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뭉치에게는 길냥이 시절 낳은 세 마리의 새끼가 있다.
앞집에서 터를 잡고 살다가, 앞집에서 사료를 끊자 서로 뿔뿔이 흩어졌다. 그중 암컷인 심이와 쿵이는 나의 '중성화 수술 대상 리스트'에 올라 있는데, 유감스럽게도 얼굴 보기가 힘들다. 쿵이는 어떻게 됐는지 얼굴 한 번 본 적이 없고 심이는 한 두 차례 우연히 보았을 뿐이다. 셋 중 남아가 하나 있는데, 그게 바로 '몽이'다. 심이나 쿵이와 친해졌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과는 달리, 어찌어찌하다 보니 나는 몽이와 친해지게 되었다.
몽이는 한 두어 번 스치듯 우리 집에서 본 적이 있었다. 물론 그때는 몽이인 줄(그러니까 남아인 줄) 몰랐다. 심이는 좀 다르게 생겼는데, 쿵이와 몽이는 많이 닮아 헷갈리기 때문이다. 어느 날인가 아침에 길냥이 밥 주러 가는 길에 마주쳤다. 경계하긴 하는데, 도망가진 않는다. 앞집 사람들 손은 타지 않았어도(일부러 길들까 봐 만지지 않았다고 했다), 사람을 자주 봐서인 듯했다. 그때 마침 손에 사료그릇을 들고 있었는데 가만히 내려놓으니, 겁은 먹었는데도 와서 사료를 먹는다. 처음부터 나에게 30센티의 거리를 허용한 것이다. 이후에는 일사 철리로(?) 관계가 진행됐다. 나의 비장의 무기, 통조림 덕이다. 통조림을 준 지 2주일쯤 지났을 때, 나에게 머리를 허락했고, 지금은 배를 까뒤집어(?) 보여주는 사이가 되었다. 당황스러울 정도의 빠른 진전이다.
아침마다 대나무 숲에서 나를 기다리는 것은 이제 알콩이 혼자가 아니라, 알콩이와 몽이 둘이 되었다. 오늘 아침에는 잠이 덜 깬 기색의 몽이가 뒤뜰의 고양이집에서 나오는 걸 보기도 했다. 아마도 우리 집에 아주 터를 잡은 듯하다. 우리 집에서 밥 먹는 길냥이들이 많아도 앞마당으로 지나다니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런데 몽이는 가끔 앞마당에서도 노닐어 싸복이 남매를 환장하게 만드는 걸 보면 여기서 자고, 우리 집을 기점으로 살고 있는 것이 틀림없어 보인다. 뿔뿔이 흩어진 남매가 걱정스러웠는데 다행이지 싶다. 뒤뜰의 고양이 집은 길냥이 시절 뭉치가 새끼들을 피해 한동안 머물렀던 곳이다. 어쩌면 몽이는 거기서 엄마의 냄새를 맡았는지도 모르겠다.
아침마다 알콩이와 몽이에게 통조림을 준다. 거기에 가끔 늘보가 합세한다. 요즈음 우리 집 뒷마당 아침 풍경이다. 가끔 주말에 보면 한낮에도 알콩이와 몽이가 함께 있기도 한다. 둘이 혹시 커플이라도 된 건 가 싶어 유심히 봤는데, 그건 아닌 것 같다(우연히 둘이 같이 있었을 뿐). 둘이 서로 의지하며 지냈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 어쨌든 남녀 사이 아닌가 말이다. 나는 얘들을 앞으로 '알몽(콩이+몽이)'커플이라고 부르련다. 호칭도 그럴싸하지 않은가. 몽이 덕에 알콩이와도 조금은 친해졌다. 아침마다 다정한 몽이와 나를 보기 때문인 것 같다. 알콩이와 앞으로 조금 더 친해질 수 있었으면 한다. '몽이'가 우리 집에서 오래오래 건강하게 지냈으면 좋겠고.
몽이는 어찌나 애교가 많은지, 사람 손을 타지 않았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뭉치와는 닮은 구석이 하나도 없으니(성격부터 외모까지), 정말 뭉치 새끼가 맞을까? 싶기도 하다(너.... 도대체 아빠가 누구?). 짧은 시간 동안 몽이와 정이 담뿍 들었다. 이제는 아침에 보이질 않으면 마음이 헛헛하기까지 하다. 앞집 사람들에게는 그저 '재수 없는 까만 고양이(앞집 아주머니가 그렇게 말했다)'일 뿐인 몽이지만 나에게는 더없이 소중한 존재다. 아침마다 나에게 몸을 비벼오는, 부르면 반갑다고 쪼르르 달려오는 몽이가 어찌 예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몽이와 이리 친해지게 될 줄 상상치 못했던 일이다. 시간이 조금 더 흐르고 나면 심이나 쿵이와도 친해질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해 본다. 미래는 누구도 알 수 없으니까 말이다. 심, 쿵 하고도 친해져 중성화 수술을 해 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앞으로 우리 집 길냥이들과 나의 관계가 어떤 식으로 흘러가게 될까. 기대가 된다.
어떤 고양이가 또 나에게 특별한 묘연으로 다가올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