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마다 각자의 방식으로 무더위를 이겨내는 중입니다
더운 날의 연속이다. 올여름은 참 덥다.
집 안에 있는 아이들은(싸복이 남매+하늘이) 무더위에도 아무런 걱정이 없다. 통 큰 어멍이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어주기 때문이다. 전기세 무서운 줄 잘 알고 있지만, 더위를 엄청 타는 행복이 덕분에 별도리가 없다. 나는 일찍이 모든 걸 내려놓고, 아예 출근할 때 그냥 에어컨을 틀어놓고 나온다. 행복이는 에어컨을 틀면 귀신같이 알고 에어컨 앞에 떡하니 자리를 잡는다. 몇 년 전까지는 더운 여름을 에어컨 없이 어떻게 견뎠는지 싶다.
무더위가 연일 계속되니 뒤뜰 냥이들 걱정을 안 할 수가 없다. 더위를 잘 피하고 있는 걸까. 고양이도 사람처럼 더위를 먹지 않을까. 걱정스러운 마음에 틈틈이 순찰하며 지켜보니, 뒤뜰 냥이들도 나름 더위를 피하는 자기만의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듯싶다. 일단, 낮에는 대개 돌아다니지 않고 낮잠을 잔다. 다른 계절보다 낮잠시간이 더 길다. 사람들도 더우면 아무래도 활동을 덜하게 되지 않는가. 그와 마찬가지 이치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해가 지고 밤이 오면, 그때서야 돌아다니지 않을까 추측해 본다. 고양이가 원래 야행성이긴 하지만, 무더운 여름에는 낮보다는 밤 외출을 즐겨하지 않을까. 새벽녘에 집으로 돌아오는 강이나 예삐와 마주칠 때가 많다. 그때마다 밤새 어디서 실컷 놀았거니 생각한다. 탄이는 아침나절에 가끔, 내가 가까이 가는 줄도 모르고 곤하게 잠에 빠져있는 때가 많은데, 도대체 밤새 무슨 짓을(?) 하고 다닌 건지 궁금하고 또 궁금하다.
뒤뜰 냥이들은 본능적으로 시원한 곳을 잘 찾아서 낮잠을 즐긴다. 이를 테면, 차가운 시멘트 바닥이나, 그늘진 자동차 아래, 바람 솔솔 불어오는 높은 자리, 그리고 흙바닥 같은 곳. 아침에 나가보면 탄이, 강이, 예삐 트리오는 주로 높은 곳에서 잠을 청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뒤뜰은 시멘트 바닥이 많지 않은데, 귀신같이 얼마 안 되는 시멘트 바닥을 찾아 배를 깔고 누워있기도 한다.
미니, 주니 남매는 흙바닥을 선호하는 편이다. 낮에는 주로 자신들의 돔집 근처에서, 흙바닥에 배를 깔고 누워있다. 자세히 보면 흙바닥에 배를 깔기 위해, 깔려있는 돌을 치우기도 했다. 나는 미니 주니가 그 작은 손으로 열심히 돌을 옆으로 치우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상상만으로도 미니 주니 남매 모습이 너무 귀엽다.
강, 탄, 예삐 트리오는 더운 날씨 때문인지 예전보다는 얼굴 보기가 더 힘들어졌다. 새벽녘까지 마실을 다니다가, 아침에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이 늦어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반대로 미니 주니 남매는 날이 더워지니 더 얼굴을 자주 본다. 예전과 다르게, 낮에는 더위를 피해 하루 종일 집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다.
신비는 더우나 추우나, 낮이나 밤이나 집순이답게 언제 어느 때고 뒤뜰에만 머무른다. 가끔씩 정말 더운 날엔 어디 숨었는지 코빼기도 보기 힘든데, 나는 아마 어딘가 자신만의 무더위 피난처를 만들어 놓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뒤뜰 냥이들은 각각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무더운 여름을 이겨나가고 있는 중인 것이다.
날이 더우면 더운 대로, 추우면 추운대로 길 위의 아이들의 삶은 참 고달플 것이다. 날이 추워지면 추워서 걱정, 날이 더우면 더워서 걱정, 아플까 봐 걱정, 다칠까 봐 걱정. 뒤뜰 냥이들과 함께하는 삶은, 항상 걱정에 걱정을 달고 사는 삶이다. 늘 마음에 추를 매단 듯 무겁다. 그렇다고 매사가 힘들기만 한 것은 아니다. 힘든 만큼 뒤뜰 냥이들의 삶을 지켜보는 일이 참 즐겁다.
더운 여름을 슬기롭게 잘 이겨내는 강이, 탄이, 예삐, 신비, 미니, 주니가 참 대견하다. 특히 주니 미니 남매는 태어나서 처음 겪어보는 무더위였을 것이다. 무더운 여름을 무사히 이겨냈으니, 이제 어른 냥이로 잘 성장할 일만 남았다.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분다. 뒤뜰 냥이들에게 행복한 계절이 왔다. 가을이 참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