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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재 Sep 18. 2021

우울한 백일



오지 않을 거 같던 백일이 왔다.

백일의기적이니 백일의기절이니

그런건 아무래도 상관 없고,


그냥 난 오늘도 바빴다.

예민하고 까다로운 기질의 아이다 보니

육아 일상만으로도 살얼음판에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백일기념으로 그 흔한 셀카 한장 못 찍었다.


남들은 백일잔치에 백일상에 백일촬영에 지극정성인데

난 내시끼 첫기념일에 아무것도 못해줬다니.


케이크에 초라도 불었음 덜 속상 했으려나.

그냥 또 정신없이 주말이 지나가버렸다.


그깟 백일사진이 뭐라고 이렇게 눈물나게 속상한지...


아이는 평소와 똑같았는데

괜히 백일 따위에 쓸데없이 의미부여하느라

다른 순한 애들이랑 비교질하는 못난 애미.


일종의 육아우울증일까?


내생애 최고로 행복한 나날들인데

그와 동시에 스트레스도 심하다.

아기는 날 아무리 힘들게 해도 마냥 사랑스러운데

육아에 온 에너지를 소진해서 그런지

육아 외의 모든것이 날 괴롭게한다.

걍 아무도 날 건드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남을 향할 수 없는 그 화살은

결국 나스스로를 향하기가 일쑤다.


창밖에 지나가는 차소리도 짜증나고

백일이라고 찾아오는 식구들도 스트레스고

살기위해 어쩔수없이 밥해먹는 것도 귀찮고

배달 메뉴 고르는 일조차

걍 모든일에 신경이 곤두선다.


초.예.민.


육아 하나로도 충분히 버거우니

그외에 어떤것도 신경쓰지 않고싶다.

정말 사소한것도, 아무것도.


육아는 장기전인데

아직 갈 길이 먼데 걱정이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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