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아이를 키우면서
생명의 신비, 우주의 신비를 느낀다.
시력이 약한 갓난아이를 위해
엄마의 유두가 까매지고
세상이 두려운 아기를 위해
모유에 진정성분이 들어있고
몇달간의 적응기간이 끝나면
아이는 스스로 알아서 세상 탐색을 시작한다.
정말 신비롭지 않은가!
그놈의 등센서에도 다 이유가 있다.
아기는 누워있는걸 좋아해서는 안 된다.
끊임없이 어른의 관심을 받아야 살 수 있고
계속 움직이려고 노력해야
뒤집기도 하고 배밀이도 하고
점점 사람으로 커 가니까.
뒤집기 시즌에 정말...
자다가도 로봇처럼 뒤집고 우는 거
엄마는 미칠 노릇이지만
어쨌든 진정 신비롭지 않은가!
때가 되면 앉고
때가 되면 손을 쓰고
때가 되면 이가 나고
때가 되면 엄마를 찾고.
그냥 자연스럽다.
자연스러운 육아가 답인 거 같다.
사실 육아는 엄마의 본능에 내장돼 있는데
굳이 그걸 거스를 이유가 있을까!
책도 인터넷도 없던 시절에도
모성은 존재했을 텐데 말이다.
진짜 잠 못 자는 아기로 악명 높았던 우리 아기.
남들이 보기엔 "그게 뭐가 잘 자는 거야" 싶겠지만
나름대로 좋아지고 있다.
깊은 잠을 못자서 걱정이 많았는데
조금씩조금씩 자는 법을 배워가나보다.
세상에 좀 적응을 한 거겠지?
나의 공이 크도다.
나도 이십대에 불면증이 심했어서
너무 피곤한데 잠 못 드는 괴로운 심정을 잘 안다.
다 큰 성인도 괴로운데
하물며 세상에 갓 태어난 아기에게
너무 큰걸 바라는게 아닐런지.
아가 입장에서 정말 얼마나 힘들까?
엄마 뱃속에선 먹지도 않고 숨쉬지도 않아도 됐고
덥지도 춥지도 않은 딱 좋은 온도에
양수에서 동동동~ 기분좋게 지내다가
어느날 갑자기 뿅! 세상이 뒤틀리며 모든게 변하고
갑자기 춥고 덥고 배고프고 몸은 무겁고
항상 들리던 엄마 심장소리는 온데간데없고
너무 시끄럽고 너무 밝고 눈부시고
얼마나 불안했을까.
나만 의지하고 세상에 나온 여린 아가 -
손탄들 어떠랴.
본능에 충실하여 죽어라 안아줬다.
난 그냥 그러고 싶었다.
그래서인지?
엄마와 애착이 강하고 잘 웃고
엄마 품에서 잘 달래지고
깊은 애정과 신뢰가 느껴진다.
"아이가 엄마를 골라서 세상에 나온다"는 말이 나는 참 좋더라.
그렇다면 모든 엄마들이 비교하지 말고 죄책감 갖지 말고
본인 스타일대로 육아하면 될 텐데.
우리 하니는 아무래도 모성애가 극진한 나를 골라온 것 같다.
많이 안겨있고 싶어서
24시간 붙어있고 싶어서
잘 때도 항상 함께 있고 싶고
눈 떴을 때도 항상 엄마가 옆에 있길 바라서.
난 그냥 내 식대로 아이를 키운다.
그리고 이 아이와 나는, 참 잘 맞는 한쌍인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