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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의 깃털 Apr 18. 2018

믹스견, 세상에 단 하나뿐인 품종의 강아지

개를 키운다고 하면 사람들의 첫 번째 질문은 대개 이렇다. '품종이 뭐예요'


'이름이 뭐예요'라든지 '얼마나 같이 살았어요?' 같은 걸 물어봐도 좋을 텐데. 그 개가 '어떤 종인지가' 가장 궁금하다는 사실이 좀 씁쓸하다. 


대개의 사람들은 강아지 품종이란 것이 자연스럽게 생겨난 것이며, 잡종(믹스) 견들은 서로 다른 품종들이 섞여서 태어난다고 생각한다(나도 그랬다). 하지만 강아지 품종이라는 것은 인간이 강제적인 교배를 통해 만들어 낸 것이다. 예를 들어 '퍼그'는 귀여운 외모를 위해 심각한 수준의 근친교배를 통해 의도적으로 만들어졌다. 이런 품종견 들은 당연히 유전적으로 건강할 수 없다. 내가 키우고 있는 '골든리트리버' 또한 마찬가지다. 골든리트리버의 60%가 암으로 사망하며, 고관절과 관련된 질병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우리 행복이도 고관절염이다). 자연스러운 교배 과정을 통해 태어난 믹스견이 유전적으로 더 건강. 이종교배(자연스러운 교배)가 자유롭게 허용된다면 품종견들이 가지고 있는 고질적인 질병은 많이 개선될 것이라고 한다.


품종견이 아니면 어떤가요? 우리 싸이는 이렇게 이쁘기만 한 걸요.

우리들이 제멋대로 정한 기준에 맞아야 된다는 인간의 고집이 강아지들을 병들게 하고 있는 셈이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품종에 대한 그릇된 집착은 나아가 믹스견들에 대한 차별로 이어진다. 우리나라에서는 유기견이 재 입양되는 일이 쉽지 않다. 그중에서도 믹스견들은 기회를 찾기가 더 힘들다. 사람들이 예쁜 외모를 가진 품종견들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사실 고백건대, 나 역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왜 골든리트리버가 로망이었는지 스스로에게 많이 물어보는데, 딱히 대답할 말이 없다. 순둥순둥 귀여운 외모(나의 개인적 외모 취향)가 아무래도 가장 큰 부분이었을 것이다. 


날씨가 따뜻해지니 '마당 성애자' 우리 싸이는 마당에 나가 있는 일이 잦네요. 오늘도 망루에 올라 집 지키느라 열 일 중이에요.

나는 흔히 말하는 품종 견인 골든리트리버와 믹스견을 오랜 세월 같이 키웠다. 싸복이 남매와 함께한 지 육 년 여가 되어간다. 골든리트리버는 잔병이 참 많다. 행복이는 병원문턱을 들락날락 거리는 것이 일상이다. 반면 싸이는 어찌나 건강한 지 한 번도 아파서 병원을 찾은 일이 없다. 심지어 4개월령에(우리 집에 오기 전에) 치사율이 40%가 넘는 파보장염에 걸리고도, 감기처럼 가뿐히 이겨낸 전적도 있다. 강아지가 건강하지 못할 경우, 아무래도 파양률이 높아지고, 그것은 유기견의 증가로 이어진다. 인간의 그릇된 집착이 나은 일종의 악순환인 셈이다. 예쁜 개를 키우고 싶다는 욕심을 조금만 줄이고 유기견 보호소로 눈을 돌려 믹스견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품종 견과 비교해 믹스견은 백 프로 자연스러운 강아지니까 말이다


싸이는 훈련하나 시키지 않았어요. 말귀 다 알아듣는데 훈련이 왜 필요한가요. 말귀 못 알아먹는(=행복이) 애나 훈련시키는 거지요.

효리네 민박에서 이효리가 사진 속 강아지의 품종을 묻는 윤아에게 그런 말을 했다. '믹스견은 세상에 단 하나뿐인 품종의 강아지라고. 그만큼 특별한 존재라고.' 믹스견인 우리 싸이는 이 세상에 오로지 단 하나밖에 없는 품종이다. 이 얼마나 특별한가. 싸복이 남매와 함께하면서 나는 참 많이 변했다. 싸이를 입양하면서 생긴 유기동물에 대한 관심은 동물복지의 현실에 눈뜨게 했으며 나아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까지 전방위적으로 확대되었다. 사람이 살면서 변화하는 게 쉽지 않다. 한데, 지난 6년이란 시간 동안 나는 참 많이도 변했다. 싸복이 남매 덕이다. 변화된, 변화되어가는 나를, 내 삶을 지켜보는 것이 참 즐겁다. 


"어멍~ 원래가 저기는 내 자리인데ㅠㅠ. 쟤 누구야? 누군데 어멍 옆에 있어? " "너~ 뭉치한테 밀린 거야 ㅋㅋ"

얼마 전에 집에 놀러 온 선배가 우리 싸이를 보고 묻는다. "얘는 종이 뭐야?" "믹스견이야" 대학 때부터 아이디어가 통통 튀었던 선배가 말한다. "하이브리드네~"  '하이브리드'는 '혼종의, 잡종의'라는 뜻을 가지고 있지만, 요즘은 여러 가지 장점이 합쳐진 경우 '하이브리드'란 말을 갖다 붙인다. 하이브리드 승용차, 하이브리드 컴퓨터 같이. 우리도 믹스견을 '하이브리드 강아지'라고 불러보는 건 어떨까. 여러 가지 장점이 섞인 강아지라는 의미에서. 유전적으로도 건강하고 품종견 못지않게 똑똑하고 영민하다는 의미에서. 


이제부터 누가 우리 싸이의 품종을 물어본다면 대답해야겠다.

"얘는 하이브리드견이에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특별하고도 새로운 종이죠."라고. 


뭐니 뭐니 해도 함께 있을 때의 모습이 가장 사랑스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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