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희네 오 남매(탄이, 혜교, 강이, 미니몽, 신비), 언제부턴가 모르게 5남매 사이에 끼어든 어린 미유, 삼 남매를 잃은 어미 예쁜이, 뭉치의 남은 유일한 새끼 심이. 우리 집 뒷마당에 터를 잡고 사는 총 8마리의 길냥이들이다. 아니, 이었다.
과거형을 쓴 이유는 이제 더 이상 8마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제일 먼저 자리를 옮긴 건 '심이'다. 겨울 내내 우리 집에 머물던 뭉치의 유일하게 남은 새끼 '심'이는 날이 풀리자마자 거처를 원래 살던 곳으로 옮겼다. 그다음으로 태희네 육 남매 중 미유와 미니몽이 어느 날부턴가 보이질 않았다. 심이가 거처를 옮긴 것은 그리 서운하거나 걱정스럽지 않았다. 원래가 우리 집에서 밥만 먹던 냥이이고, 거처를 옮긴 뒤에도 며칠에 한 번씩 얼굴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매일 보던 미유와 미니몽은 그림자도 보이지 않으니, 걱정스러운 마음이 크다.
어떻게 된 일일까.
태희네 육 남매와 예쁜이가 늘 함께 자던 겨울에 찍은 사진입니다. 가운데가 미니몽입니다. 부엉이를 닮은 아주 매력적인 외모를 가졌어요.
처음엔 혹시 무지개다리를 건넌 게 아닐까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왠지 그건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근거를 묻는다면 딱히 정확한 답변을 할 수는 없지만, 그냥 느낌이 그렇다. 고양이 탐정에게 들은 이야기인데, 길냥이들이 거처를 좀처럼 옮기지 않는다는 건 편견이란다. 우연히 다른 동네에 갔다가 거기가 맘에 들면, 거처를 쉽게 옮기기도 한단다. 특히 냥이들은 습기가 높아지는 계절이 오면 집을 떠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집냥이들의 가출신고가 가장 빈번한 것 또한 여름이라고.
미유와 혜교가 함께 있네요. 둘 다 미모가 출중해서 늘 업어오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커다란 함정은 둘 다 남자라는 사실^^ (오랫동안 여자인 줄 알았습니다)
태희네 육 남매는 작년 오월 우리 집 뒷마당 대숲에서 태어나 꼬물이 시절부터 일 년이 넘게 우리 집에 살았다. 좀처럼 외출을 하지 않던 어린 시절과 달리, 육 남매는 점점 커가면서 외출이 잦아졌다. 그래도 대개 아침나절에 밥을 줄 때는 내 주위에 옹기종기 모여들곤 했다. 나는 매일 아침 혼자만의 출석체크를 했다. 어쩌다 한 번씩 누군가 결석하는 때도 있었지만, 결석은 오래가지 않았다. 하지만 올봄 이후부터는 부쩍 며칠씩 얼굴이 보이지 않는 녀석들이 늘어가기 시작했다. 태희네 육 남매는 이제 더 이상 집에만 머무는 어린 고양이가 아닌 것이다.
마지막으로 본 미유의 모습입니다. 하늘이가 가출했을 때, 하늘이를 잡으려고 뒷마당에 죽치고 있을 때 풍경입니다. 통조림을 계속 주었더니 모두들 제 곁에서 편안하게 자리를 잡더라고요
그러다 결국 어느 날 육 남매의 막내, 나를 제일 따르는 어린 미유의 모습이 보이지 않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며칠 후에는, 미니몽과 예쁜이가 보이지 않았다. 이제 아침나절에 꼬박꼬박 출석체크를 하는 것은 강이, 신비, 탄이, 혜교 네 마리뿐이다. 그래도 예쁜이는 뜨문뜨문 집 근처를 배회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는데, 7월 초 이후 미유와 미니몽은 단 한 번도 마주친 적이 없다. 미유와 미니몽은 고향과도 같은 우리 집을 정말 떠난 것일까?
미유는 어느 늦가을, 갑자기 뒷마당에 '툭'하고 나타나서 태희네 오 남매와 자연스레 어울렸습니다. 모두들 어린 미유에게 친절하고 다정했습니다. 우리 모두의 사랑을 듬뿍 받았더랬죠.
특히 미유는, 육 남매 중 가장 어린 막내였기에 마음이 더 쓰인다. 내 손을 타지는 않았어도 태희네 육 남매 중 가장 나를 따랐기에 정도 많이 들어 더 안타깝다. 어쩌면 미유와 미니몽은 고양이 별로 돌아갔을 것이다. 나 자신이 미유와 미니몽의 죽음을 믿고 싶지 않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길냥이들을 거두면서, 늘 길냥이들과의 갑작스러운 이별을 대비하면서 산다. 어느 날 갑자기 보이지 않으면, 저 먼 고양이 별로 돌아간 거라고.
미유가 많이 그립습니다. 언제가 다시 만날 수 있었으면,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미유와 미니몽만큼은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 않다. 습도가 높아지는 계절이 오면 집을 떠나는 냥이들이 많아진다는 고양이 탐정의 말처럼 저기 어디 멀리 다른 동네에서 잘 살고 있을 거라고 그렇게 믿고 싶다. 그 동네가 좋아져 거기에 자리를 잡은 거라고, 산과 들을 쏘다니면서 자유롭고 행복하고 멋지게 살고 있을 거라고.
아침에 밥 줄 때마다 북적북적했던 뒷마당에 이제 꼬박꼬박 출석체크를 하는 건 4마리뿐이다. 확실히 먹는 사료양도 많이 줄었다. 계속해서 하나둘씩 늘어만 가는 길냥이들이 조금은 부담스러웠던 것도 사실인데, 이렇게 아이들이 확 줄어들고 보니 마음이 참으로 헛헛하다. 모두들 어딘가에서 무사하게 잘 지내고는 있을까.
미유와 미니몽은 여기 아닌 어딘가에서라도 둘이 '함께' 이기를, 그러기를 바랍니다.
나는 믿는다. 날이 추워지는 계절이 오면, 미유와 미니몽이 따뜻한 잠자리와 맛있는 식사를 찾아 우리 집으로 다시 돌아올 거라고. 한동안 보이지 않았던 탄이와 혜교가 결국은 다시 집을 찾아 돌아온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