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는 결국 지난 주말에 뒤뜰로 돌려보냈습니다.
어쩌면 저는 처음부터 잘 알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2년 반동안이나 뒤뜰에서 자유롭게 살았던 신비가 집에 적응하는 것이 무리였다는 것을요. 짧은 시간 안에 저와 친해질 수 있는 아이였다면, 2년 반동안이나 저하고 내외하지도 않았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신비를 집에 들였던 것은 어쨌거나 안타까운 마음이 컸기 때문일 겁니다. 그동안 고통스러워하는 신비를 지켜보는 일이 힘에 부쳤기 때문일지도요.
집에 온 후부터 내내 신비는 구석에 짱 박혀 정말 단 1cm도 움직이지 않았다. 너무 크게 스트레스를 받을까 봐 사실 그리 자주 들여다보지도 못했는데, 시간이 흐른 후에 들여다봐도 좀 전에 봤던 그 자세 그대로였다. 가까이 다가가면 아주 작은 목소리로 처량 맞게 울고, 그보다 조금 더 다가가면 하악질을 한다. 저렇게 움직이지 않으면서 도대체 밥은 어제 먹고 화장실은 언제 가는지 불가사의했다. 아마도 인기척이 없는 틈새에 아주 조심스럽게 몰래몰래 움직였을 것이다.
우리 집에 머무르는 며칠 동안 졸고 있는 건 봤어도, 자고 있는 모습 한 번을 못 봤다. 고양이가 강아지보다도 잠자는 시간이 길다는 것을 생각할 때, 얼마나 긴장상태에 있었는지를 알 수 있다.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멀찌감치 떨어져 앉아 신비에게 말을 걸었다. '신비야. 그냥 우리 집에서 같이 살면 안 될까. 마음을 좀 열어주면 안 될까. 엄마가 마음이 너무 아파서, 너 아픈 걸 보는 게 정말 힘든데. 어떻게 안될까' 하며.
오히려 뒤뜰에 있을 때보다 신비를 살펴보기 어려웠다. 스트레스받을까 봐, 자주 들여다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밥 먹을 때 고통스럽지 않은지도, 밥 먹는 모습을 볼 수 없으니 알 도리가 없었다. 집냥이로 있으면 뭐라도 좀 더 챙겨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맘에 결단을 내린 건데, 이래서는 뒤뜰에 있을 때보다 더 해줄 수 있는 게 없어 보였다. 이렇게 단 며칠도 안쓰러워 버티기 힘든데, 한주 두 주, 한 달 두 달의 시간을 버티는 건 무리다.
뒤뜰에 사는 강, 탄, 예삐 트리오도 나를 따르지 않기는 매한가지다. 그래도 얘네들은 통조림을 따면 내 코앞까지 따라오고, 내가 가까이에 있어도 곧잘 통조림을 먹는다. 통조림을 따도 절대 내 앞까지 오지 않는 아이가 신비다. 그냥 멀찍이서 (아주 작고 가냘픈 소리로) 밥 달라고 우는 게 고작이다. 게다가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같은 남매들하고도 어울리는 모습을 본 적도 없다. 사람도 고양이도 다 싫은 것이다. 2년 반 동안, 2미터 이하를 절대 허용하지 않던 아이가, 일주일이, 한 달이 흐른다고 달라질 수 있을까.
며칠 항생제를 먹이고 내 보내야겠다고 마음을 다졌다. 주말이 되었다. 이젠 신비를 보내줄 때가 된 것이다. 이제 내보내자 마음먹은 시점부터 나는 대성통곡을 시작했다. 신비에게 계속 말했다. '신비야. 도망가지만 마. 그냥 뒤뜰에만 있어. 예전처럼. 제발' 눈물 콧물이 범벅이 된 채 신비를 케이지에 넣었고 뒤뜰 집 앞으로 데려갔다. 케이지 문을 열어도 나올 생각이 없다. 그 짧은 순간, 나는 갈등했다. 지금이라도 케이지 문을 닫고, 신비를 다시 집안으로 데려가고 싶었다.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돌렸다. 그것이 진정 신비를 위한 길이라고 위안하며.
집으로 돌아와서 한참을 대성통곡을 하고 있다가, 문득 창문으로 뒤뜰을 내다보았다. 아침에 차려주었으나 먹지 않았던 밥을 혹시나 먹을까 싶어 집 앞에 두었는데, 신비가 밥을 먹고 있는 게 아닌가. 편안함을 찾은, 자연스러운 신비의 모습을 보자, 신기하게도 마음이 흘쩍 가벼워졌다. 그래, 저기가 신비가 있어야 할 자리구나. 신비에게 맞는 자리구나. 언제 대성통곡을 했었나 싶게 마음이 금세 안정을 찾았다. 어쩌면 나의 괜한 욕심으로 서로를 힘들게 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신기한 건, 이러한 사건 이후 부쩍 신비와의 사이가 가까워졌다고 느껴진다는 점이다. 나를 보고 유독 더 울어재낀다. 가끔 창문으로 볼 때도 울고(반갑다는 신호라고 내 마음대로 해석한다), 내 발자국 소리만 들려도(아직 얼굴도 안 봤는데) 야옹야옹거린다. 이전과 무언가 달라진 모양새다. 나는 신비가 내 마음을 조금은 받아준 거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우리 사이가 아주 조금(1cm쯤) 가까워진 것이라고.
사람도 다 성격이 제각각이듯이, 고양이들도 그렇다. 강이, 탄이, 예삐, 신비 모두 나를 대하는 방식이 조금씩 다르다. 신비는 사람도 싫고, 고양이도 싫다. 어쩌면 조금 더 예민하고 섬세한 아이인지도 모르겠다. 신비는 뒤뜰에서 조차, 한 번도 널브러져 자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강탄 예삐 트리오는 가끔 무방비 상태로 널브러져 잔다. 내가 다가가는 줄도 모르고). 이런 신비에게는 병원과 우리 집에서의 며칠이 지옥 같은 시간이 아니었을까.
마음을 편히 가지기로 했다. 신비가 또 아프면, 다시 잡아서 병원에 데려가면 된다. 지금 당장은 놀라서 집에는 잘 안 들어가고, 테라스에만 있는데, 시간이 흐르면 그렇게 좋아하던 집에 들어가겠지. 뭐, 어떻게든 간절하면 무슨 방법이 생기겠지, 하고 마음을 편히 먹어본다. 구내염이 재발하면 마음이 많이 아프겠지만, 그 또한 어쩔 수 없는 일일 것이다.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하면 될 것이다. 당분간은 하루 두 끼 영양제를 듬뿍 담은 진수성찬(?)으로 신비에게 특별식을 챙겨줄 예정이다. 이제 더는 아프지 말고, 사는 동안 더 이상 고통받지 않기를 바란다.
신비야~ 언제까지나 뒤뜰을 잘 지켜다오. 우리 오래오래 행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