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두 활용법
우리 집에는 앵두나무가 한 그루 있다. 내가 심은 게 아니라 이전 집주인이 심은 것이다. 6월 초에 이사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딱 이맘때다. 나무에 앵두가 알알이 달려있는 것이 무척 탐스러웠다. 어릴 때 옆집에 앵두나무가 있었다. 우리 집 담과 면한 곳에. 우리 집 쪽으로 넘어온 가지의 앵두는 당연히 우리 차지였다. 그것이 사이가 좋았던 이웃집 어른들의 배려였다. 어릴 때 삼 남매가 같이 앵두를 따 먹었던 기억이 선연히 남아있다. 그래서 더욱 반가운 마음이었을까. 요즘은 군것질 거리가 많아서인지, 어릴 때는 앵두를 제법 좋아했던 것도 같은데 지금의 난 앵두를 잘 먹지 않는다.
앵두나무 한 그루에서 앵두가 제법 많이 나온다. 신기했던 기분도 잠시, 앵두를 먹지 않는 나는 이 앵두를 어떻게 처지 할지 고민스러워졌다. 이웃집에 나눠주고, 친구들과 나누어도 앵두는 남았다. 첫 해는 앵두주를 담갔다. 술을 잘 먹지 않으면서도 아이러니하게 술 담그는 걸 좋아하는 나는 마침 앵두주를 담가보자 했던 것. 아, 세상에 그토록 맛이 없는 과일주는 처음 먹어 봤다. 니맛도 네 맛도 아닌 정말로 못 먹을 맛. 그렇게 첫 번째 시도, 앵두주는 실패로 돌아갔다.
이사 온 지 두 해째부터는 '진액(진액)'을 담갔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앵두로도 진액을 담근다고 했다. 먹어보니 앵두주보다는 훨씬 나았다. 매실이나 복분자 진액보다는 뭐랄까 향도 맛도 별로지만 그런대로 먹을만하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나는 열심히 앵두 엑기스를 담근다.
앵두를 따 본 적이 있는가. 사실 적잖이 귀찮은 일이다. 이맘때 나는 매일 아침저녁으로 부지런히 앵두를 딴다. 어떤 날을 아침에 앵두 따다가 지각할 뻔하기도 했다. 따다가 나뭇가지에 긁히기도 하고, 작은 벌레가 너무 많아서 온몸이 가렵기도 하다. 그런데 멈출 수가 없고, 귀찮다고 안 할 수도 없다. 내 집 마당에서 키우는 앵두나무의 열매가 너무나도 소중한 것이다. 적절한 때에 가지 쳐주는 일 외에는 손 가는 일 없는데 해마다 저렇게 탐스럽게 앵두를 쏟아내다니 참으로 신비하지 않은가 말이다. 내 집 마당에서 난 것들이 나의 정성을 거쳐 먹거리로 탈바꿈시키는 과정이 즐겁다. 다소 귀찮고 고되도 이런 것이 내가 원하는 삶이 아니었던가. 올해도 앵두 한 톨 남김없이 모조리 수확에 성공했다. 여름이 짙어가며 앵두 잎은 더 푸르러지고, 그렇게 우리 집 마당의 6월이 저물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