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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재 Sep 22. 2021

받아들임





아니 뭐라고? 애가 너무 잘 웃는다고? 아니 뭐라고? 벌써 통잠을 잔다고? 아니 뭐라고? 맡기고 여행을 간다고? 아니 뭐라고? 벌써 둘째를 생각한다고?


하하호호 웃으며 육아에 임하는 친구들을 보면 너무 신기했다. 에잇, 솔직히 부러웠다. 나는 왜 무려 우울증까지 걸렸던 거지? 차이를 분석하게 된다. 아이의 기질, 엄마의 성격, 환경적 요인 등 이유가 있겠지만- 어쨌든 내 아이의 기질은 변하지 않고, 나는 결국 내 환경에서 내 성격대로 키우는 것인데. 비교하고 분석하여 무엇하리.


힘들었던 지난날이 그리도 억울한 걸까?


네가 조금만 순했으면, 내가 조금만 단단했으면, 환경이 조금만 편했으면... 너를 키우는 동안 많은 바람들이 스쳐 지나갔다. 그러나 나비의 작은 날개짓이 태풍처럼 커다란 변화를 유발할 수도 있다는 나비효과를 떠올리면, 나는 지난날의 무엇도 바꾸고 싶지 않다.

지금 내 앞의 있는 네가 너다. 하나도, 단 하나도 바꾸고 싶지 않다. 너의 에너지도 기특하고 너의 불안도 어여쁘다. 너의 섬세함도 감사하고 너의 고집도 귀엽다. 너로 인해 하는 고민들도 이제는 우리 삶의 일부로 자연스레 받아들인다.


좀 더 일찍 깨달았더라면 덜 힘들었을까? 하지만 미숙하게 헤매던 시간 또한 받아들인다. 내가 예민하고 불안한 기질인 탓에 더 힘들었지만 그 모습 또한 나다. 덕분에 스스로를 더 잘 알게 되었고, 지금 이대로의 나를 어떠한 가정 없이 수용할 수 있다.


다른 누군가가 아닌 나와 내 아이를 바라본다. 나는 나만의 고유한 경험을 했고, 거기서 얻은 고유한 깨달음이 있고, 거기서 형성된 고유한 관계가 있으며, 그렇게 자란 고유한 네가 있다. 외부 잣대에 맞춰 거짓 자아를 형성하지 않고 그저 너로서 너답게 자라고 있는 게 기쁘다.


나보다 마음 편안한 삶을 살아갈 너를 기대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실망하지 않을 테다. 어디 인생이 마음대로 흘러가던가? 최선을 다했어도 로망이 실현되리란 법은 없다. 한해한해 갈수록 부모 품을 벗어나 친구 관계나 학업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많을 것이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여러 변수들 때문에 내 마음이 요동치는 날도 많겠지.


그러나 확실한 건, 나는 이 시간의 배움을 통해 있는 그대로의 너에게 단단한 사랑을 줄 것이다. 힘들면 힘든대로 같이 아파하고 같이 울며, 그렇게 변함없이 너의 편이 되어 주고 싶다. 우리의 어린 날들을 가슴에 소중히 담아 두고, 너와 지지고 볶으며 깨달은 관계의 본질을 잊지 않을 것이다.


내 생애 가장 힘들었던 것도 육아지만, 나를 치유한 것 또한 육아였다. 기억해 주렴, 우리 함께 이겨낸 이 날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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