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영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에' 첫 장면은 검정옷을 입고 공동묘지 앞에 서 있는 두 부자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톰 행크스는 담담하게 엄마를 잃은 아들에게 말한다.
'그냥 그런 일이 생겼지. 누구 탓도 아니야. 받아들이기 어렵지만 왜 그랬는지 알려고 들면 우린 너무 힘들 거야."
Travis의 노래 Why does it always rain on me 중 '왜 내게 항상 비가 올까? 내가 열일곱 살 때 거짓말을 해서일까?'라는 가사가 나온다. 우린 이유를 찾고 싶지만 삶은 원래 그런 거다.
나 또한 그랬었다. 그러나 '왜 내게 이런 일이 생겼지?'라는 생각에서 '나에게 생기지 말라는 법도 없지'로 바뀌어 가며 점차 받아들이게 되었다. 절망 속에서도 새로운 희망을 찾기 마련이다.
희망이 없으면 살아갈 힘이 없다.
요즘 날이 추워지고 자격증 공부한답시고 잘 움직이지도 않고 낮에 햇빛을 쐬지 않았더니 세로토닌의 부족으로 멜라토닌까지 형성이 안되어 잠이 잘 안와 우울한 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우울이 나를 삼켰다는 표현을 어디선가 봤었는데 위험한 감정임이 틀림없다. 특히 밤에는 더욱.
우울은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들어 더 안 움직이게 만든다. 그렇다면 반대로 우울을 털어내려면 움직이는 수밖에 없다. 사람은 어떤 방식으로든지 활동하고 사람 속에서 살 수밖에 없다.
사람의 온기가 필요하다.
영화 '위키드' 감독 존 추는 이런 말을 했다.
'노란 벽돌길을 따라가면 마법사가 소원을 들어줄 거라고 생각하지만 너의 진실한 소망을 이루어줄 마법사는 없단 걸 깨닫게 된다. 삶은 일련의 모험이고 꽃냄새도 맡고 신선한 공기를 느끼다 보면 자신이 이미 날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거창한 것들이 우리 삶을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잠깐의 시간들, 조용히 영화나 책을 보며 마음이 몽글해지는 순간, 대수롭지 않은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는 일상들이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것이다.
모두 따듯한 연말을 보내길 바라며 이 글을 통해 작은 온기를 보내본다.
Travis - Why does it always rain on me
https://youtu.be/PXatLOWjr-k?si=a3a66DJa11hzsGR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