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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의 깃털 Jun 18. 2020

뒤뜰 냥이들을 향한 나의 짝사랑

반려동물 이야기 109

나는 지금까지 글에서, 우리 집 뒤뜰에 거주하는 냥이들을 '우리 집 길냥이들'이라고 칭했다


우리는 특정한 거처 없이 길에서 사는 냥이들을 '길냥이'라고 한다. 아니면 집냥이가 아니라는 의미에서(인간과 함께 살지 않는다는 뜻일까) 그렇게 부르는지도. 그렇다면 우리 집 길냥이들을 '길냥이'라고 부르는 건 맞는 일일까. 우리 집 뒤뜰에서 태어났고,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뒤뜰에서 보내는데. 이쯤 되면 그냥 '우리 집'냥이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집에서 함께 사는 냥이처럼 관리를 해줄 순 없어도 밥도 주고 중성화도 해주고 많이 아프면 병원에도 데려가는데. 


통조림 아침 먹을 시간이에요. 강이탄이 남매가 이 시간을 귀신같이 알고 매일 기다리고 있답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뒷마당에서 '붙박이'로 살고 있는 '탄이, 강이, 신비, 예쁜이'만큼은 '길냥이'라는 명칭을 버리고, '뒤뜰 냥이'라고 부르기로 정해 본다. 비록 내 선택으로 함께 하게 된 아이들은 아니지만(태희가 나한테 허락받고 뒷마당에 새끼를 낳은 건 아니다. 뭐, 예쁜이도 '여기서 살아도 되나요?'라고 물어본 적은 없다. 물어볼 수도 없고), 살짝 억울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긴 하지만(내가 자발적으로 데려온 것은 아니므로), 이런 식으로 명칭까지 정리하고 보니, 완전히 내 새끼들이 된 기분이 든다.


뒤뜰 냥이들과 함께 한 지도 어언 2년의 세월이 흘렀다.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인데, 어째 뒤뜰 냥이들과 나와의 관계는 극적인 진전이 없다. 태희네 남매 '탄이, 강이, 신비'는 꼬물이 시절부터 나만 보면 식겁해서 도망을 가더니, 다 큰 지금이라고 해서 별반 달라진 게 없다. 옆집에 새끼를 낳으면서 우리 집에 정착한 예쁜이도 매한가지다. 두어 번 얼굴을 보았나 싶은데, 옆집에 새끼를 낳았다. 어릴 적에 고양이 별로 돌아간 세 마리 새끼 중 두 마리를 직접 내 손으로 묻어준 인연에도 불구, 아직까지도 내가 가까이 다가가면, 아주 열심히 '하악질'을 날린다.


통조림 시식 중인 강이와 탄이. 탄이야~ 강이 거랑 네 거랑 똑같은 거야. 어멍이 애정을 똑같이 담았단다^^

탄이, 강이는 그래도 아침에 통조림을 따면 귀신같이 알고 내 곁에 몰려든다. 이때만큼은, 특히 탄이가, 얼굴을 바짝 대고 친한 척을 한다. 통조림을 얼른 내놓으라는 이야기다. 이러한 일상이 반복되다 보니, 제법 친해지지 않았나 싶다가도, 다른 시간에 마주치면 아침과는 완전히 다른 얼굴을 하는데, 마치 '지킬박사와 하이드'를 보는 것만 같다. 그래도 탄이는, 나를 보면 경계는 그다지 하지 않고, 가까이 다가갔을 때만 살짝 하악질을 날리는데(하악질이 하늘이가 내게 하는 것보다 어설픈 것이 그냥 '더 이상 가까이 오지만 마' 하는 의미 같다.), 강이는 나만 보면 눈을 똥그랗게 뜨고 바짝 경계를 한다. 언제 내가 너한테 통조림을 얻어먹었냐, 하는 표정이다.(아, 몹시 빈정 상한다.)


탄이는 통조림 줄 때만큼은 낯을 안 가린다. 매일 아침 바짝 코 앞에 얼굴을 들이민다.

그래도 예쁜이에 비하면, 강이탄이는 나를 따른다고 볼 수 있겠다. 예쁜이는 가까이 다가가면 하악질을 멋지게 날려주시는데, 탄이의 하악질과는 차원이 다르다. 눈물이 찔끔 날만큼 아주 무섭다.(사실 속내는 가소롭다.) 그러면서도 도망은 가지 않으니, 그것이 참으로 신기한데, 나는 내 식대로, 저것이 나를 따르는 증거라고 뻔뻔하게 믿고 있다. 그나마 예쁜이도 신비에 비하면 양반이다. 같은 형제인 강이탄이하고도 어울릴 줄 모르는 아웃사이더 신비는, 뭐, 그냥 날 보면 피하느라고 바쁘다. 물론 통조림도 내가 가까이 있을 땐 절대 먹지 않는다. 


예쁜이가 이날은 영 피곤한지 내가 다가가는 줄도 모르고 숙면 중이다. 나는 아침마다 바로 옆에 통조림을 진상한다.

신비에 관해서라면 할 말이 참 많다. 우여곡절 끝에 구내염이 심했던 신비의 발치 수술을 했는데, 이후 한 달여를 지켜본 결과, 구내염이 백 프로 완치되지는 않은 모양새다. 여전히 침을 흘리기도 하고, 밥을 먹긴 하는데 통 살은 찌지 않고, 먹을 때 가끔 불편해 보이는 것이 그렇다. 발치만 하면 구내염이 백 프로 낫는 줄 알았다.(아, 나는 정식 캣맘의 타이틀을 달기엔 많이 부족하다.) 발치 후에도 구내염이 낫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의도한 건 아닌데, 신비 집이 부엌 창문에서 정통으로 보이는 위치에 있다. 통조림 열심히 먹고 있는 신비의 뒤태. 부엌에서 찍은 사진.

이 참에 구내염에 관해 공부를 많이 했다. 구내염은 꾸준한 치료가 중요한데 손을 타지 않는 길냥이들은 그것이 쉽지 않다. 이미 발치를 했으니 방법은 항생제뿐인데, 항생제를 써도 그때뿐이고, 오히려 끊으면 더 나빠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게다가 항생제는 오래 복용하면 장기가 망가져 건강에 되려 해로울 수도 있단다. 그마저도 허피스를 앓을 때, 항생제를 먹이려고 시도해 봤는데, 통조림에 섞어도 귀신같이 알고 잘 먹지 않는다.(엊그제도 구충제 먹이려다 실패했다.) 그러니 신비에게 약을 꾸준히 먹이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이거 말고도 타우린도 사고 습식사료도 샀다. 신비가 조금이라도 살이 붙고 건강해졌으면 하는 소망이다.

폭풍 검색을 통해, 결국 스스로의 면역력을 키워주는 것만이 방법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초유성분, 락토페린, 타우린 등, 면역력을 높여준다는 영양제를 구입했고, 페니실린이 나오기 전에 항생제 역할을 했다는 '콜로이드 실버'도 구입했다. 실제 일본에서는 구내염이 심한 냥이들에게 '초유'와 '콜로이드 실버'를 권하기도 한다고 한다. 다행히 영양제를 섞은 습식사료를 신비가 곧잘 먹는다. 공들여 수술까지 했는데, 신비가 좀 더 건강해진 모습을 보고 싶은 욕심이다. 이참에 몸이 많이 약해 보이는 예쁜이와, 탄이, 강이에게도 아침마다 영양제를 주고 있다. 뒤뜰 냥이 '면역력 증진' 프로그램을 시작했다고나 할까.


엊그제 주말, 뒤뜰에서 내내 일했는데, 이상하게 이날만큼은 신비가 나를 많이 피하지 않았다. 신비와 눈 맞추며 한참을 앉아 있었다. 이제는 나의 마음을 좀 알아주려는 걸까.

각종 영양제를 사느라 돈을 쓰면서, 어찌나 우리 하늘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드는지. 하늘이는 영양제는 고사하고 통조림도 제대로 줘 본 적이 없다. 건강을 위한 체중조절 때문이긴 하지만 간식도 잘 주지 않는다. (하늘아, 넌 건강하니까 어멍을 이해해 다오) 신비가 통조림을 잘 먹는다 싶으면 마음이 참 좋고, 아파서 잘 못 먹을 땐 마음이 미어진다. 외출이 잦은 다른 아이들과 달리 뒤뜰에만 있는 것도 아파서 그런가 싶어 안쓰럽고, 저러다 잘못되면 어쩌나, 집으로 들여야 되나 고민하느라 늘 마음이 편치 않다. 뒤뜰 냥이들을 향한 나의 짝사랑이 참으로 애달프고 또 애달프다. 얘들아, 이쯤 되면 한 번쯤은 나에게 좀 마음을 줘도 되지 않겠니.


저녁엔 물에 불린 사료를 줬었는데, 먹지 않는 날이 종종 있어, 엊그제 묘책으로 츄르를 섞은 사료를 주었다. 다행히 엄청 잘 먹는다. 앞으로는 사료에 계속 츄르를 섞어줄 예정이다.

뒷마당에 사료를 놓아두기 시작했을 때, 이렇게 까지 일이 커질 거라고는 결코 예상치 못했다. 사건이 너무 커져버린 느낌이지만, 가끔은 감당하기 힘들단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책임감이 더 커지고, 자꾸 단단하고 강해지는 나 자신을 보게 된다. 길냥이들을 보살피다 마음의 병을 얻는 캣맘들도 많다고 한다. 무너지거나, 주저앉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해 아이들을 보살피고 싶고, 오래오래 뒤뜰에서 노니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싶다. 내 작은 노력으로, 아이들의 삶의 질이 조금이라도 나아질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시간이 오랜 흐른대도, 뒤뜰 냥이들이 결코 내 맘을 받아줄 것 같지는 않다. 나의 짝사랑은 어쩌면 오랜 시간 계속될 것이다. 그래도 상관없다. 집에 있는 시간 동안, 나는 틈틈이 뒷마당을 훔쳐본다. 널브러져(?) 숙면을 취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는 것이 참으로 흐뭇하다. 저 찰나의 순간, 내 마음의 작은 울림, 그거면 됐다. 아이들이 자기 몫의 삶을 다하고 고양이 별로 돌아가는 그 날까지 나의 짝사랑은 멈추지 않을 것 같다.



별책 부록

싸복이 남매와 하늘이의 숨은 팬(?)들이 서운해하실까 봐 아이들 소식을 몇 줄 적어봅니다. 얘네들은 너무너무 잘 지내고 있어요. 매일매일이 그날 같은 평범한, 그래서 더 반짝반짝 빛이 나는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하늘이는 크면서 점점 할머니 뭉치를 닮아가는지, 한층 더 까칠하고 도도해졌습니다.

어째 애가 성질이 점점 까칠해져 간다. 뭉치 손자 아니랄까 봐, 뭉치 빼박이다. 좀 만 수틀리면 내 손을 물어제끼고, 가끔 하악질도 장난 아니다. 그런데도 하나도 얄밉지는 않으니, 내 신세가 '을'도 이런 '을'이 없다. 그래도 뭉치가 그랬던 것처럼 잘 때는 꼭 내 머리맡에서 잔다. 새벽녘에 설핏 잠에서 깨어, 머리맡에 하늘이를 볼 때 참 행복하다. 이 맛에 '자발적인' 을이 되어, 기쁜 마음으로 지내고 있다.


에어컨 광고 아님. ㅋㅋ

행복이 팔자 상팔자다. 무더운 여름, 어멍이 아끼지 않고 에어컨 빵빵 틀어주시니, 명당자리 떡 하니 차지하곤, 도통 움직일 기미가 없다. 벌써 여덟 살이나 되었는데(대형견은 수명이 짧으니 적지 않은 나이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고, 행복이 스럽게 무념무상, 똥꼬 발랄하게 잘 지내고 있으니, 그저 고맙다.


하늘이는 싸이 옆이 좋고, 싸이는 하늘이가 옆에 있는 게 싫다. 싸이는 지금 숙면 중이라 상황 파악이 안 되는 중.

싸이 또한 여전하다. 의젓한 장남답게, 범생이답게 사고 한 번을 안 치고 점잖게 지낸다. 행복이를 여전히 끔찍이 아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행복이를 질투하며, 사생팬 하늘이와는 언제나처럼 데면데면, 그렇게 잘 지내고 있다.


출근하기 직전에 찍은 사진. 평화로운 우리 집 아침 풍경^^

어멍이 출근하든지 말든지, 각자 자기 자리에서 숙면 중인 싸복이 남매와 하늘이의 모습이다. 편안해 보이는 아이들의 모습을 볼 때면, 저절로 내 마음도 따라 편안해진다. 


다양한 사연과 이야기로 나의 삶에 들어온 싸복이 남매와 하늘이, 뒤뜰 냥이들, 그리고 우리 동네 길냥이들, 모두가 다 소중한 인연이다. 참,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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