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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의 깃털 Mar 26. 2021

신비의 구내염은 완치될 수 있을까

나는 건강해진 신비의모습을 보고싶다

뒤뜰 냥이 신비가 심한 구내염으로 처음 발치 수술을 했던 게 작년 5월의 일이다.


얼마 후 다시 구내염이 재발했고, 8월에 미처 발견하지 못한 이빨 조각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 같은 시기에 발치 수술을 했던 예삐는 송곳니까지 모두 제거한데 반해, 신비는 송곳니를 남겨두었다. 의사쌤이 도저히 뺄 수 없다고 했다(고양이 송곳니 발치가 쉽지 않은 일이라고 들었다). 남아있는 송곳니 때문이었는지 신비는 두 번째 수술 후에도 여전히 구내염으로 괴로워했다. 그런 신비를 지켜보며 늘 맘이 편치 않았다.


내가 얼기설기(?) 만들어준 전용 집 테라스에서 낮잠을 즐기고 있는 신비

두 번째 수술 후, 며칠간 집에 들였던 신비를 놓아주며 난 많이 울었다. 집에 적응하는데도 실패했으니, 내가 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제발 건강해지기를 바라고 또 바랬던 나의 간절함 바람에도 불구하고, 신비의 구내염은 결국 또 재발하고 만 것이다.


더 이상 방법이 없었다. 항생제를 통조림에 섞여 먹이기 시작했다. 처음엔 한두 달만 먹여보자 싶었는데, 중간에 며칠 끊으면 상태가 더 나빠지는 걸 확인한 후부터는, 항생제는 일상이 되었다. 언젠가는 내성이 생겨 듣지 않을 텐데 어쩌지 하는 걱정, 어쩌다 하루 통조림을 먹지 않으면 많이 아픈가 싶어 걱정, 신비를 지켜보며 나의 근심은 나날이 깊어만 갔다. 


12월에 찍은 사진, 이때만 해도 제법 살이 올라 어느 정도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어느 날부턴가 중간에 한 번씩 통조림을 입에 대지 않는 날이 늘어간다. 게다가 살찌라고 특별히 신비에게만 주었던, 곧 잘 먹던 간식도 입에 대지 않는 날이 많다. 간식 집중 공략으로 조금 살이 쪘나 싶었던 신비가 다시 조금씩 여위어 간다. 피부염도 다시 도지는 듯 싶고, 콧물도 늘 달고 산다. 항생제가 내성이 생긴 것일까. 어찌하면 좋을까. 


그러던 어느 날, 신비가 상태가 확 안 좋아지며 밥을 입에도 못 댄다. 확연히 고통스러워하는 것이 눈에 보인다. 가슴이 미어지기 시작한다. 두 번이나 수술을 시켰는데 내가 뭘 더 해볼 수 있단 말인가. 아니, 더 이상은 나도 정말 여러 가지로 힘들다. 지켜보기 괴로워도 그냥 외면하는 수밖에 없다며 매일 마음을 다잡았다. 혼자서 눈물바람도 여러 번, 견디다 못해 나는 하느님께, 제발 저 아이의 고통을 거두어 달라고, 차라리 그냥 저 아이를 데려가 달라고 기도하기도 했다. 


병원에 가기 이틀 전의 사진, 일주일 넘게 밥을 먹지 못해 상태가 많이 좋지 않았다

상태가 점점 안 좋아지니, 어느 날인가부터 따뜻한 보일러실에 자리를 잡았다. 움직임도 둔해졌다. 지난주 화요일 아침에 봤을 때는, 상태가 심각했다. 신비의 고통이 고스란히 나에게 전해졌다. 다시는 병원에 데려가지 않겠다는 결심과 달리, 나는 이미 보일러실 문을 잠그고 있었다(문이 구조물로 막혀 있어, 문을 닫으려면 난리 법석을 피워야 한다). 밖에서 이 정도 난리가 났으면, 예전 같으면 벌써 도망가고도 남았을 텐데 많이 괴로운지 미동도 없다. 문을 잠근 후에는 쉽게 잡아(아프니까 그 사납던 아이가 크게 반항도 안 했다), 병원에 데려갈 수 있었다.


퇴원 후, 풀어주기 직전에 찍은 사진. 너무 마른 신비가 안쓰럽다

지켜보기 너무 힘드니 뭐라고 해달라고 사정했고, 마지막 남은 송곳니를 제거해 보기로 했다(송곳니는 구내염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했다. 또다시 재발할 확률이 높다는 이야기다). 뭐라도 해봐야 내가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몸이 약하니 마취에서 깨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지만 나는 별로 걱정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지켜본 신비는 정말 생명력이 강했다. 그렇게 쉽게 죽을 아이가 아니라는 믿음이 있었다. 내 짐작대로 신비는 비쩍 마른 몸을 하고도 세 번째 발치 수술을 잘 이겨냈고, 5일 동안 입원 후에 며칠 전에 퇴원을 했다.


퇴원한 날 저녁, 다행히 숨지 않고 평소 좋아하던 방석에 자리를 잡았다

의사쌤은 또 구내염이 재발한다면 이젠 더 이상 방법이 없다고 했다. 나도 누구보다 그 사실을 잘 안다. 이제 정말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기도하는 일뿐이다. 작년부터 지금까지 아픈 신비를 지켜보는 내내 마음고생이 참 심했다. 신비를 병원에 맡겨두고 지인에게 푸념했던 말이다. '내가 전생에 신비한테 큰 은덕을 입었나 봐. 아냐 아냐, 아무래도 나 전생에 고양이 학대하던 인간이었던 거 같아. 그래서 벌 받는가 봐' 나는 왜 손을 타지도 나를 따르지도 않는 신비를 결코 외면할 수 없는 걸까.


퇴원 다음날, 통조림 한 그릇 뚝딱했다. 잘 먹고 어서어서 건강해졌으면...

누군가는 내가 너무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라고 한다. 아니, 나는 그다지 착한 인간이 못된다. 지금까지 돈이 많이 들었는데 얼마 못 살면 아까워서 어쩌지 하는 속물적인 생각도 한다. 차차리 그냥 죽었으면 하는 생각도 했다. 모르겠다. 꼬물이때 부터 쭉 봐온 아이를, 3년 동안 밥을 준 아이를, 매일 아침, 어떨 때는 하루에도 몇 번씩 얼굴을 마주치는 아이를 외면할 수가 없다. 내가 착해서도 맘이 따뜻해서도 아니다. 누구라도 모른 척 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아침 배식 직전, 엊그제는 강이와 함께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전부 발치를 해도 15%의 확률로 구내염이 낫지 않는 아이들이 있다고 들었다. 신비가 그 경우일지 아닌지 이제 정말 신만이 아실 것이다. 지성이면 감천이라는데, 기적처럼 신비가 건강해졌으면 좋겠다. 내 기억 속의 신비의 모습은 그루밍을 하지 못해 늘 꼬질꼬질한 모습이다. 꼬물이 냥이 시절 보았던 뽀얗고 깨끗한 신비의 모습을 다시 보고 싶다. 살아있는 동안, 사는 것처럼 행복하게 먹을 수 있었으면 한다. 신비의 삶이 그저 고통으로 채워진 것이 아니기를 바란다. 


고통 속에서도 삶의 끈을 놓지 않는 저 작은 생명을, 제발 신이 굽어 살피시길.......

어느 때보다도 간절한 마음이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신비 사진, 예쁘게 나오기도 했지만, 아프지 않은 것처럼 나왔고, 또 이날, 나와의 거리가 무척 가깝게 느껴졌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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