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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재 Sep 18. 2021

그립도다 닭살의 추억



아아아

우리 참 닭살커플이었는데.

로미오와 줄리엣 뺨치는 사랑꾼이었건만.


육아에 찌들다보니

사랑은 사치구나.


그렇다고 싸우는 것도 아니다.

왜냐면 싸울 시간이 없다, 진심으로!

화해할 에너지도 없고.



신나던 신혼의 추억들이 떠오른다.


거창하게 여행을 가지 않아도

지금 돌아보면 일상의 하루하루가 주옥 같구나.


아무리 일이 바쁘고

아무리 뭐가 많아도

애기 낳기 전엔 누구나 자유로운거구나.


12시까지 야근하십니까?

막장 시댁 때문에 맘편할 날이 없습니까?

그래도 그대는 자유롭습니다, 애만 없다면.


출산 전에 데이트 많이 하라던

선배 친구들의 간절한 조언이

이제야 팍팍 와닿는구먼 껄껄껄.


사소한것들이 그립다.


주말에 밤늦게까지 노닥거리다 잠들어서

다음날 한낮까지 늦잠 자던 거,

야밤에 거실에서 춤추고 놀던 거,

팝콘 사들고 재밌다는 영화 죄다 보던 거,

"여기 가볼까?" 툭하면 차 타고 떠나던 거,

자기 전 품에 쏙 안겨서 쫑알거리던 거,

퇴근 길에 만나서 삼겹살집 가던 거,

괜히 이유 없이 산책 나가던 거,

딩굴딩굴 징글나게 티비 보던 거,

화장하고 데이트하던 거.


"그래도 우리가 가장 잘한 일은

아기를 낳은 거야~♡"

라는 멘트는 접어두가쓰.


이 말은 물론 사실이지만!

닭살을 못 떨어 슬픈 건 슬픈 거니까.

아가로 인해 너무 행복하고 사랑스럽고 어쩌고

그것과는 별개잖아!


육아의 가장 힘든 점 중 하나는

바로 이거인 거 같다.

부부 둘만의 생활이 없어지는 거.

사랑꾼으로 십수년을 살았는데

그것이 나의 정체성이엇는데,

우리도 그저그런 부부가 돼 가는구나.


엄마는 위대하다

나 말이야 나!

아빠도 위대하다

부모의 희생은 참으로 위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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