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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재 Sep 18. 2021

무자식이 상팔자

“우리 싱가폴로 여행 가자!”

“오오오오오오오오오!!!”


밤낮없이 근무하던 프리랜서였던 나.

쌓인 일이 태산이지만

어떻게든 조정할 수 있다!!


두뇌 풀가동!!!

여행 일정에 맞춰 내 일상을 조절한다.

까짓거 며칠 밤샘하면 되지.

가는 비행기에서 푹 자면 되고.

무엇보다 여행지에 도착하는 순간

난 한없이 자유로울 테니까 :)


으아아 너무 좋아~


일처리 하느라 기절할 뻔했지만,

여행자금 마련하느라 허리띠 졸라매야 했지만,

혼자만 놀러가서 남편에게 조금 미안했지만,

어쨌든 떠.난.다.!


여행 일정 짜면서

즐거운 상상에 빠진다.


여기서는 이렇게 코디해야지♡

사진 하루에 백장씩 찍을 테야♡

이 맛집은 꼭 가야겠다♡

중간에 하루는 아무것도 안 하고 푹 쉴 거야♡


그땐 정말 몰랐지.

내가 내 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 게

내 일상을 조율할 수 있는 게

무언가 계획을 세울 수 있단 거 자체가

얼마나 큰 자유인지 말이다.


한없이 자유롭던 시절.

참 발랄하고 예뻤던 시절.

내 니즈를 따를 수 있던 시절.

내가 내 인생의 주인이었던 시절.


그게 당연한 줄 알았던 시절.


 
 

무거운 아기띠에 짓눌린 동네 애엄마에게도

세일코너 기웃대는 억척스런 아줌마에게도

여기저기서 치이고 기죽는 추레한 전업맘에게도

이쪽저쪽 눈치 봐야 하는 실수투성이 워킹맘에게도


누구에게나 이렇게 빛나는 추억이 있다.


처음부터 애엄마였던 사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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