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 어느 날이었다. 갑자기 행복이가 뒷다리를 전다.
깜짝 놀라 병원을 데려갔다. 한쪽 고관절(엉덩이 부분 관절)이 많이 상해있다는 진단을 받는다. 그때 고작 3살이었는데, 늙은 강아지나 걸리는 줄 알았던 관절염이라니. 나는 충격이 컸다. 동시에 비만 판정을 받았다. 의사 선생님은 10킬로를 빼라고 했다. 꾸준하게 운동을 시키라고도 했다. 그것만이 살 길 이라면서. 대형견은 결과가 안 좋은 경우가 많아 수술을 잘하지 않는다고 했다. 나중에 알아봤는데, 수술 비용도 만만치 않고, 재활 기간도 길며, 소형견에 비해 예후가 좋지 않아 병원에서도 수술을 잘 권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뚜렷한 치료방법이 없는 것이다.
나는 많이 울었다. 진단을 받고 곰곰이 생각해 보니 집안에서 앉았다 일어날 때 깨금발을 들곤 했다. 그때는 장시간 앉아 있어 다리가 저려 그런 줄 알았다. 산책 시에도 뒤뚱거릴 때가 많았는데, 살이 쪄서 그런 줄 알았다. 나는 스스로의 어리석음을 자책했다. 하지만 마음을 굳게 먹었다. 10킬로를 감량해야 했으므로. 그게 행복이의 고통을 줄이는 유일한 길이므로.
다행히 단골 의사 선생님이 좋은 분이었다. 이 선생님은 과잉진료를 하지 않고 - 약도 안 지어줄 때가 많다 - 병원비도 싸게 받는 편이다. 무엇보다 그간 기웃거렸던 다른 병원쌤들과는 조금 치료방식이 다르다. 관절이 안 좋으면 운동을 시키지 말라는 의사도 있다. 그런데 쌤은 말씀하셨다. '그렇게 운동을 안 하고 근육이 퇴화되면 오히려 더 좋지 않다. 나이 들어서 주저앉을 수 있다. 꾸준히 걷고 운동해야 근육에 힘이 붙고 그 근육 힘으로 이겨낼 수 있다. 그러니 절뚝거려도 꾸준히 운동을 시켜야 한다. 조금 지나면 뛰는 것도 괜찮다. 단, 준비운동만 철저히 시키면 된다.' 나는 선생님을 믿기로 했다. 그때부터 행복이의 다이어트는 시작되었다.
우선 밥을 반으로 줄였다. 그리고 하루 1시간 하던 산책을 아침저녁 2시간으로 늘렸다. 행복이는 밥을 줄이니 우울증에 걸려 의욕상실이다. 게다가 전 같지 않게 산책을 힘들어했다. 걷지 않으려고 주저앉기 일쑤였다. 맘이 너무 아팠고, 억지로 산책시키는 게 맞는 건지 불안했지만, 그럴수록 나는 더 독하게 맘을 먹었다. 한 달이 지나고 살이 조금 빠지자, 확연하게 덜 힘들어한다. 서서히 우울증에서도 벗어나기 시작한다. 정확히 8개월 만에 10킬로 감량에 성공했다. 아, 정녕 인간 승리였다. 10킬로를 감량하고 나니 확실히 다리를 덜 절고 편안해한다.
감량 후 일 년 육 개월 정도가 흘렀다. 산책은 새벽 한차례로 줄였고, 밥은 조금 늘였다. 체중은 28~30킬로 사이를 왔다 갔다 하니 아직까지는 성공적으로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사실 나는 간식도 종종 주는 편이다. 주로 칼로리가 낮은 음식이긴 하지만. 밥도 적게 주고 간식도 안 주면 훨씬 다이어트가 쉽겠지만, 그건 식탐 대마왕인 행복이에게 너무 잔인한 일이다 싶어, 대신 운동을 많이 시키는 편이다. 매일 새벽 거르지 않고 산책하고, 주말에 집에 있으면(대부분 집에 있는다) 점심 먹고 또 한 시간을 산책한다. 수술 후 한 달 동안 집에서 요양할 때도 아이들과의 산책은 거르지 않았다. 내 몸은 고돼도 행복이의 먹는 즐거움은 지켜주고 싶은 마음인 것이다.
아직 젊은 강아지가 관절염에 걸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중에 알게 된 건데, 대체적으로 자연적인 교배가 아닌 인간이 예쁜 품종을 만들어내기 위해 강제 교배한 종이 유전적인 병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골든 리트리버 또한 그렇다. 고관절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행복이의 경우 유전적으로 좋지 않은 고관절을 가지고 태어났고, 내가 체중관리를 잘못한 탓에 병이 깊어진 것일 것이다. 알고 보면 강아지들의 유전병은 인간의 이기심이 초래한 끔찍한 결과일 수도 있겠다. 관절염에 걸린 행복이를 돌보며, 나는 다시 한번 반려견을 둘러싼 현실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가끔 갑자기 무리해서 뛰었을 때, 오래 앉아있다 일어설 경우 행복이는 심하게 다리를 전다. 다리를 전다는 건, 걸을 때마다 고통스럽다는 이야기다. 충분한 준비운동 없이 뛰는 건 좋지 않은데, 말 귀 알아먹을 리 없는 강아지 인지라 관리하기가 쉽지 않다. 더 나빠질까 늘 노심초사다. 산책할 때도 다리가 아프니까 살짝 뒤뚱거리면서 걷는다. 그런 행복이를 볼 때마다 항상 마음이 짠하다. 주말에 점심 먹고 아무도 없는 농로길로 산책 가곤 하는데, 그때마다 멀리서 뛰어오는 행복이의 모습에 눈물 나도록 가슴이 먹먹하다. 언제까지 저렇게 즐겁게 뛰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 싶어서 말이다.
대형견은 소형견보다 수명이 짧다. 소형견은 15살 이후까지도 사는 경우가 많은데 비해, 대형견은 10~12년 정도가 기본 수명이다. 행복이는 벌써 5살이다. 10살까지 산다고 가정하면 벌써 절반이나 산 셈이다. 그래서 행복이가 싸이보다 나에겐 더 아픈 손가락이다. 얼마 살지도 못하는 데다 관절염 말고도 여기저기 아픈 데가 많은 강아지기 때문이다. 친구들에게 종종 이야기한다. '나는 내가 죽는 것 보다도 행복이가 죽는 게 더 두려워' 농담처럼 이야기 하지만 사실 나는, 싸복이 남매가 애틋한 만큼 저 아이들을 잃게 되는 것이 참으로 두렵다. 아마도 모든 반려인들이 가지고 있는 '이별'에 대한 두려움일 것이다.
강아지들과 함께 있어 행복한 순간, 언제나 불안함이 함께 뒤따라온다. 언젠가는 저 아이들이 나를 떠나갈 텐데 하는 두려움이 끼어드는 것이다. 현재를 온전히 즐길 수 조차 없음이 많이 아쉽지만, 나는 오늘도 불안감을 애써 뒤로하며 싸복이 남매와의 일상에 집중한다. 그래, 지금 이 순간은 우리가 현재 같이 있음을, 함께 하는 일상이 서로에게 행복인 것만 기억하자. '행복이'가 '행복이'가 된 이유는, 나에게 와서 '행복한' 강아지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가끔 묻는다. 우리 행복이는 나에게 와서 행복했을까? 아니 행복할까? 우리 싸이는? 내가 행복한 만큼 우리 강아지들도 내게 와서 행복했기를, 행복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