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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재 Sep 18. 2021

초보맘의 내려놓기

모빌 틀어 주면 혼자도 잘 놀고~

눈 마주치면 까르륵 웃어 주고~

하하호호 같이 문센도 다니고~

낮잠 코~ 잘 때 우아하게 커피 마시고~

아이 재우고 TV 보며 스트레스 풀고~


난 또 그럴 줄 알았지.



애 키우는 게 그리 녹록치 않더구만.


웃어주긴커녕 세상 심각한 인상파에

등에 가시가 달렸나 무조건 안아달라 울고

문센 따위 깡패울음에 상상도 못하고

어렵사리 재워 놔도 바람소리에도 깨 버리니...


애기들은 하루하루 다르다는 소리가

그만큼 빨리 큰다는 말인줄만 알았는데

그게 아니고 정말 매일매일이 다르다.


하루는 좀 살 만했다가

하루는 죽을 맛이다가

하루는 “와우 나 육아체질인가” 했다가

하루는 “음마 이게 육아헬이구나” 했다가.


가장 힘든 건, 외로움과의 싸움인 거 같다.

왜 창살없는 감옥이라고들 하는지 알겠네.

너무 매정한 표현이라 생각했는데 이해가 되네.


맨날맨날 하루종일 목빠지게 남편만 기다리는데

퇴근하고 오면 아기 얼굴 보기도 힘든 시간이지 뭐.


아침엔 희망차게 신나게 시작한다!!!!

까꿍까꿍! 사랑해 내시끼! 까르르까르르!


그러다 시간이 가면서 점점 지치고

저녁이 되면 한계를 찍는데

남편의 야근 소식은 내 맘을 무너뜨린다.



이러다 내가 죽겠다 싶어서

엄마는 내려놓기를 시작합니다.


TV를 안 틀겠단 다짐을 깨고

예능을 틀어 놓기도 하고


잠시라도 등센서 끄는법 찾으려던 욕심을 접고

걍 아싸리 죙일 안고 다니며 외팔생활에 적응하고


합리적 소비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필요하다 싶으면 무조건 사제끼고


완모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안되겠다 싶으면 분유도 타 주고


아기가 울면

"내가 뭘 잘못했지? 왜 아가가 불행하지?" 하며

스트레스 받던 부정적 생각을 내려놓고

"그래~ 우는구나~ 이번엔 무슨 일이니?"

할수있는 여유를 가지려 노력 중.


"아기가 운다고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마.

그냥 말하는 거라고 생각해.

말을 할 줄 모르니까 대신 울음으로 표현하는 거야.

진짜로 우는 거라 생각하지 마."

힘들어하는 나에게 남편이 해 준 말이

너무너무 위안이 됐다.


애기도 게임 캐릭터처럼 게이지가 표시되면 좋겠다.

배고픔 게이지, 졸림 게이지, 배앓이 게이지 등등.

왜 우는지 모를 때가 젤 어렵다.

졸린 건지 배가 고픈 건지 아픈 건지, 어휴.


그래도 조금씩조금씩 배우고 익숙해져가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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