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습고, 어렵고, 무서운삼 남매이야기
# 챕터 1 '우스운 행복이'
나는 행복이가 참 우습다.
'우습다'는 두 가지 의미를 가진다. 첫 번째, 행복이를 보면 웃음이 나온다. 마냥 예뻐서 일 때가 가장 많지만, 너무 어이없어서 나오는 헛웃음일 때도 제법 많다. 아마, '행복이는 나를 즐겁게 해 준다' 쯤의 의미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두 번째 의미는 행복이가 '대단치 않고 하잘것없다=하찮다'는 뜻이다. 나는 대, 중, 소 삼 남매 중에 덩치는 제일 큰 행복이가 가장 만만하다. 행복이는 마음 내키는 대로 이리 굴리고(?) 저리 굴릴 수도 있고, 때론 때려도(물론 진짜 때리진 않는다), 잘 모른다(놀자는 건 줄 안다, 참 좋은 성격이다). 다르게 말하자면 행복이의 눈치를 볼 일이 전혀 없다.
# 챕터 2 '어려운 싸이'
나는 싸이가 참 어렵다.
'어렵다' 역시 두 가지 의미를 가진다. 첫 번째, '다루기가 심히 까다롭고 힘들다'는 의미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우리 싸이는 고양이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섬세하고 예민한 아이다. 싸이 앞에서는 걸음걸이도 조심조심, 갑작스럽고 커다란 액션은 금물이다. 특히 싸이가 잘 때 내 발걸음은 두 배로 조심스러워진다. 가끔 생각한다. 여기가 내 집인가 싸이 집인가 하고.
두 번째, '행복이처럼 만만하지는 않다'는 의미다. 당연히 행복이처럼 이리 굴리고(?) 저리 굴려서는 절대 안 되고, 또한 그럴 수도 없다. 마음 내키는 대로 할 수도 없고(내가 눈치를 많이 본다), 때린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예전에 한번 벨트 매다가 실수로 쇠로 된 벨트 머리로 싸이 머리를 쳤다가 우리 사이 끝장날 뻔했다). 드문 일이지만, 자는 데 갑자기 만졌다가 물릴뻔한 적도 있다. 아, 물론 손댄 것이 어멍임을 깨닫고 바로 반성 모드로 돌입하긴 하지만. 그뿐 아니다. 가끔씩 변기 뒤에 숨어서 나오지 않거나, 불안해할 때가 있는데, 둔한 어멍은 도대체 왜 그러는지 직잠조차 어려우니 속이 터질 노릇이다. 이래저래 싸이 눈치를 보는 일이 참, 어렵다. 아니 싸이 자체가 참 어렵다.
# 챕터 3 '무서운 하늘이'
나는 하늘이가 정말로(?) 무섭다.
말 그대로다. 덩치는 제일 작은 하늘이가 참 무섭다. 고양이와 함께 사는 인간을 '집사'라고 하는 데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이런 고양이의 특성을 감안한다고 해도, 나는 하늘이를 무서워한다. 하늘이는 수(?) 틀리면, 본의는 아니더라도 내가 조금만 심기를 불편하게 하면 바로 하악질을 멋지게 날려주신다. 계속해서 눈치 없이 굴다간, 물릴 수도 있다(아직까지 물린 적은 없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늘이와 있을 때 나는 언제나 바짝 신경을 곤두세운다. 하늘이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서. 쓰다듬다가도, 바로 공기가 달라지면(뭔가 마음에 안 들면 미묘하게 분위기가 달라진다), 바로 하늘이에게서 손을 뗀다. 물릴까 봐 무서워서. 손톱 깎을 땐 그야말로 전쟁이다. 언젠가 한 번은 너무 심하게 할퀴어, 이를 본 직장동료가 진지하게 '병원에 가서 꼬매야 하는 거 아니냐'라고 이야기한 적도 있다. 나는 언젠가부터 아예 외투를 입고 발톱을 깎는다. 어려운 싸이보다, 하늘이 눈치를 더 많이 본다. 주인 어르신(?) 눈치를 살펴야 하는 집사 신세가 참으로 고달프다.
# 싸복이 남매와 하늘이, 대중소 삼 남매의 소식을 전한 지 너무 오래되었어요.
오랜만에 소식을 전하게 위해 글을 써봤어요. 어느 날 문득 삼 남매를 바라보는데 떠오르더군요. '쟤는 참 무섭고, 저놈은 참 어렵고, 저 가스나는 참 우습단 말이지'. 하는 생각이요. 우습고, 어렵고, 무섭다는 건 사실 그냥 하는 이야기고, 삼 남매 모두가 다 저한테는 똑같이 소중한 존재들이에요. 각각의 매력으로 매번 똑같은 일상을 특별하게 만들어 주니까요. 무서운 하늘이와, 어려운 싸이와, 우스운 행복이와 함께 하는 시간들이 이대로 오래오래 계속되었으면 좋겠네요.
무더운 날들의 연속입니다. 건강 잘 챙기시기 바랍니다. 멀리서 싸복이 남매와 하늘이를 아껴주신 모든 분들 언제나 고맙습니다. 대중소 삼 남매 사진을 함께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