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20160528_151122.jpg 더운 여름날, 어멍이 마당에서 일하는 시간이 너무 길어지자 들어 가지도 나가지도 못하고 현관에서 대기 중인 싸복이 남매

요즘 같은 추운 계절엔 잔디 풀 때문에 난리다. 겨우내 죽었던 잔디는 4월이나 되어야 살아나는데, 행복이가 죽은 잔디를 털에 묻히고 들어오기 때문이다. 그냥 가만히 앉아있다 들어오면 잔디가 몸에 붙을 일이 별로 없는데, 아주 잔디 위에서 애벌레 댄스를 춘다. 그러면 안 그래도 긴 털에 잔디가 사정없이 들러붙고, 그대로 고스란히 집안으로 들어오면 거실은 마른 잔디 풀 투성이가 되기 때문이다. 덕분에 나는 물걸레질은 안 해도 청소기는 하루에 한 번씩 꼭 돌린다. 그렇지 않으면 거실은 정말 사람이 살 수 없는 공간이 되기 때문이다.


강아지들은 털이 거의 안 빠지는 종과 엄청(?) 빠지는 종이 있는데, 싸복이 남매는 후자다. 특히 행복이는 털이 길고 가벼워서 종종 지들끼리 뭉쳐서 굴러다니기도 한다. 매일 청소기를 돌려야 한다. 집안일을 좋아하고 잘하는 내가 유일하게 귀찮아하는 일이 '청소'인데, 매일(심지어 하루에 몇 번씩) 청소기 돌리는 삶을 살게 될지 누가 알았던가. 청소기는 일주일에 딱 한 번만 돌리는 줄 알고 살았던 그때가 눈물 나게 그립다.


KakaoTalk_20170407_142718549.jpg 날씨가 따뜻해진 요즘 주말에 종종 마당에 앉아 망중한을 즐긴다. 가운데는 어멍 궁둥이 보호용 방석.

싸복이 남매는 마당에 나가는 걸 무척 좋아한다. 초기에는 내가 겉옷을 걸치면 밖에 나가는 줄 알고 미친 듯이 좋아했다. 어느 날은 앞치마를 걸쳤더니 밖에 나가는 줄 알아서, 혼자서 빵 터진 적도 있다. 집에 있고 날이 따뜻한 날에는 그냥 현관문을 열어 놓고 산다. 대개 강아지들은 내가 안에 있으면 안에, 밖에 있을 땐 밖에 있으려고 한다. 나 혼자만 마당에 나가는 것을 싫어하고, 지들만 마당에 나가는 것도 싫다. 행복이는 안보다 밖이 선선할 때는 가끔 마당에서 바람을 즐기고, 싸이는 본능적으로 마당에서 지나가는 사람이나 고양이들을 감시한다.


마당이 없었다면, 나의 삶은, 우리 싸복이 남매의 삶은 어땠을까. 지금과는 많이 달랐겠지. 제2의 마당이 되어 버린 거실 관리에 허리 한 번 제대로 펴기 힘들지만, 난 그래도 지금 이 삶이 좋다. 몇 걸음 나가 문을 여는 것만으로, 바로 자연을 느낄 수 있는 내 집이 참 좋다. 싸복이 남매 또한 그럴 거라 믿는다. 얘들아, 우리 이 집에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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