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울타리 보수 작업 중

by 달의 깃털

내가 나를 '스스로' 부지런하다고 평가하게 되는 때가 있다. 수많은 일거리들이 나의 눈에 포착된다. 누군가의 눈에는 일거리가 아닐 수도 있는 것들이. 안 해도 그만인데, 그냥 둬도 별일 없는데, 어느 순간 부지런히 몸을 놀리고 있다. 이젠 쉬어야지, TV나 보면서 망중한을 즐기자 해 놓고, 어느 순간 내가 또 꼼지락꼼지락 뭔가를 하고 있다. 이럴 때 나는 참 부지런한 사람이구나 싶다. 구(舊)남친의 결정적 증언 한 마디. "나는 너처럼 일 많이 하는 여자를 본 적이 없어" 나를 잘 설명하는 문장이다. 타고나기가 나는 머슴 팔자다. 이런 성향은 천성인 것으로 오래전에 결론을 내렸다. 나름 중한 수술을 한지 육 개월이 채 되지 않았다. '피곤해, 힘들어'를 입에 달고 살면서도 나는 오늘도 일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왜냐고? 즐거우니까.


KakaoTalk_20170530_171053574.jpg 톱질해 울타리 모양을 낸 방부목에 '오일스테인'을 칠한 후, 말리고 있는 중이다.

요즘의 메인 일거리는 울타리 보수작업이다. 이사온지 4년. 이사 온 해에 둘러친 울타리는 아직 튼튼하다. 그런데 왜 보수 중이냐고? 울타리가 좀 낮고 앞길에서 우리 집이 훤히 보인다. 이게 싫어서 조팝나무를 심었고, 지금은 조팝나무가 우거져 그렇게 훤히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도 울타리를 조금 높이고 싶다. 완벽하게 외부로부터 차단된 공간을 만들고 싶은 것이다. 집 마당에 있을 때는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안전하다는 느낌을 가지고 싶은 욕심이다. 그리고 내가 은근히 손으로 무언가 만들어 내는 일에 재능이 있다. 방무목을 사고, 톱질을 하고, 페인트를 칠하고, 울타리를 설치하고 이런 게 너무도 재미있다. '꿈 목록' 중에 '내 손으로 가구 만들기' '내 손으로 집짓기' 같은 것들이 존재할 정도. 물론 육체적으로 많이 힘들다. 하지만 일을 마치고 나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마치 나라라도 구한양, 뭔가 대단한 일이라도 한 것 같은 우쭐한 기분이다.


LHLH.jpg 현재 우리집 울타리는 이런 모습이다.

KakaoTalk_20170530_171054430.jpg 요런 식으로, '개보수작업' 을 진행할 예정이다.

최대한 육체적으로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작업하는 중이다. 어쨌든 나는 수술 후 회복단계에 있는 사람이므로. 인터넷으로 조금씩 방부목을 구입하고. 시간이 날 때마다 울타리를 만들고 있다. 언제 끝날지는 나도 모르겠다. 최대한 여유롭게 하려 하기 때문이고, 막상 시간을 내기 또한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는 추석 연휴가 길기 때문에 올해가 가기 전에는 끝내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생각보다 우리 집 마당이 꽤 넓다. 안과 밖으로 꼼꼼히 단장하려면 힘든 여정이 될 것이다.


KakaoTalk_20170605_202418124.jpg 조팝나무가 울타리를 뒤 덮었다. 봄이면 만개한 조팝꽃이, 여름엔 눈부신 초록빛이 아름답다.

나는 나만의 공간이 중요한 사람이다. 심리적인 공간+물리적인 공간, 두 가지 다. 타인과 함께하는 '사회'라는 외부공간에서 나는 늘 긴장되고 불편한 상태이다.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므로 혼자서는 절대 살 수 없지만, 개개인에 따라 '사회성'에는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말하자면 나는 사회성이 다소 떨어지는 편. 그렇기에 '외부활동'이 다른 사람보다 조금 더 스트레스가 되고, 그 스트레스로부터 '힐링'시켜 줄 나 혼자만의 공간이 꼭 필요하다. 그 물리적 공간에 잔디나 나무, 쑥쑥 자라는 텃밭의 식물 같은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있다면 금상첨화다.(지금 우리 집처럼) 여기 우리 집은 나만의 보물창고, 나만의 은신처 같은 곳. 나는 아프다가도 집에만 들어오면 멀쩡해진다. 우리 집은 나의 진정한 휴식처이자 안식처인 셈이다.


앵두나무의 앵두가 빨갛게 익어가고, 텃밭에 채소도 무르익어 간다. 잔디는 하루가 다르게 자라나고, 소소한 집안일은 늘어간다. 하루하루 허리가 휘는 날이지만, 그간 아파서 누워있는 날이 많았던 나는 이렇게 건강하게 일할 수 있음이 행복하다. 며칠 전에 담근 아욱 장아찌가 맛이 들었을 것이다. 맛있게 먹고 열심히 일하고 착한 마음으로 하루를 사는 것. 조금씩이라도 마음이 성장하는 사람이 되는 것. 그것 말고는 크게 욕심부리지 말자고 다짐해 본다. 나는 오늘도 이렇게 마당에서 열 일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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