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집안꼬라지를 보니
아아아 이건 아니야 정말 아니야~
전투육아의 증거물들.
매일 치운다고 치웠는데도 어째서 이 모양이지.
그렇다고 내가 논 것도 아니고
밥 한번 편히 먹은 적 없고
마음 편히 내 시간 가진 적도 없는데!
SNS 속 다른 집들은 모델하우스 수준이다.
CG아니야?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
아이가 끊임없이 어지르는데?
왜 우리 집만 거지소굴 같지?
칫-
변명을 하자면 우리 아이 특성상
낮잠시간에도 옆에 붙어있어야 하는 신세고
하루종일 쉬지 않고 어지르고
그렇게 깨잠 자고도 에너지 만땅이고.
엄마는 체력도 정신력도 고 to the 갈! yo!!
아가야, 아가야, 나의 아가야,
자꾸 잠이 깨는걸 어떡하라구, 그치?
엄마가 도와줘야 다시 잘 수 있는 걸 어떡하라구, 그치?
엄마가 조금만 떨어져도 불안한데 어떡하라구, 그치?
엄마가 너무 좋아서 떨어질 수 없는 걸 어떡하라구 그치.
자꾸 너를 질책해서 미안해.
엄마도 힘들어서 그래, 이해해 주라.
엄마도 우리 아가를 너무너무 사랑해, 알지.
시간이 지날수록 너에게도
엄마보다 훨씬 소중한 것들이 많이 생기겠지.
고작 몇 년만 지나도 내게 안기지 않을 텐데.
그때 되면 또 애기 때가 그립다고
하루만 돌아가서 하루 종일 품에 안고 있고 싶다고
그런 바보같은 소리를 지껄이며 눈물 지을 거면서,
도대체 엄마는 왜... 나는 왜...
엄마 오늘 느낀 바가 있어!
엄마를 가장 힘들게 하는 건
힘들게 구는 네가 아니라
남들은 멀쩡한데 엄마 혼자 쩔쩔맬 때
그게 그렇게 민망하더라고?
꼭 그런날 이렇게 마음이 어려운거같아
죄없는 너에게 불똥이 튀고, 그치?
그래서 엄마 오늘 결심했어!
그런 상황을 안만들기로!
아예 비교될 상황을 최대한 피해야겠어.
완벽해 보이는 남들의 SNS 속 육아도 외면할래.
그리구 의연해질 거야.
엄마가 아쉽게도 쏘쿨한 성격은 못되지만 한번 노력해볼게!
받아들이기 받아들이기 받아들이기.
억울해말기 억울해말기 억울해말기.
뭐가 그리 억울해?
이리 건강하고 튼튼하고 밝고
그거면 됐지.
너무 감사하지.
넌 아주 특별한 아이야.
엄마에게 와 줘서 너무너무 고마워.
부족하고 바보 같은 엄마를
이렇게도 사랑해 줘서 정말 고마워.
오늘 조금, 가슴이 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