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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재 Sep 18. 2021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출산 전>


뭐? 기적의 속싸개?

거참 속싸개가 다 똑같지 뭐 상술은.

그냥 수건나부랭이 아니야?

아무거로다 둘둘 싸면 되지.

난 절대 호갱이 되지 않겠어.


<출산 후>

10분이라도 더 재울 수만 있다면

천쪼가리에 십만원이라도 투자할 수 있어!!!

결국 허둥지둥 비싼 속싸개 2개 구입.

완전 좋다! 성공!

애가 조금 더 잘 자네.

5분 정도 더 자는듯 하하하-


할렐루야 역시 비싼 게 좋구나

몰라몰라 호갱이든 말든.

 
 

<출산 전>


출산용품으로 온습도계를 준비한다고?

뭐? 온습도계? 습도를 왜 재?

헐 뭐 그런 거까지? 완전 오바야.

아이는 막 키워야 건강한겨.


<출산 후>


태열이 아기 얼굴을 뒤덮자마자

울며불며

온습도계는 물론이고

좋다는 로션까지 종류별로 다 주문하게 됨.

온집안을 무조건 아기를 위한 세팅으로다가.




이놈의 태열.

아기의 작은 얼굴을

벌건 여드름 같은 게 온통 뒤덮고야 말았다.


속상한건 둘째치고 밀려오는 죄책감.

내가 자연분만을 못해서 그런가?

내가 완모를 못해서 그런가?

예민한 내 피부를 닮은 걸까?

혹시 임신했을 때 음식 안 가려서 그런가?



으으, 며칠 전엔 샤워하다가

긴머리가 너무 거추장스러워서

주방가위 가져와서 대충 댕강 잘라버렸다.

머리 감고 말리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과감히 싹뚝 잘라버렸는데 너무 시원하네.

맘같아선 빡빡 밀고 싶다만

다시 여자가 되는 그날을 위해 참아보자스라.



이렇게 쓰니 너무 불쌍해 보이지만

육아는 기대 이상으로 충만감을 준다.

너무 겁을 먹었어서 그런지

막상 겪으니 그럭저럭 버틸만하다.

하루하루 갈수록 아가랑 더 친해지고

울어도 당황하지 않고 다루는 법을 배워가고 있다.


처음엔 애기가 너무 작고 연약해서

어찌할 바를 몰랐는데

좀 지내 보니 "얘도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아주아주 본능에 충실하고 감정에 솔직한 사람이구나!

이렇게 이해하고 다루니

조금은 겁도 풀리고 수월해진듯.

아무리 힘들어도 아가가 이쁘니 엔돌핀이 나온다.


쌔근쌔근 깊게 잠든 애기 얼굴,

옹알옹알 최고로 귀여운 소리,

몽글몽글 심쿵하는 아가 냄새

쓰리콤보에 난 또 마음이 녹아내린다.


엄마 맘이 다 똑같겠지?  

그나저나 이 글 하나 쓰는 데에 3일이 걸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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