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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의 깃털 Aug 02. 2019

하늘이와 어멍의 수난 일기

그 두 번째 이야기

마침, 친한 동생 둘과 일일 여행을 가기 위해 월요일에 연가를 내놓은 상황이었다. 하늘이가 가출한 상황을 아는 동생들이 일요일에 집으로 와주었다. 월요일까지 어떻게 해서든지 하늘이를 잡아야만 한다. 더 이상 휴가를 내는 것도 눈치가 보였다. 하늘이는 집 근처를 벗어나지 않았다. 산으로 들로 놀러 다녔던 뭉치와는 달랐다. 집으로 돌아오고 싶어 하는 게 느껴지는데(하늘이는 출신은 길냥이어도 성향이 집냥이스런 아이다), 쉽게 잡히질 않으니 안타까움은 배가 되었다. 내 실수 때문에 벌어진 일이니, 누굴 탓할 수도 없었다. 속은 까맣게 타들어갔다.


집이 최고로 좋은 곳임을 알렸다! 이젠 문 밖으로는 한 발자국도 안 내 보낼 테다!

하늘이는 고양이답게 밀당의 고수였다. 장난감으로 간식으로 수없이 많은 시간을 꼬셨다. 다가올 듯, 잡힐 듯하면서 결코 쉽게 곁을 내주지 않았다. 한참을 꼬실 때는 올 듯 말 듯 곁을 안 주다가, 포기하고 돌아서면 따라올 때도 있었다(정말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어느 날 아침은 내가 나타나자, 저 멀리에서 반갑게 뛰어오기도 했다(야, 이럴 거면 그냥 나한테 잡히라고~). 하늘이가 돌아오기까지 6일 동안 정말 하느님을 많이 찾았다. '하느님 아버지, 하늘이만 돌아오게 해 주신다면 앞으로는 정말 착하게 살겠습니다.' 하며. 그동안 시간 없다는 핑계로 장난감으로 제대로 놀아준 적이 없는 것도 후회를 많이 했다. '하늘아, 다시 돌아오면 어멍이 매일매일 놀아줄게. 제발 집에만 돌아와 다오.'


밀당의 귀재, 요물 중의 요물 하늘이. 내가 하늘이에게 홀린 것만큼은 사실인 듯싶다.

화요일 이른 아침, 2시간을 꼬셔 또 한 차례 목덜미에 손이 닿았으나, 다시 실패. 이렇게 되고 보니, 나는 손발이 떨리고 앉아있기도 힘든, 병원에 실려가기 직전이 되었다.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해서 신중에 신중을 기했는데도 경계가 심해진 하늘이를 결코 잡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엉엉 울며 팀장님에게 전화를 했다. '아파서 출근 못한다고, 고양이를 아직 못 잡았다고~' 당황하신 팀장님이 괜찮다며 오히려 다독거려 주신다. 지금 생각하면 이 역시 참으로 부끄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 상황은 뜻밖에 다른 방법으로 해결이 되었다. 친한 동생들은 집으로 돌아가고, 평소에 싸복이 남매와 하늘이를 가끔 돌봐주던 나의 알바생이 도와주기 위해 집에 왔다.  


싸이 엉아를 그렇게 좋아하면서 왜 그렇게 집에 안 들어오겠다고 튕겼는지 ㅋㅋ

'집 나간 고양이 찾는 법 좀 검색해 봐야겠어요~' '내가 다 봤어. 별 거 없어.' '고양이 탐정이라는 게 있네요?' 

그렇다. 고양이 탐정의 존재를 알고는 있었지만, 미처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지 못했던 것이다. 나는 무릎을 쳤다. 당장 고양이 탐정을 섭외했고, 오후 1시쯤에 탐정이 도착했다. 저녁 8시경에 하늘이를 잡았다. 고양이가 어디 있는지 알 경우에는 100% 잡을 수 있다고 한다. 대개는 집을 나간 고양이가 어디 있는지조차 모를 때 고양이 탐정을 부른다. 전국에 유명한 고양이 탐정이 5명이 있는데 나는 '단단스'라는 탐정을 불렀다. 나머지 4명이 다 연락이 안 되어 섭외했는데, 운 좋게도 동물 구조활동을 한 전력이 있는 사람이었다. 


이제는 다 커서 가리가리 방석이 좁게 느껴질 정도다.

기다리는 시간 동안 고양이 탐정과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그 과정에서 내가 하늘이를 잡기 위해 시도한 방법 중에 제대로 된 방법은 하나도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 외에도 집냥이를 키울 때 유의해야 하는 점에 대해서도 많은 교육을 받았다. 하늘이가 집을 나간 이후, 힘들었던 점 중 하나가 어디 물어볼 곳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었다. 주변을 아무리 둘러봐도 나보다 경험이 많은 이가 없었다. 탐정도 말한다.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 중에 잘못된 것들도 많이 있다고. '단단스'는 단지 돈을 벌기 위해 탐정 일을 하는 것 같진 않았다. 고양이를 정말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그래도 마지막엔 운이 꽤 좋았던 셈이다. 


드물긴 해도 행복이 와도 가끔 '러브모드'를 연출한다. 삼 남매가 사이가 좋으니, 맘이 늘 좋다.

탐정을 부르느라 돈도 많이 들고, 무엇보다 마음고생이 심했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말 많은 것들을 깨달을 수 있었다. 고양이의 성격이나 습성에 대해서 더 많은 것들을 알 수 있었으며, 내가 하늘이를 대하는 방식을 되돌아보는 계기도 되었다. 길냥이들을 돌보는 삶을 살다 보니, 인간이 고양이와 함께하는 방식에 대한 고민이 늘 많았다. 집을 나가 떠도는 하늘이를 보며, 반려동물과의 삶에 대한 철학적인 고민들은 더 깊어져 갔다. 저 고민들이 아마 나를 신념대로 행동하는 사람을 만들었을 것이다. 하늘이는 어떤 의미로든지 참 내게 특별한 존재다.


- 3부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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