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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족이 반려동물과 함께 한다는 것은

by 달의 깃털

누군가 내게 요즘 언제 가장 행복하냐고 묻는다면,

나는 당연히 싸복이 남매와 함께하는 매 순간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만큼 지금의 내 삶에서 싸복이 남매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아, 딱히 내키지는 않지만, 곁다리로 뭉치도 살짝 껴준다. 싸복이 남매가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다. 함께 지내는 6년 동안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우리는 서로가 없는 서로를 상상할 수 없는 사이가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늘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기쁨을 알기 위해서는, 삶의 일정 부분을 포기해야 하는 불편함이 필수적이다. 특히 싱글족이라면. 내가 생각하는 삶의 진리 중 하나, 기쁨이나 행복은 절대로 공짜로 얻어지는 법이 없다는 것. 이 공식은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삶에도 당연하게 적용된다.


20171019_211253_001.jpg 싸복이 남매와의 삶은 그날이 그날 같은 단조로운 일상이지만 순간순간 늘 행복하다. 특히 자는 모습을 볼 때^^

고백건대, 나는 반려동물 무식자(?)였다. 한 생명을 돌보고 책임진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잘 몰랐다. 그저 '마당 있는 집 + 골든 리트리버' 라는, 싱글족이 이루기 쉽지 않은 저 로망을 실현하고 싶었다. 분양받은 새끼 강아지가 이십일만에 홍역으로 무지개다리를 건넜을 때, 비로소 나는 현실에 눈을 떴다. 한 생명과 반려를 결정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싱글족이 반려동물을 맞이 할 때는 어떤 각오여야 하는지. 첫 번째 강아지 루나를 떠나보낸 뒤, 4개월 후에 싸복이 남매를 데려왔다. 그 4개월의 시간 동안 나는 열심히 공부했고 나름대로 각오를 다졌다. '그래, 나는 진정한 반려동물인으로 다시 태어나는 거야' 하는 심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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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복이 남매 너희들을 만나 어멍이 비로소 철이 들었구나. 사람은 역시 개고생(?)을 해봐야 성장하는 건가봐 ㅎㅎ

'무슨 일이 있어도 끝까지 스스로 책임진다'는 것이 첫 번째 각오였다. 주워들은 정보로 반려동물과 함께하며 내게 일어날 수 있는 힘든 모든 일을 상상했다. 그리고 결심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하늘이 두 쪽이 나도, 죽을 때까지 함께하며 스스로 책임지기로. 두 번째는 사실 상 어느 정도 사회생활을 포기하겠다는 각오였다. 혼자 사는 사람은 강아지를 키울 자격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싱글족으로서 백 프로 공감한다. 친구들과 저녁을 먹는 일도, 주말에 어디 멀리 놀러 가는 것도, 장기간 여행을 가는 것도 다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했다. 각오를 단단히 다졌다. 언제 해외여행을 또 가볼까 싶어 그 당시 여유돈도 없었는데 무리를 해서 친구와 세부를 갔다 오기도 했다. 당분간 비행기 탈 일은 없을 거라면서. 아쉽지 않게 지금 갔다 와야 한다면서.


KakaoTalk_20180515_174013355.jpg 뭉치 너도 내키진 않지만 곁다리로 가족으로 껴주겠어 ㅋㅋ(오늘 사진은 찐빵처럼 보이는구나 ㅎㅎ)

실제 지금의 나는 저녁 약속은 절대 잡지 않는다. 아니 아예 몇 년 전부터는 저녁을 안 먹는다(사람은 두 끼만 먹고도 잘 살 수 있다. 저녁 준비하는 시간도 아깝다). 여섯 시 칼퇴근, 집에 여섯 시 15분 도착. 저녁시간은 무조건 강아지들을 위한 시간이다. 물론 아침시간도 그렇다. 나는 강아지들 자는 시간에 맞춰 일찍 자고(누군가에겐 말도 안 되는 시간 9시), 새벽 4시에 일어난다. 집을 나서는 8시 반까지 강아지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일요일은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무조건 집에만 있는 날로 정했으며, 토요일엔 최소한의 사회생활을 위해 가끔 한 번씩만 외출한다. 직장에서의 1박 2일 워크숍이나 저녁 회식 같은 건 당연히(?) 참석하지 않는다. 다행히도 내가 짬이 좀 돼서 아무도 이런 걸로 시비 걸지 않는다(좋은 직장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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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보면 자는 모습까지 닮았을때가 있어요. 싸복이 남매 너희들은 천생연분 인게야 ㅎㅎ

친구들도 밖에서 만나지 않고 주로 집으로 부른다. 맛있는 거 해 주겠다고 꼬셔서. 그래서 싸복이 남매와 함께한 후로는 강아지를 좋아하는 친구들만 자연스레 남았다. 강아지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집에 오는 것 자체가 나에게나 싸복이 남매에게나 큰 스트레스이기 때문이다. 부모님 집에 갈 때도(명절날에도) 절대 1박은 하지 않는다. 내 새끼들 밥은 내손으로 챙겨줘야 하므로. 부모님이 개를 좋아하시지는 않는데 불가사의하게도(?) 이런 나를 전폭적으로 이해해주신다.


야근할 땐(칼퇴근이긴 해도 도서관은 학기 중엔 8시까지여서 주기적으로 야근을 한다.) 중간에 외출 달고 집에 와서 저녁밥을 꼭 챙겨준다. 부득불 집을 장기간 비워야 할 때는 알바생을 집으로 부른다. 다행히도 내가 대학에 있어서 친하게 지내는 학생들이 좀 있다. 젊은 사람들은 대개가 강아지를 좋아하기 마련이어서, 돈도 벌고 강아지랑도 지내고 할 수 있어 학생들도 좋아한다. 병원에 입원해야 했을 때도, 해외여행을 갈 때도 알바를 불러놓고 갔다. 어디 다른 곳에 맡기는 것보다 훨씬 마음도 편하다. 모두가 싸복이 남매가 까탈스럽게 낯을 가리지 않아 가능한 일이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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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멍~ 이쯤되면 학대 아니야. 왜 자꾸 예쁜 얼굴을 짜부러트리는 거야~ (너 다운 표정인데 ㅋㅋ 뭘 그래?)

불편하지 않느냐고 묻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다. 누군가는 나에게 '젊은 사람이 그렇게 집에만 매여있어서야 되겠냐'고도했다. 당연히 불편하다. 나도 어쩌다 한 번씩은 저녁때 누군가와 술 한잔 하고 싶은 날도 있다. 하지만 혹여 밖에서 시간을 보내도 싸복이 남매 걱정에 마음 한편이 편하지 않다. 보이진 않아도 등에 늘 싸복이 남매를 업고 있는 기분이랄까. 그럴 때마다 생각한다. '오로지 나의 선택으로, 내가 좋아서 데려온 아이들이라고. 잘 책임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불편함은 응당 감수해야 할 일이다. 그게 생명을 대하는 참된 자세가 아닐까. 불편하다고, 생각했던 것과 다르다고 해서 무르거나 양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그렇게 하는 사람들이 많은 세상에서 살고 있다고 나 마저도 그럴 순 없으니까. 아니 그러면 안 되는 일이니까 말이다.


KakaoTalk_20180515_174012492.jpg 때론 셋이서 함께 자는 기적 같은(?) 순간도 있어요. 다들 완전히 떡실신 중이네요^^

매일 잠에서 깨는 순간 내게 달려들며 반가워하는 싸이에게 말한다. "매일 보는 어멍이 뭐 그렇게 좋아 ~ 누가 보면 같이 안 잔 줄 알겠어 ~" 모든 반려동물이 그렇겠지만, 싸복이 남매 세상은 그저 어멍뿐이다. 도대체 내가 뭐라고. 싸복이 남매는 내 존재를 매일 매 순간 특별하게 만들어준다. 이것이 마법이 아니면 무엇이 마법일까. 좀 불편한 게 대수일까. 매일 이렇게 특별한 존재로 대접받고 있는데.


싸복이 남매+뭉치야 고마워~ 어멍을 이렇게 특별한 존재로 만들어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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