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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재 Sep 18. 2021

SNS와 다른 육아의 현실



문득 집안꼬라지를 보니

아아아 이건 아니야 정말 아니야~


전투육아의 증거물들.

매일 치운다고 치웠는데도 어째서 이 모양이지.

그렇다고 내가 논 것도 아니고

밥 한번 편히 먹은 적 없고

마음 편히 내 시간 가진 적도 없는데!


SNS 속 다른 집들은 모델하우스 수준이다.

CG아니야?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

아이가 끊임없이 어지르는데?

왜 우리 집만 거지소굴 같지?


칫-

변명을 하자면 우리 아이 특성상

낮잠시간에도 옆에 붙어있어야 하는 신세고

하루종일 쉬지 않고 어지르고

그렇게 깨잠 자고도 에너지 만땅이고.

엄마는 체력도 정신력도 고 to the 갈! yo!!


아가야, 아가야, 나의 아가야,

자꾸 잠이 깨는걸 어떡하라구, 그치?

엄마가 도와줘야 다시 잘 수 있는 걸 어떡하라구, 그치?

엄마가 조금만 떨어져도 불안한데 어떡하라구, 그치?

엄마가 너무 좋아서 떨어질 수 없는 걸 어떡하라구 그치.


자꾸 너를 질책해서 미안해.

엄마도 힘들어서 그래, 이해해 주라.

엄마도 우리 아가를 너무너무 사랑해, 알지.


시간이 지날수록 너에게도

엄마보다 훨씬 소중한 것들이 많이 생기겠지.

고작 몇 년만 지나도 내게 안기지 않을 텐데.

그때 되면 또 애기 때가 그립다고

하루만 돌아가서 하루 종일 품에 안고 있고 싶다고

그런 바보같은 소리를 지껄이며 눈물 지을 거면서,

도대체 엄마는 왜... 나는 왜...


엄마 오늘 느낀 바가 있어!

엄마를 가장 힘들게 하는 건

힘들게 구는 네가 아니라

남들은 멀쩡한데 엄마 혼자 쩔쩔맬 때

그게 그렇게 민망하더라고?

꼭 그런날 이렇게 마음이 어려운거같아

죄없는 너에게 불똥이 튀고, 그치?


그래서 엄마 오늘 결심했어!

그런 상황을 안만들기로!

아예 비교될 상황을 최대한 피해야겠어.

완벽해 보이는 남들의 SNS 속 육아도 외면할래.

그리구 의연해질 거야.

엄마가 아쉽게도 쏘쿨한 성격은 못되지만 한번 노력해볼게!


받아들이기 받아들이기 받아들이기.

억울해말기 억울해말기 억울해말기.


뭐가 그리 억울해?

이리 건강하고 튼튼하고 밝고

그거면 됐지.

너무 감사하지.


넌 아주 특별한 아이야.

엄마에게 와 줘서 너무너무 고마워.

부족하고 바보 같은 엄마를

이렇게도 사랑해 줘서 정말 고마워.


오늘 조금, 가슴이 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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