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아이일수록 이성의 뇌인 전두엽보다 감정의 뇌인 편도체가 우세하게 활동한다. 불안하고 두려운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편도체 납치 현상’이라는 표현이 있을 정도로, 편도체가 강하게 활성화 되면 이성의 뇌가 힘을 쓰지 못한다.
편도체가 활성화 되면 ‘투쟁 혹은 도피(fight or flight’라는 반응이 일어난다. 아이의 뇌에서 위협을 인식했을 때 맞서 싸우느냐, 도망가느냐를 결정하는 것이다. 이성적인 결정을 거치지 않고 본능적으로 튀어나온다.
불안도 높은 아이들은 어릴 때에 활발하게 뛰어노는 또래들을 무서워한다. 얌전하고 상냥한 어른들에 비해 또래들은 행동도 크고 말도 잘 통하지 않으므로, 마치 통제 불가능한 무서운 짐승처럼 느끼는 듯하다. 그러므로 놀이터에서 또래가 아이 몸을 스치며 쌩 지나가거나 아이 쪽으로 우다다 뛰어오는 경우, 아이의 편도체는 몸 전체에 비상 경보를 발령한다. 아이는 놀라서 울거나 기겁하며 도망칠 수도 있고, 너무 갑작스럽거나 자극이 과도할 경우 오히려 상대를 밀치는 등 공격성을 보일 수도 있다. 길고양이가 큰 개를 만났을 때와 똑같다. 고양이는 최대한 도망가려 하겠지만 궁지에 몰리면 이빨을 드러내며 하악질을 하고 앞발로 나름의 공격을 한다. 자신을 지키려는 본능이다.
게다가 감각 중에 촉각이 예민한 아이라면 ‘촉각방어’라는 현상을 보인다. 촉각방어란 접촉이나 촉각 경험에 대해 과민반응을 나타내는 것으로, 촉각방어가 심한 아이들은 또래가 자기 쪽으로 오는 것만 보아도 마치 자신에게 세게 부딪칠 거 같은 느낌이 들어 방어증세를 보인다.
우리 아이도 또래를 무서워했다. 사람이 많은 곳은 무조건 힘들어했고, 놀이터도 아무도 없는 빈 놀이터를 선호했다. 기관에 느지막히 입학했기에 다행히 문제가 되지는 않았지만, 아마 일찍 기관에 갔었더라면 분명 ‘투쟁 혹은 도피’ 반응으로 무척힘이 들었을 테다. 처음에는 도피하려 노력하다 결국에는 투쟁을 택할 수밖에 없었을 거다.
사실 너무 어린 나이에 어린이집에 다니는 경우, 이성적 성격이 거의 형성되지 않은 채 기질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기질적으로 순한 아이들은 ‘착하다’는 평을 받고, 기질적으로 예민하고 까다로운 아이들은 위축되거나 문제행동을 보여 부정적인 평가를 받기 쉽다. 편도체가 강하게 활성화되다 보니 어쩔 도리가 없다.
예민하고 까다로운 아이들에게 어린 나이에 ‘사회성이 없다’는 꼬리표가 붙는 건 참 안타까운 일이다. 예민한 아이들의 경우 적어도 세네돌은 지나야 조금씩 기질을 조절할 수 있게 된다. 부모와 교사는 아이의 불안을 이해하고, 부정적 자아상이 형성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