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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재 Sep 18. 2021

실패가 너무 싫은 너에게



“그래, 이기고 싶고 잘하고 싶지. 실패했을 때 속상한 마음 이해해. 엄마도 그랬어. 근데 속상하니까 더 노력하게 되고 그러면서 발전하게 되는 거야. 그러니까 그건 사실 멋진 마음이란다. 열심히 하는 네 모습이 멋져. 늘 이기기만 하면 좋을 거 같지만 사실은 지는 경험이 더 중요해. 마음도 추스려보고 툭툭털고 다시 시도해 보고. 살면서 점점더 어렵고 멋진 일들을 하고 싶어질 텐데 실패할 용기가 없으면 아무것도 도전할 수 없거든. 마음은 계속 훈련해야 강해질 수 있어. 그래야 네가 원하는 일들을 할 수 있단다. 놀면서 그런 걸 배우는거야. 오늘 또 이만큼 자랐구나.”




아이는 어려서부터 완벽주의가 무척 강했다. 말 배우는 시기에 발음에 자신이 없으니 입을 떼지 않았다. 분명 수용언어는 빠른데 그에 비해 표현언어는 확연히 차이나게 느렸다. 두돌이 넘어 의아한 마음에 놀이로 발음을 하나하나 연습시켜 주며 격하게 칭찬해줬더니 갑자기 자신감이 붙어 말이 확 트였다. 마치 완벽하게 말할 수 있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그보다 어릴 때에 잼잼이나 연지곤지처럼 손으로 하는 모방행동을 안 해서 걱정했는데 이 역시 같은 이유였다. 심지어 돌도 안 되었을 때 어둠속에서 혼자 잼잼을 연습하는 것을 목격한 적이 있다. 대여섯살까지는 아무것도 도전하려 하지 않고 징징대며 ‘엄마가 해 줘’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완벽히 해내고 싶은 것은 멋진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잘 활용되면 어떤 과제든 완성도를 높일 수 있고 성취도를 끌어올릴 수 있음을 안다. 문제는 이 마음이 지나치게 강할 경우, 완벽하지 못할 바에 아예 시도조차 피하려 한다는 점. 그것이 습관이 되면 이상은 높은데 현실이 그를 따라가지 못하니 까칠하고 불만 많은 성격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잘하고 싶어하는 마음을 귀하게 여기면서,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게끔 도와줘야 한다.


많은 칭찬과 인정이 필요하다. 실패를 두려워하는 아이들은 칭찬을 먹고 성장한다. 과도한 칭찬은 독이 될 수도 있다지만, 이런 아이들에게는 과소칭찬이 더 독이다. 아이가 무엇이든 시도조차 피하는 시기에는 과하다 싶을 만큼 폭풍칭찬을, 점차 자신감이 붙는 것이 보이면 칭찬 강도를 점진적으로 줄여가며 밝지만 차분하게 칭찬해 주면 된다. 결과보다는 과정에 초점을 맞며 도전하려는 시도와 용기를 칭찬한다.



1. 작은 성공 경험들 꾸준히 제공

-> 목표 : 뭐라도 시도할 용기가 생기게끔


특히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는 어린 아이라면 성공경험은 더없이 중요하다. 작은 것들부터 성공하게 해 주자. 처음부터 목표를 크게 세우면 성공이 어려우니까 정말 간단한 것들부터 시작한다. 예를 들면 엄마가 블럭 9개 쌓고 아이가 1개만 추가해 완성하기! 엄마가 퍼즐 8개 맞추고 아이가 나머지 2개만 맞추기! 이렇게 쉬운 단계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엄마표놀이로 수준을 조절하며 다양한 성공경험들을 주려 노력했다. 어린 나이부터 쉽게 할 수 있다. 스티로폼 포크로 찔러 관통하기, 색종이 찢기, 테이프로 거미줄 만들어 장난감 붙이기, 택배박스에 공 던져넣기 등등 쉬운 놀이들을 많이 만들 수 있다. 이런 아이들에게 어려운 과제를 주면 독이 된다. 물감놀이를 하더라도 그림 그리기, 색칠하기처럼 정확성을 요하는 과제보다는 분무기에 물감 넣어 휴지에 뿌리기, 데칼코마니 등 수준을 낮춰 시작해 주자.



2. 엄마아빠의 실패를 보여주기

-> 목표: 실패했을 때 대처법 배우기


엄마아빠가 실패하는 모습을 자주자주 보여 주고 그때 어떻게 감정처리 하는지를 보여주었다. 블록이나 도미도를 쌓다가 슬쩍 넘어뜨리거나 혹은 보드게임에 실패하는 모습을 보인다. 일상에서 이런 여러가지 상황을 접하게 해 주고 그때부터 원맨쇼를 하면 된다.


“아, 이런, 또 무너졌어! 으아, 속상해. 흑흑. 에잇, 어쩔 수 없지. 괴로워해봤자 나만 손해니까, 후우 심호흡하고 다시 도전해 보자. 얍얍!”


거듭 실패해도 마음을 다잡고 결국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우와! 엄마가 해냈어! 포기하고 싶었는데! 해내니까 진짜 기분 좋다! 엄마 끈기 대장이지?”



3. 엄빠의 패배를 보여주기

-> 목표: 멋지게 지는 법 배우기


아빠와 아이가 달리기 시합을 하면 주로 아빠가 아이에게 져주게 된다. 그때가 멋지게 지는 법을 가르쳐 줄 기회다.


“이야, 그렇게 열심히 달리다니 멋지다. 이번엔 아빠가 졌네.축하해! 아빠가 졌어도 재밌었어!"


엄마가 옆에서 거든다.


"와, 여보 되게 멋있다! 자기가 졌는데도 축하해줄 수 있는 게 엄청 어려운 건데!”

“다시 한번 하자!”

“우와, 다시 도전하는 아빠 정말 멋지다!”


이런 걸 매일 반복하여 아이 마음에 스며들 수 있도록 노력했다.


멋지게 지는 건 어른에게도 어려운 일이라는 걸 잊지 말자. 더욱이 아이들은 승부욕이 한창 불탈 때다. 이걸 문제행동으로 보면 부모도 아이도 너무 힘들어진다. 당연한 거라 생각하자.



4. 실패경험에 익숙하게 해 주기

-> 목표: 실패시에 너무 좌절지지 않기


이건 1번처럼 실패가 두려워서 아무것도 시도 안하는 아이에겐 금물이다. 그 단계를 넘어섰을 때 해 보자. '실패'라는 개념이 아이의 분노중추를 자극하는데, 이 연결고리를 끊어주는 것이 목표다. 실패라는게 엄청나게 거창한 좌절이 아닌 일상적인 경험이 될 수 있게끔 곳곳에 실패를 심어두었다.


일단 일상에서 실패라는 말을 많이 썼다. 가령 쓰레기를 던졌는데 쓰레기통 옆에 떨어지면 ‘앗, 실패!’, 책장에 책을 꽂다가 떨어드리면 ‘앗, 실패!’


또 진행이 빠른 놀이에서 계속 실패와 성공을 반복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키즈카페 볼풀장에서 공을 목표지점에 던져 넣는 놀이를 하면서 ‘성공! 성공! 실패! 성공! 실패! 실패! 성공!’ 이런 식으로 외치며 실패라는 개념 자체에 익숙해지도록 하는 것이다.


나아가 아이의 작은 실패들에 대해서도 빠른 템포로 실패를 언급하고 지나갔다. ‘와, 실패, 다시 시작!’ 엉겁결에 실패를 받아들이고 확 넘겨버리게끔 말이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무척 재밌고 즐거운 분위기여야 한다는 것과, 바로 이어서 빨리빨리 재도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실패보다 성공이 훨씬 많은 놀이일 때 수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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