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자신의 불안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도와주고 싶었다. 객관적이면서도 부정적이지 않은 표현을 오래도록 고민하다가, ‘생각이 많다’는 표현으로 정착했다. 나 역시 생각이 많은 사람이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은 불안의 근원이 되곤 한다.
<내 아이는 생각이 너무 많아>에 관련된 내용이 나온다. 생각이 많은 예민한 아이는 평범한 교실에서 수업을 들을 때에도 정보가 폭포처럼 쏟아진다. 머릿속에 수업 내용만 들어오는 게 아니라 선생님의 말투와 표정과 감정까지 민감하게 읽힌다. 게다가 교사가 가르치는 내용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보단 비판적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아이의 두뇌는 더욱더 바쁘게 돌아간다. 이렇게 매사에 생각이 많은 아이는 남들보다 불안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이 책의 저자는 이들을 ‘정신적 과잉 활동인’이라 부른다.
정신적 과잉 활동인은 어린 시절부터 외로움을 경험하고 자기만 다른 행성에서 온 사람 같다고 느낀다고 한다. 아무에게도 이해받지 못하고 자기만 이상한 사람인 거처럼 느껴져 우울함에 빠지기 쉬우며, 자동적 감정을 부정하며 ‘거짓 자기’를 만든다. 실제로 병적인 딱지가 붙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러한 아이들이 행복하려면 자기 두뇌가 남들과 다르단 걸 이해시켜주고, 있는그대로의 모습으로 인정받고 사랑받는 경험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된다.
나는 한단계 더 나아가, 불안한 마음을 생각에너지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 불안한 마음에 압도되면 문제지만, 사실 적당한 불안은 성취의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나의 역할은 아이의 인생에서 불안이 과열되지 않도록 마음을 잘 도닥여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워낙 생각을 많이 하니까 불안한 생각도 드는구나. 사람마다 성격이 다른데, 우리 식구들이 다 그런 편이야. 생각이 많더보니 부정적인 생각도 자꾸 떠오르게 돼. 근데 재밌는 게 뭔지 알아? 시작하기 전에 워낙 미리 불안해하니까, 막상 뛰어들면 항상 상상했던 것보다 쉽더라고. 너도 그런 경험 있니?”
- 유치부 선생님 바뀔 때 울었잖아. 모르는 선생님을 만날 생각 하니 걱정됐어. 근데 막상 만나보니 친절하고 좋으셔서 괜히 걱정했다고 생각했어.
“엄마도 회사 다닐 때 그랬는데! 막 나쁜 사람들을 만날 거 같고, 일도 엄청 못해서 혼날 거 같고,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어서 불안했거든. 근데 뭐야, 막상 해 보니 역시 생각했던 것보다 괜찮더라. 엄마는 어른인데 아직도 그래. 아빠도 이직할 때 엄청 불안해하더니, 결국 멋지게 적응했잖아.”
- 이렇게 생각이 많으면 불편한 거야?
“꼭 그렇진 않아. 불안한 만큼 철저히 준비해서 더 잘할 수도 있거든. 엄마도 학교 다닐 때 뒤처질까 봐 불안해서 공부했고, 지금도 건강 잃을까 봐 불안해서 운동하고, 나중에 힘들어질까 봐 열심히 돈 모으고. 결과적으로 엄마는 불안 덕분에 오히려 더 잘 살고 있어.”
- 나도 불안하니까 마스크 잘 쓰지. 무서우니까 차조심 잘하지.
“맞아, 맞아. 생각이 많은 만큼 더 조심할 수 있어서 좋더라.”
불안은 없애는 게 아니라, 이해하고 다스리는 것. 불안은 너의 평생 친구가 될 거다. 미지의 무서운 친구가 아닌, 잘 아는 친숙한 친구가 되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