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이 있는 집에 살고 싶었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의 한 가지는 '빨래를 널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는 집안일을 흥미 있어 하는, 살림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중에서도 유독 빨래를 너는 일이 즐겁다. 베란다 같이 좁은 공간이나, 빨래걸이에 너는 걸 말하는 게 아니다. 탁 트인 마당, 햇볕과 바람이 가득한 공간에서 빨랫줄에 너는 걸 말하는 거다. 하나하나 널고 빨래집게를 꽂는 일이, 펄럭이는 빨래를 보는 일이 이상하게 즐겁다. 소소하게 가졌던 로망을 실현하는 데서 오는 성취감이 마당 있는 집에 사는 즐거움 중 하나다. 빨래를 널 때마다 너무너무 행복하다. 행복이가 발밑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고 나는 부지런히 빨래를 넌다. 바람이, 햇볕이 참 좋다. 행복한 순간이다.
나는 마당 있는 집에서 나고 자랐다. 당연히 어릴 때 살던 집에도 빨랫줄이 있었다. 빨래를 널어놓은 빨랫줄 사이를 돌아다니며 놀았던 기억이 선연하다. 그런 어릴 때 추억 때문이었을까. 빨래를 너는 것에 대한 나의 로망은. 마당이 있는 집에 이사 온 후 처음에는 빨래 건조대를 이용했다. 하지만 손 맛이 달랐다. 설명할 순 없지만 빨래는 빨랫줄에 널어야 제맛인 것이다. 집에 있는 도구들을 활용하고 나일론 줄을 사고 여차저차 해서 빨래터를 만들었다. 이렇게 해서 나만의 빨래터가 탄생했다. 4월부터 10월까지는 꼭 밖에다가 빨래를 넌다. 아무래도 겨울에는 옷이 두껍고 볕이 짧아 하루 만에 빨래가 잘 마르지 않기 때문이다. 실내에 빨래를 널면 방안에 세제 냄새가 가득 차는데, 그 냄새가 참 싫다. 밖에다 빨래를 널면 오후가 되면 바짝 마른다. 햇볕과 바람을 머금은 빨래는 세제 냄새를 멀리 날려버린다.
오랜 시간 동안 자취했던 나는 빨래를 항상 실내에서 말려야 했다. 늘 생각했다. 언젠가 마당 있는 집에 살게 되면, 그때는 꼭 마당에 빨래를 널겠다고. 한 일 년 동안 서울의 옥탑방에 살았던 적이 있다. 겨울엔 수도가 얼 정도로 추워 고생이었는데, 옥상에 빨래를 널던 기억만은 행복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옥탑방만이 가진 낭만이다. 이젠 마당 있는 집에 살게 되었고, 꿈꾸던 대로 나만의 빨랫터도 생겼다. 주말이면 볕 좋은 날을 골라 꼭 빨래를 하고 오후가 되면 빨래를 갠다. 참 별거 아닌, 남들도 늘 하는 일인데, 나한테는 참 특별한 시간이다.
사람은 누구나 꿈을 꾼다. 소소한 것들부터 크고 원대한 것까지. 누군가는 꿈을 꾸기만 하고, 또 누군가는 꿈을 이루면서 산다. 꿈을 이루는 좋은 방법 중에 하나는, 이루기 쉬운 소소한 꿈을 꾸는 것이다. 어떤 꿈은 이루고 나면, 별것 없고 허망하다. 그런데 어떤 꿈은 현실이 되면 꿈꾸던 것보다 더 좋기도 하다. 빨래 널기 같은 소소한 일들이 그렇다. 나는 이제 크고 원대한 꿈은 꾸지 않으려 한다. 누군가에게는 하찮아 보일 수도 있는 작은 꿈들만 꾸려한다. 그렇게 하나씩 꿈을 이루어가면서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