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달의 깃털 Apr 25. 2018

브런치 1주년을 기념하며

첫 글을 발행한 것이 작년 4월 20일이다. 브런치에 입문한 지 딱 일 년이 되었다. 


20살 때부터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본래 내성적인 데다가 감정을 표현하는데 서툴러 속에 담아두는 말이 많았다. 금방이라도 터져버릴 것 같은 시한폭탄 같았던 그 시절, 글쓰기는 유일한 나의 숨구멍이었다. 오랜 시간 동안 일기를 썼고, 절친한 벗에게는 편지를 썼다. 집에는 아직도 그 시절 일기와 편지가 한 움큼이다. 나이가 든 후에는 주로 블로그에 글을 썼는데, 이후 어느 순간부터 나는 글을 쓰지 않았다. 이제는 할 말은 하고 사는 성격이 되었기 때문일까. 



한 사람의 삶에는 대개 몇 개의 변곡(變谷) 점이 있다. 삶이 크게 한 번 휘는 지점이. 내게도 몇 번의 변곡점이 있었는데, 최근의 변곡점은 아마도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이 아닐까 싶다. 사랑의 상처로 인한 마음의 병에 몸의 병이 더해졌던 그때, 수술을 하고 다시 건강해진다면 글을 쓰고 싶었다. 나는 새롭게 시작하고 싶었다. 달라지고 싶었다. 그런데 왜 하필 글쓰기였을까. '왜' 였는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지만, 그것이 '잘' 선택한 일이었음은 분명하다. 실제로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내 삶은 많이 달라졌다. 글로 기록하니 내 행동의 의미가, 내 삶이 더 잘 보이기 시작했다. 또 글은 다시 '새로운 행동'으로 이어졌다. 행동➜글➜다시 행동으로 이어지는 '선(善) 순환' 효과 같다고나 할까. 생각이나 신념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데, '글'은 나를 행동하게 하는 촉매제가 되어 주었다. 어쩌면 이런 것이 성장이 아닐까.



나의 일상을, 나의 삶을 기록하고 싶었다. 굳이 브런치라는 공적인 공간을 택한 건 아마도 개인적인 기록을 넘어서 타인과 소통하고, 인정받고 싶은 욕망 때문이었을 것이다. 타인과의 소통을 기대하긴 했어도 아무도 읽어주는 사람이 없어도 괜찮다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그냥 나의 일상을 기록하고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큰 가치를 가지는 거라고. 어느덧 시간이 흐르고, 글이 쌓이니 기적과도 같은 일이 생겨났다. 한 사람만 내 글을 읽어도 고마운 일인데, 꽤 많은 분들이(엄청 많은 건 아니지만 이 정도면 내 입장에서는 황송할 정도다). 내 글을 읽고 반응을 해 주시니 그저 놀랍고 또 고마울 따름이다. 처음엔 쑥스러워 댓글에 답글도 달지 못했다. 과감할 땐 과감해도 내가 의외로 수줍음 많은 성격이다. 그게 뭐라고 그렇게 쑥스러웠는지. 이 자리를 빌려, 나의 글을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 그리고 싸복이남매와 뭉치를 아껴주시는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그분들이 있어 나의 글이 더 빛이 날 수 있었다.


싸복이 남매와 뭉치가 감사 인사드립니다^^ 셋을 한 프레임에 넣는 게 쉽지 않았어요~

글쓰기가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누군가 내 글을 읽는다는 것이 지나친 자의식 때문에 부담스럽게 다가올 때도 있다. 반응이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마음이 널뛰기를 하는 것이다. 그래도 여전히 브런치에 글 쓰는 일은 매력적이다. 나는 글을 쓸 때 한 번에 쭈욱 써내려 가는 것이 아니라, 많이 고치는 편이다. 읽고 또 읽고, 고치고 또 고치고, 그러면서 조금씩 글을 완성해가는, 그 과정 자체가 즐겁다. 서랍에서 옛 추억을 꺼내듯, 예전에 쓴 글을 훔쳐보는 것도 쏠쏠한 기쁨이다. 또한 글 속에서 만나는 싸복이 남매가 색다르게(?) 다가오는 것도 묘한 즐거움이다. 나는 이렇게 글을 쓰고 또 읽으며, 내 삶을 뒤돌아 본다. 


사랑의 상처로 괴로워하던 나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어느덧 한 뼘은 성숙해진, 그래서 마음이 더 건강해진 나를 마주 보게 되었다. 무엇보다 소소한 일상이 주는 즐거움에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고, 내가 가진 것이 많은 사람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더불어 몸도 많이 건강해졌다. 내가 원하던 새로운 모습이 이런 것 아니었을까. 나는 브런치를 통해서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언제까지 여기 이 공간에 글을 쓰게 될지 모르겠다. 삶은 계획대로 되는 것이 결코 아니므로. 

나는 오늘도 글을 쓴다. 나는 글쓰기가 즐겁다.


매거진의 이전글 책, 사서, 그리고 삶.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