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평지는 언제 나와요?
거친 파도가 노련한 뱃사공을 만든다.
저는 한때, 거센 파도에 휩쓸리며 매일 ‘내 인생 왜 이래…’ 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20대 사회 초년생 시절이었죠. (그립다, 젊음이여…)
그때 제 멘탈을 붙잡아주던 문장이 있었어요.
“거친 파도가 노련한 뱃사공을 만든다.”
전 진짜 이 문장 하나로 제 인생을 버텼습니다. (웃지 마세요!!!!!!)
“그래, 나는 지금 노련해지고 있는 거야.”, “이건 시련이 아니라 훈련이야.”
그렇게 스스로 합리화하며 파도 한가운데서 매일 허우적댔죠.
다들 마음속에 이런 문장 하나쯤 품고 살잖아요? 모른척하지 마세요!
아프니깐 청춘이다. 고통 없는 성장은 없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등등
어느 날 이 말을 당당하게 회사 동료에게 자랑했습니다.
(자랑할 게 그렇게 없냐고요? 맞아요, 그랬습니다…)
“나는 거친 파도를 맞으면서 성장하는 타입이야. 후훗.”
그랬더니 동료가 이런 말을 하더군요.
“굳이 맞을 필요는 없잖아요.
그냥 파도 잘 피해 가면 되지 않아요?”
…오? …오………………
그 말을 듣는 순간,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어요.
“인생은 왜 이렇게 힘들고, 또 왜 이렇게 좋은 순간도 있는 걸까?”
“왜 평지는 없는 걸까? 늘 오르막 아니면 내리막뿐일까?”
그 질문을 품은 채 10년을 살아왔어요.
그럼에도 난 아직 ‘노련한 뱃사공’ 밈을 붙잡고 있다.. (반전 없음 주의.)
이제는 그저 나의 합리화 문장에 기대기보다 거친 파도와 인생의 내리막길, 노련한 뱃사공과 정상의 오르막길이라는 말들의 의미를 다르게 해석해보고 있어요.
(엄청난 노력 중이에요, 진심으로.)
누군가에게는 잔잔한 하루가 최고의 행복이고, 또 누군가에게는 그 잔잔함이 가장 무료한 시간일 수도 있죠. 그래서 이제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억지로 의미를 찾으려 하기보다 아프면 아픈 대로, 좋으면 좋은 대로 느낄 수 있는 사람.
그게 진짜 노련한 뱃사공의 여유 아닐까 싶어요.
예전엔 정상을 향해 숨이 턱까지 차도 멈추지 않았어요.
“빨리 올라가야 돼!”, "이번 등산은 정상을 찍는 게 목표야!"
근데 막상 정상에 오르면 잠깐의 기쁨, 그리고 바로 하산.
무릎은 아프고, 기분은 이상하게 허전하더라고요.
지금은 좀 다릅니다.
중간에 멈춰서 물도 마시고, 풍경도 보고, 동료랑 투덜대기도 해요.
정상에 도착해도 “드디어 도착했다!”보다
“이제 내려가볼까?” 정도의 여유. 훗. (어때? 멋있지?!)
평지는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오르막과 내리막 사이사이에 숨어 있는 거구나.
거친 파도도, 잔잔한 바다도 결국 나의 바다.
성장이든 휴식이든, 다 내 항로의 일부.
노련한 뱃사공이 되겠다고 안간힘 쓰기보다, 그냥 오늘의 바다를 즐기며 노를 젓는 게 좋지 않을까요?
결국 인생에서의 오르막은 ‘정상으로 향하는 성공의 길’이고, 내리막은 ‘실패로 내려가는 길’처럼 느껴지죠.
오늘의 글 역시 제 의문 상자에서 나온 생각의 한 조각일 뿐,
글을 쓰며 조심스레 바래봅니다.
모두가 나락 같은 내리막길이 아닌, 조금은 불안하지만 스스로의 속도로 내려갈 수 있는 내리막길을 걷길,
주변을 보지 못한 채 정상과 도파민에 취해 달리는 오르막길이 아닌, 황금연휴와 같은 소확행의 오르막길을 일상에서 자주 느끼며 살길.
(물론 저도요!!!)
의문이다, 의문이야. 인생은 파도타기야.
다음 의문 상자에서 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