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견은 집안에서 키우면 안 되나요?

by 달의 깃털

개를 집안에서 키우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시골에 사시는 분들은 특히 그렇다. 개를 키우는 방식에 대해서 왈가왈부하려는 것은 아니다. 나 역시도 대형견을 집안에서 키우는 것은 좀 곤란하지 않을까 생각했던 적이 있었으므로. 생각이 바뀌게 된 계기가 있다. 정말 운 좋게도 직장에서 5주 동안 시드니 연수를 보내준 적이 있다. 2011년이었나. 홈스테이를 하게 됐는데, 그 집에 고양이와 개가 있었다. '브리지'는 대략 4~50킬로쯤 나가는 대형견이었다. '브리지'는 정말 멋졌고 훌륭했다. 주인의 명령에 짖기를 그칠 줄 알았으며 화장실을 완벽하게 가렸고, 우리들이 식사할 때는 음식을 탐하지 않고 본인의 자리를 지켰다.


'브리지'를 보며 생각했다. '집안에서 대형견을 키우는 게 뭐가 어때?' 그때부터 확고하게 생각을 굳혔다. 돌아가면 오래전부터 꿈꿔왔던 대로 '골든 리트리버'를 키우리라. 그렇게 2012년에 행복이를 만났다. 나는 '행복이'를 키우며, 얼마 지나지 않아 나의 과오를 깨달았다. '브리지'처럼 되기까지는 당연하게(?) 훈련을 해야 한다는 것, 그 훈련과정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 어떠한 강아지도 절대로 저절로 훈련이 되지는 않는다는 것. 저 사실을 간과한 나의 과오는 부메랑이 되어 고스란히 나에게 되돌아왔다.


단풍이 예쁜 가을날, 이제는 뒷모습마저 닮아있는 싸이와 행복이

나는 어려서부터 작은 강아지보다는 대형견을 좋아했다. 왜 그런지 생각해봤는데, 사람들이 조그마한 강아지를 무슨 장난감 마냥 키우는 것이 탐탁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하고, 그렇게 키운 개들은 성격이 '까칠'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기도 하다. 실제로 지금 대형견과 소형견(6킬로)을 같이 키우는 지금, 나는 확실히 대형견이 더 좋다. 행복이가 누워있는 나에게 어느 순간 성큼 다가와서 머리를 기댈 대가 있다. 그게 나름 대형견의 애교법인데, 우리 싸이가 온몸을 비비 틀고 배를 뒤집으며 애교를 부리는 것보다 나를 더 심쿵하게 한다. 집채만 한 행복이를(30킬로임) 껴안고 누워있으면 이 세상 근심 걱정이 모두 다 녹아버린다.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순간이다.


지금 나에게 둘도 없이 소중한 행복이

하지만 대형견을 보살핀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일단, 많이 먹고 많이 싼다. 목욕시키는 것도 당연히 6킬로짜리 강아지에 댈 것이 아니다. 사람들이 유난히 대형견을 많이 유기하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특히 훈련이 되지 않았을 경우에는 큰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짖는 소리는 어떠한가. 너무 우렁차서 감당하기 쉽지 않다. 게다가 대형견은 비교적 철이 늦게 든다. 그만큼 아기 때는 컨트롤이 쉽지 않다. 행복이를 예를 들어보자. 행복이는 배변훈련에 실패한 강아지다. 수많은 우여곡절이 있었고, 1~2년 동안은 가리기도 했었지만, 어쨌든 지금은 내가 출근하고 집에 없을 땐 그냥 거실에다 싼다. 대형견이 배변훈련에 실패했을 경우의 부작용(?)을 여실히 보여주는 경우랄까.


KakaoTalk_20170317_112615590.jpg 볕 좋은 날 일광욕 중인 행복 씨.

게다가 행복이는 철이 들 때까지 다소 시간이 걸렸다. 2살이 되고서야 좀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그전까지 저지레가(물건을 물고 뜯음) 장난이 아니었다. 첫째, 가구를 물어뜯었다. 지금까지 장식장 모서리, 테이블 다리, 문지방, 신발장 등을 갉아먹었다. 두 번째, 물건을 파손한다. 지금까지 버린 물건 목록, 침대 매트리스, 다리미, 전기장판, 놀이방 매트 기타 등등. 그 밖에도 많다. 이전에 살던 전셋집에서는 벽지와 장판을 뜯어내고(능력 좋지 아니한가) 방충망을 훼손했다. 집주인이 친구 어머니였고 원체 낡은 집이어서 다행히 다른 건 그냥저냥 넘어갔지만, 장판 값을 물어주고 와야만 했다.


신축건물인 이전 집에서는 문지방을 티 나도록 갈아먹어 주인 내외 보기 정말 민망할 정도였다. 책이나 휴지를 물어뜯는 건 뭐 사고 축에도 끼지 않는다. 신기한 건 4살이 된 지금은 이게 같은 강아지가 맞나 싶을 정도로 철이 부쩍 들었다는 것. 그렇다고 전혀 사고를 치지 않는다고 하면 오산이다. 아직도 종종 침대 매트에 오줌을 싸고, 잊을만하면 한 번씩 쓰레기통을 뒤집어놓으며, 어느 날 불현듯 평소에는 관심도 없던 쿠션을 물어뜯어기도 한다. 그래도 더 이상 가구는 훼손하지 않으니 신기하다 할 밖에. 거실에다 오줌을 싸도 지정된 자리에 싸는 게 고마울 지경이다.


497.jpg 7~8개월령의 행복이, 이때의 행복이는 천사의 얼굴을 한 악마견이었달까.

가끔 마주치는 동네 사람들 중에 지적장애를 가진 분이 있는데, 그 아주머니는 나보고 대놓고 그런다. '더럽게 개를 집안에서 키운다고' 장애인임을 감안하고 흘려듣긴 하지만, 당연히 기분 좋을 수는 없는 말이다. 큰 개는 밖에서, 작은 개는 안에서 키워야 한다고 누가 정해놓은 원칙이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개를 키우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른다. 요즘 아파트에서 사는 반려견들은 사람 못지않은 대우를 받기도 하지만, 아직도 우리 동네에서는 짧은 목줄을 채운 채 밖에서 키우는 경우가 많다. 가치관과 문화의 차이이므로 뭐라 말 하긴 뭣하지만 동물을 대하는 방식의 차이에 의문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시드니에서 5주를 머물면서, 개를 밖에다 키우는 경우를 보지 못했다. 줄에다 묶어 키우는 경우도 당연히 없었다. 저녁때 산책을 나가면 대부분 개와 함께 나오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야말로 반려견인 셈이다.


KakaoTalk_20170316_154448531.jpg 싸복이 남매는 마당과 집안을 오가며 자유롭게 산다. 볕 좋은 주말 오후 울타리 밖을 열심히 감시하는 중.

하루에 1~2번씩 꼭 산책하는 나는 동네 개들을 훤히 꿰고 있다. 시골 마을답게 목줄을 채운 채 방치하듯 키우는 경우가 많고, 또 적당히 키우다 개장수에게 팔아버리는 경우도 많다. 처음엔 눈에 밟혀 너무나 마음이 아팠지만, 이제는 일부러 눈감고 귀를 닫고 산다. 몇몇 개들에게 마음을 주고 간식도 주며 예뻐했다가, 그 개들이 어느 날 개장수에게 팔려가는 걸 본 후엔 나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더 그렇게 살고 있다.


사람들은 이야기한다. 사람도 먹고살기 힘든데 그깟 개쯤이야. 내 생각은 다르다. 모든 살아 있는 생명은 소중하다. 풀 한 포기 벌레 한 마리도 소중하지 않은 것은 없다. 내 생명이 중하고 존엄한 만큼 다른 살아있는 모든 것들도 그렇다. 동물들은 사람보다 약한 존재다. 사람들이 괴롭히면 고스란히 그 괴롭힘을 당하는 수밖에 없다. '희망의 이유'를 쓴 '제인 구달'은 모든 동물은 사람이 느끼는 감정들 - 고통, 기쁨, 외로움, 슬픔 - 을 고스란히 느낀다고 말했다. 사회적인 약자에 대한 배려가 필요한 것처럼, 인간보다 약한 존재인 동물에 대한 배려도 당연히 필요하다.


어릴 때부터 개를 좋아하긴 했지만, 정작 싸 복이 남매를 키우면서 내가 동물과 얼마나 궁합이 잘 맞는지를 알았다. 원래도 집안에 박혀있는 걸 좋아했지만, 싸복이 남매와 함께 살면서는 더더욱 집순이가 되어 간다. 집만큼 편한 곳이 없기 때문이다. 싸복이 남매를 만나지 않았다면, 나 자신에 대해 또 한 가지를 알지 못하고 죽을 뻔했다. 그리고 나 아닌 다른 생명의 소중함 또한 크게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게 싸복이 남매 덕에 나는 오늘도 성장한다. 내 삶을 윤택하고 풍요롭게 해 준 싸복이 남매에게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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