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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재 Oct 28. 2020

아이가 완벽히 행복할 수 없음을 받아들이기

날것 그대로의 내 모습이 보일 때




"아이가 완벽하길 바라는가?" 아니요, 그럴 리가요,라고 모든 부모가 대답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질문은 어떨까? "아이가 완벽하게 행복하기를 바라는가?"


엄마들이 못다 이룬 꿈을 자식에게 투영하여 아이를 괴롭힌다는 말이 있다. 나는 그게 사회적 성취에만 해당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아이를 키워 보니 그게 아니더라. 엄마들의 투영과 푸쉬는 어떠한 분야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공부에 미련이 남은 엄마는 학업에서, 친구 관계가 어려웠던 엄마는 사회성에서… 또 나처럼 불안하고 예민한 기질로 힘들었던 엄마는 애착과 정서에 목을 매기도 한다.


아이의 태명은 ‘행복이’였다. 누구보다 행복한 아이가 되길 바랐기 때문이다. 지극히 숭고하고 사랑스런 바람이라 생각했는데, 어쩌면 나의 지독한 욕구가 투영돼 있었는지도 모른다. 넌 애착이 완벽해야 해. 넌 마음이 충만해야 해. 넌 행복하게 자라야 해. 아이에게 나도 모르게 강요하고 있었던 이런저런 완벽들. 


명심해야 할 것, 아이는 내가 아니란 사실이다. 나는 갓난쟁이 때부터 불안도가 높고 예민한 아이를 보듬으며 내 어린시절을 어루만지는 느낌이 들었다. 외로웠던 나를 안아주고, 불안했던 나를 달래고, 두려웠던 나를 안심시켜 줬다. 내 맘속에 꽁꽁 숨겨놓았던 내면아이를 만나고 위로하는 과정이었다. 어떤 전문가는 이것이 위험한 마음이라고 하더라.


난 욕심쟁이다. 아이가 완벽하게 행복하기를 바랐다. 쓸데없는 스트레스에 시달리지 않게 마음근육도 튼튼하길 바라고, 좋은 사람들을 사귈 수 있게 사회성도 좋길 바라고, 원하는 일들을 이룰 수 있게 능력도 키워주고 싶었다.


내 아이는 치아가 약하다. 나는 그게 참 속상하여 치아 관리에 힘을 쏟고 영구치가 부디 건강하게 나기를 기도한다. 내 아이의 경우는 치아지만 아이마다 신체든 마음이든 약하게 태어난 부분이 있을 테고, 엄마 입장에서 그게 속상한 건 당연하다. 어떤 아이는 학습능력이 약할 테고 그를 개선하기 위해 애쓰는 엄마를 무턱대고 비난해서도 안 될 것이다. 아이에게 좋은 것만 주고 싶은 건 이상하고 교만하고 극성인 엄마여서가 아니라 아이의 행복을 바라는 본능적 모성애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예민한 아이를 키울 때에 육아가 더 힘든 이유는, 날것 그대로의 내 기질이 고스란히 보이기 때문이다. 내가 아프게 부딪치고 깨져가며 삼사십 먹어서야 겨우 다스리게 된, 마음속 깊이 숨겨둔 그 모습을 다시 생생히 마주해야 하는 당황스러움. 그리고 너무나 사랑하는 내 아이가 나의 힘든 점들을 빼다박았다는 사실. 내가 고군분투했던 벅찬 과제들을 내 아이도 겪어야 하며 그 상처를 피할 수 없다는 두려움.
 
 그래서 아등바등 이를 악물고 몸부림 친다. 내가 느꼈던 불안함을 너는 느끼지 않게 해 줄게. 내가 겪었던 어려움들을 너는 겪지 않게 할 거야. 일단 안정애착이 중요해, 실수하지 않아야지. 이럴 땐 이래야 한대, 더 공부해야지. 


 하지만 아무리 애써도 나머지는 아이의 몫이다. 그걸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엄마라면 누구나 소중한 내 아이의 삶이 큰 굴곡 없이 평탄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건 내 권한 밖이다. 내 아이도 크고 작은 상처를 겪을 것이다. 내 아이도 마음이 아파 울 일이 생길 것이다. 내 아이도 자신의 예민함과 싸워나가야 할 것이다. 나처럼.


허나 그게 나쁜 것만은 아니다. 내 아이는 상처를 회복하며 더 단단해질 것이다. 실패하고 무너져도 다시 일어나는 법을 배울 것이다. 어려운 문제에 부딪쳤을 때 해결하는 능력이 자랄 것이다. 아이는 자신의 복잡한 마음을 다스리며 더 성장할 것이다. 나처럼.


더구나 내 아이는 상황이 다르다. 앞서간 엄마가 곁에 있지 않은가. 아이는 어려서부터 자신의 기질을 이해하며 자랄 것이고 자기답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왜 이럴까? 나는 이상한 사람인가?’라는 쓸데없는 고민에 에너지를 쏟지 않아도 된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그저 아이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것. 타고난 모습을 바꾸려 하지 않는 것. 따뜻한 안전기지가 되어주는 것. 또한 비슷한 기질의 인생선배로서 내 삶을 잘 살아내는 것. 그걸 꾸준히 보여주는 것.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둘도 없는 인생친구가 되어 주는 것.
 
 그것만으로도 너의 세상은 꽤나 반짝이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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