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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재 Sep 18. 2021

육아맘의 하루

8am


모닝 등센서 발동!

하루가 시작되었구나.


오 주여 또다시 아침입니까

전 별로 못 잤는데 어째서 아침이 왔나요?


식탁에 음식 얼룩, 부엌에 빵부스러기,

쇼파에 널부러진 옷가지, 테이블 위에 면봉,

거슬린다 거슬려! 화가 난다!


포대기 장착하고 거듬거듬 집안일 실시.

남편에게 문자를 보낸다

‘제발 물먹은 컵 좀 치워놔...’

그게 그렇게 어렵나?



9am


어머나? 아직도 9시밖에 안 됐네??

밤 9시면 좋겠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


아싸 모닝 쮸쮸타임!!!

난 쮸쮸타임이 젤 조아!!!

유일하게 내가 쉬는 시간 ♡


나도 배고픈데 밥 먹을 시간이 없네.

급한대로 허겁지겁 분유를 좀 퍼먹는다.

아 이와중에 맛있어!

아무리 힘들어도 살은 성실히 찌고 있다!



10am


1초만 지루해도 난리난리 나는 아가.

이제는 안다, 이 녀석이 우는 이유의 팔할은

배고파서도 졸려서도 아닌 심심해서라는 거.

너의 열정 리스펙트!


알았어, 알았어, 울지 마 봐.

나도 스트레스 풀겸

신나는 음악 틀어놓고 춤을 좀 춰볼까나.

아주 그냥 턴 돌고 힙합댄스에 탭댄스에

우두둑우두둑 각기까지 선보이며 시선을 강탈한다 훗.

다른 엄마들도 이러나? 난 진정 모르겠네.


그와중에 이뻐 죽겠으니 모성애는 진정 미스테리.



11am


원맨쇼 약발 끝.

심심하다고 죙일 꽥꽥거리는 아가야,

너 참 만족을 모르는 아이구나?


뭔가 또 수틀려서 오열 중인데

안그래도 예민한 내 청각이 폭발할 거 같다.

남들 입덧할 때 귀덧한 여자라구.

배려 좀 해 달라구.

이번엔 왜 우는 거야? 엄마도 울고 싶다.


아 내 육아동지 보고싶구만.

여보 언제 퇴근해?

어머나 세상에 아직도 오전이라니!



12am


행복한 수유타임!

남들은 수유텀 늘길 바라지만 난 더 좁히고파.

찡찡이가 조용히 입 다물고 있는 시간.


너무 힘들면 무의식중에

"어머 배고파쪄요" 하며 수유해버려서

이렇게 우량아가 됐나 싶다.


역시 젖은 내 최고의 육아도우미♡

(가슴 아니죠, 젖이죠잉)



1pm


“안아 달라! 졸리지만 내 누워서는 못 잔다!”

“네잉! 알겠습니다!”


우리 아기

배부르고 졸린데

누워있어서 못 자겠구나?

그게, 말이 되니?


그려그려 재워줄게.

엄마 품에 안기렴.

옆집 누구누구는 누워서 잔대 글쎄~


살짝 앉을까? 운 좋으면 안 깰 텐데.

용기 내어, 안은 채로 살포시 앉아 봤다가

실패! 깼다! 아놔 앉지도 못하게 해!


서성서성거리다

10분 후 다시 도전... 실패!

10분 후 다시 도전... 실패!

10분 후 다시 도전... 실패!

그렇게 1시간이 흐르고 아기가 기상했다!



2pm


택배 왔다아!

예전 같았으면 계절마다 샤랄라 원피스를 샀겠지만

오늘의 택배는, 손목 보호대로구나.


손목건초염이 생겨서 너무 아프다.

새벽에 기저귀 갈 때는

너무 굳어서 비명을 지를 만큼.

화석인 줄...


무조건 손목을 안 써야 낫는다는데

애엄마가 우찌 그럴 수 있나.



3pm


오메 아직도 3시네 하하하하하

30년은 흐른 거 같은데 말이야.

그래! 또 놀아 보자!

가식적으로 발랄하게~


아 근데 말이야

엄마 양치 좀 할게 1분만 기다려줘.

아 진짜! 제발! 제발 1분만!


단독 양치는 사치다! 동시에 쉬야는 필수!


벌써 쪼끔 의사소통이 되는 느낌인데?

나의 착각인가?


ㅇㅏ 클수록 얼마나 더 재밌을까.

내 쪼꼬미가 커가는구나.



4pm


신나게 놀다 잠투정 시작.

어 진짜? 또 잘라고? 오늘 로또구만.


둥기둥기 열정적으로 재우고

깊이 잔다 싶을 때 내려놓기를 시도해 보고 있는데

절대 안 되는구만.

눈 번쩍 뜰 때 심장이 철렁.

누워 잔다는 아이들은 대체 어느나라 이야기?

잘락말락 안 울 때 눕히면 된다는데

안 울때가 없는데?


품에서 쌔근쌔근 잘 자는 걸 보면 또 짠하네.

그래, 갓 태어난 아기가 엄마 품 찾는 게 당연하지.

힘들어도 그냥 안아 주자고 오늘도 또 다짐하며

사랑해, 사랑해, 자는 아이 안고 수백번 되뇌인다.


매일매일 가슴에 사랑이 몽글몽글 샘솟는다.



5pm


애미는 인간바운서.


깊이 잠들어 줘서, 조심조심 소파에 걸터 앉기 성공!

눕힌것도 아니고

안은 채 앉는 것만으로도 요래 감격.


아싸아싸 쉬는 시간이다.

비록 데롱데롱 너를 매달고 있지만

이 상태로 책도 읽고 낮잠도 자고

폰질도 하고 달콤한 휴식.



6pm


와 드뎌 저녁이다!

하루에 시계를 몇번을 보는지.


베란다로 나가 바깥구경 시켜주기.

맨날 뭐 그리 할 말이 많냐며 남편이 신기해하는데

내가 생각해도 신기하다.

왠지 베란다에 나가면 생각나는 게 많아진다.


매일 똑같은 일상이지만 그래도 열심히 쫑알쫑알.

엄빠 추억 얘기도 해 주고, 동물 친구들 얘기도 해 주고,

이것저것 설명해 주고, 사랑 고백도 수억번 하고.

우리 아가도 베란다타임을 좋아한다.


환경이 엉망인 게 원망스럽다.

얼른 커서 산책 다니자!



7pm


해질 때 되면 귀신같이 알고 칭얼대기 시작한다.

그럴 땐 목욕이 답!


우리 아가는 목욕을 참 좋아해.

물에 들어가면 표정이 좋아진다.

뭔가 편안하고 안도 되는 표정.

양수 생각 나는 거니, 요 껌딱지야!

자궁이 그리운가보구나.


뭐 하나 수월한거 없는 육아인데

목욕만큼은 쉽게 해줘서 고맙다.



8pm


마지막까지 열정을 불태우시는 중.

얘 적당히 하렴, 너 1살이야.

해지니까 과잉행동 작렬.

자기 스스로는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수발은 나의 몫.


신생아 갓 지났는데

원래 이맘때 이렇게 자아가 강한가?

정말 열심히 사는 너란 아이!

내겐 언제 이런 열정이 있었던가!



9pm


용사여 깨어나라.

우주가 흔들리는 잠투정 타임!


내 영혼이 소멸되는 중.


감정이입 잘하는 나라

네가 울면 내가 우는 기분이라구.

왜 그렇게 심하게 우는 거야.

뭐가 그리 불안해 엄마 여기 있잖아.


괜찮아 괜찮아 그냥 자는 거뿐이야.

네가 사라지는 게 아니란다.

괜찮아, 괜찮아, 토닥토닥.


엄마 품에서 그나마 진정하는 아이를 보며

이 어린것에게 벌써 내가 유의미한 존재인가 싶어서

모성애가 또 뭉클뭉클.



10pm


어머, 잠들었나 봐!

제발 깨지마라 깨지마라 깨지마라.

얄리얄리얄라셩.


아슬아슬 간이 콩알만해져서

무음모드 슬로우모션으로 기어나와

집안 정리도 하고

배도 채워 볼까나.


그러나 1분만에 다시 소환됨.


어우 됐다 됐어 하긴 뭘 하냐.

그냥 나도 옆에서 자자!

잘 수 있을 때 자야지.



11pm


’여보 나 먼저 잘게’

불쌍한 야근쟁이에게 카톡 후

아기 옆에 누워

나의 유일한 자유시간 꺄아아.


소셜앱 ON!

오늘은 쓸만한 쿠폰이 없구만 궁시렁궁시렁


블로그앱 ON!

아니 이 집 애는 왜케 순하댜 시무룩


갤러리 ON!

고단한 하루에 졸음이 밀려와

결국 또 이쁜 우리애기 사진을 보며

잔뜩 미소 지으며 잠이 든다.



2시간마다 반복되는 새벽 수유 일기는 생 to the 략.


오늘 하루도 길~었다

오늘 하루도 잘~했다

오늘 하루도 좋~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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