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적인 우울증약은 고혈압이나 당뇨약처럼 평생 먹어도 괜찮을 만큼 안전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물론 모든 약에는 부작용과 위험성이 따르기에 장기복용은 조심스럽지만, 우울증약이라고 해서 특별히 더 위험하지는 않다는 말이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약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 바다에서 빠져나오게 도와주는 튜브 역할로만 끝내는 게 좋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충분히 알고 이해하고 먹자.
우울증을 유발하는 원인은 사회심리적, 유전적, 환경적 요인 등 다양한데, 그중 생물학적 요인이 가장 큰 지지를 받고 있다. 우울증은 간단히 설명할 수 있는 병도 아니고 기전이 완벽하게 밝혀지지도 않았지만, 이해를 돕기 위해 우울증약이 작용하는 생물학적 기전을 설명해 보겠다.
한 신경세포에서 분비된 신경전달물질이 다른 신경세포로 전기적 신호를 전달한다. 신경전달물질이 원활하게 전달돼야 쉽게 말해 뇌가 빠릿빠릿하고 잘 돌아간다. 전달이 원활하지 않으면 뇌가 멍해지고 침체된다. 세로토닌,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 등의 신경전달물질이 부족하면 결국 우울증이 유발된다.
- A (분비) :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된다.
- B (재흡수) : A의 일부는 도로 재흡수되어 전달되지 않는다.
- C (전달) : A에서 B를 제외한 나머지가 전달된다.
즉 A-B=C라고 간단히 공식을 세울 수 있다.
우울증 환자는 A 즉 분비량 자체가 장기간 적게 유지되어, 자연스레 C 즉 수용체로의 전달량도 낮아져 있다. 그러다보니 점점 수용체의 민감성이 떨어져서 C의 효율이 낮아진 상태이다. 신경전달물질이 원활히 전달되지 않으니 기분이 다운되고 감정조절이 안 되고 집중력이 떨어지는 등, 뇌가 온전히 기능하지 못한다.
우울증약은 B 즉 재흡수 과정에 관여한다. 재흡수 양을 줄여서 C로 넘어가는 양을 늘리는 것이다. 그러면 점점 뇌에 활기가 생기면서 기분이 좋아지고 힘이 난다. 이 상태가 꾸준히 유지되면 나아가 고장난 수용체의 민감도가 제기능을 되찾을 수 있다. 이것이 약으로 우울증이 치료되는 기전이다.
안타깝게도 A 즉 분비량 자체를 늘릴 수 있는 약은 없다. 우리 몸에서만 만들어낼 수 있다. 약으로 B를 낮춰 C를 올리는 것은 임시방편이라 생각해야 한다. 결국은 우리가 A를 올리는 방향으로 일상을 관리해야 한다.
정리하자면, 우울증약에 끝까지 의존해서는 안 된다. 우울증약이 치료에 효과적인 견인 역할을 해 주는 건 맞지만, 약의 도움으로 에너지가 생기는 즉시 일상 관리를 시작해야 한다. 연구에 따르면 우울증약을 먹은 환자들은 3개월 내 일시적 호전을 경험하지만 그중 60%가 1년 후 여전히 우울증 진단을 받는다고 한다. 그래서 우울증약의 효과가 위약 효과일 뿐이라는 주장도 있다. 물론 나처럼 약을 먹고 머리가 놀랍도록 맑아지는 경험을 한 사람은 이에 동의할 수 없지만.
어쨌든 분명한 건 내 의지가 개입할 수 있을만큼 상태가 호전되면 그때부터 기를 쓰고 나와의 싸움을 시작해야 한다. 최대한 스트레스를 줄이고, 가족들의 도움을 구하고, 부정적 생활패턴을 깨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