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천재 아니야?

눈도 못뜨고 젖도 못물던 핏덩이 신생아가

조금씩 사람이 돼가는 모습은 경이롭다.

뒤집고 앉고 기고 서고 걷고 말하고

한달한달이 다르게 할줄아는게 많아진다.

아이가 처음으로 도리도리 하고

짝짜꿍을 하고 안녕을 했을때

처음으로 까꿍놀이를 했을때

처음으로 도형을 끼워맞췄을때

처음으로 뚜껑을 닫았을때

처음으로 컵을 사용하여 물을 마셨을때

처음으로 "멍멍"이라 말했을때

처음으로 기저귀 심부름을 했을때

처음으로 응!이라 대답을 했을때

처음으로 퍼즐을 맞췄을때...

그 모든 게 엄마아빠 눈에는 감동이며 놀라움이며 기쁨이며

이 쬐깐한것이 사람되는 모습이 신기해서

"우리 애 천재 아냐?"라는

귀엽고도 바보 같은 생각마저 들게되는 게

아기 키우는 재미가 아닐까 싶다.

아마 매일매일 그런 재미로

육아의 고통도 좀 잊고

뭐 다들 그렇게 살아왔을 것이다.

그런데.. 인터넷의 발달로

이런 즐거움이 많이 사라진 게 아닐까?

"이맘때 이만큼 해야한다는데 우리애는 왜 못하지?"

"누구누구는 이것도 하던데 우리애는 왜 안 되지?"

비교는 조바심을 부르고

쓸데없는 걱정과 부담감을 안긴다.

사실 짝짜꿍을 백일에 하든 이백일에 하든

삼백일에 하든 사백일에 하든

그게 뭐 중요하다고..

걷기를 10개월에 하든 15개월에 하든

‘엄마 아빠’를 좀 빨리하든 좀 늦게하든

쪽쪽이를 돌에 떼든 두돌에 떼든

통잠을 백일에 자든 열살에 자든... 아...

아 이건 아니다 취소.

여튼 작은거 하나하나 조바심 내느라

안그래도 힘든 육아가 필요 이상으로 고달파지는 거 같다.

요새 나의 고민은

우리애는 왜케 못 잘까-

우리애는 왜케 안 먹을까-

우리애는 왜케 산만할까-

우리애는 왜케 징징댈까-

우리애는 왜케 위험한 짓만 골라할까-

뭐 그런 것들인데,

내가 절대적으로 힘들어서 그런것도있지만

상대적으로 안 그런 아이들이 자꾸 눈에 보이니

더욱 힘들게 느껴지는 듯하다.

아니 태초부터 삼시세끼 딱딱 먹었을 리도 없고

원시시대부터 돌 되면 딱 모유를 끊었을 리도 없고.

애기도 딱 앉아서 식사해야한다는 강박관념도

부스터니 하이체어니 뭐 그런게 생기면서 확산된 거 아니겠어?

밥 문제를 넘어 모든 영역에 적용되지 않을까?

그렇게 믿고 싶다.

사실 그렇게 믿어야 내가 살 수 있을 거 같다.

지금만 해도 돌전을 떠올리면

"헐 고만한 쪼꼬미한테 내가 그런걸 바라다니" 하는 것들이 많다.

지금 하는 고민들도 몇년후 생각해보면

참 사서 고생했다 하는것들이 많지 않을까?

사랑하는 우리 아가.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고 으쌰쌰 해봐야겠다.

하루하루 훅훅 크는게 너무 아까운데

매일매일 자는 시간만 기다리게 되는 아이러니.

이맘때의 나날들 중 며칠만 좀 떼어서 저장해 놓고

나중에 사춘기때 한번 돌아와 보고,

장가보내고 한번 돌아와 보고,

그럴 수 있으면 참 좋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