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이 배겼다
앉아서 글만 쓰다 보니 어느새 허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하루에 앉고 누워 있는 시간이 24시간 중 일하는 시간 8시간+자는시간 6시간을 합치니 14시간이었다.
밥도 앉아서 먹고 똥도 앉아서 보고 티비도 앉아서 혹은 누워서 보니
하루에 걷고 서 있는 시간이 얼마나 될까를 생각해 보면 1시간이나 되려나?
애써 일부러 움직이지 않으면 걸음수가 하루에 3000보도 찍히지 않는 날이 부지기수였다.
그러니 허리가 아플 수 밖에... 나이도 이제 30대 중반을 지나고 있으니 정말 큰 일 나겠다 싶었다.
다른 것 다 차치하고도 이미 나올만큼 나온 뱃살을 보면 그냥 가만히 앉아 있거나 누워 있으면 안되겠다 싶었다.
급한 마음에 운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가장 빠르게 할 수 있었던 건 역시나
달리기였다.
그렇게 제작년부터 달리기를 시작하게 되었고, 꾸준히 뛰어 10키로를 뛸 수 있는 수준으로 올렸다.
그런데 몸무게에 비해 현저히 부족한 근육량으로 인해 과부화가 온 무릎은 통증을 호소했고,,,,
결국엔 뛰는 것도 자제하게 되었다.
이대로 나의 운동은 끝인가...? 싶었지만 ㄴㄴ
근력이 부족하면 키우면 될 것이다.
난 헬창이 되기로 마음 먹었다.
사실, 헬스는 군대에서부터 간간히 해 왔다.
처음 헬스장을 등록한 것은 다름 아닌 미국이었다.
미국으로 어학연수를 갔을 적, 만난 태혁이 형을 따라 같은 헬스장을 등록했다.
필라델피아 마켓스트리트 15가를 지나면 있었던 빨간색 간판의 헬스장... 아직도 기억이 생생히 남아 있다.
썰을 풀자면, 같이 헬스를 하던 태혁이 형은 라커 룸을 잠시 열어두고 화장실을 갔다가
핸드폰과 지갑을 털리는 경험을 했었다...
아무튼 그렇게 난 흑인 형들이 가득하고 백인 누나들이 미친듯이 트레이드 밀을 달리는
미국 필라델피아 헬스장을 처음 방문했고, 흑인 형들이 운동하는 것을 겉눈질하며 깔짝대기 시작했다.
물론, 헬스장은 잘 가지 않았다. 태혁이 형이 가자고 해도 밍기적 밍기적... 노흥미...
아무튼 그렇게 미국 헬스장은 끝!
다음은 또 호주다(어딜 그렇게 싸돌아 다니는지...)
호주에선 같이 살던 룸메 도일이 때문에(덕분이 아니다 난 가기 싫었다) 다니게 됐다.
일의 특성상 몸을 많이 쓰는 일을 해서 살이 많이 빠진 상태였다.
도일이는 새벽 야간 일을 했고, 난 새벽부터 아침 오전까지 일을 했었다.
그래서 내가 일어나면 도일이는 출근해 있고, 퇴근하고 집에 오면 얘는 뻗어 있었다.
우리가 유일하게 보는 시간은 저녁, 대략 점심 먹고 저녁 먹기 전 4~5시 쯤 같이 헬스장을 간다.
도일이 차를 타고 약 10분 정도 가면 엄청 큰 헬스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한 마디로 도일이가 안 가면 나도 안 갔다 ㅋㅋ
몸 쓰는 일을 하다 보니 퇴근하고 집에 오면 그냥 자고 싶고, 눕고 싶고 쉬고 싶었다.
그런 날 끝까지 끄집어 내었던 도일이는 요즘 나의 인스타 스토리를 보면서 말한다.
"행님 헬창 다 되뿟네"
맞다. 임마도 부산놈이다.
아무튼 난 그렇게도 운동 아니지 헬스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운동은 꽤 좋아하는 편이었다.
축구, 농구를 즐겨했으며, 수영은 어릴 적 눈대중으로 배워 곧잘 하는 바다 사람이다.
탁구도 고딩때 다니던 수학학원에서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탁구만 쳤다.
학원 원장 쌤이 탁구를 좋아하셔서 종종 치곤 했다.
그밖에도 난 볼링이며 스키며 스케이트 등 안 해 본 운동이 없었고,
대부분 잘하진 못해도 어느 정도 하는 수준이었다.
헬스만 빼고,,,,
사실 서울로 올라오고 나서도 헬스장은 꾸준히 등록했다.
무슨 생각인지 어차피 안 다닐거 뻔히 알면서도 꾸준히 등록해서 돈을 내다 버렸다. 돈도 없으면서...
그랬던 내가 지금은 일주일에 꼬박 2~3일은 헬스장에 간다. 그리고 가끔 달리기도 한다.
(심지어 런닝화도 샀고, 헬창들만 쓴다는 손목 스트랩도 샀다. 운동은 역시 장비빨이 진리)
이렇게 지낸지 약 1년이 다 되어 간다.
이제는 헬스장을 2~3일 안 가면 뭔가 죄책감이 든다.
아침에 일어나면서 생각한다 응 오늘은 헬스 가는 날~
하지만 퇴근하고 집에 오는 길에는 다시 생각한다.
응 오늘까지만 쉬는 날~
그리고 다음 날이 되면 다시 생각한다.
미친놈, 오늘은 무조건 간다 레알 진짜 구라 안치고 다 걸고 오늘은 무조건 등 조진다!!
요즘은 막 근육들의 이름을 외우고 다니며 운동 유튜브를 즐겨보기 시작했다.
척추기립근이 어쩌고 저쩌고 후면 삼각근이 어쩌고 저쩌고 유튜브를 보며
오늘은 등하는 날이니까 레풀다운을 할 때 광배에 자극을 줘야 하니 이런 자세를.... ㅁㅊ
완전 헬창이 다 됐다는 말이 실감이 난다.
헬스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면 마치 물만난 물고기 처럼 이야기를 떠드는 걸 보면
어쩌면 글쓰기보다 이젠 운동이 더 좋아진 걸지도 모르겠다.(는 구라)
글쓰는 게 일이 되고 나니 운동이 좋아진건 분명히 있는 것 같지만,
헬스가 좋아진 건 어쩌면 운동을 하면 할 수록 변해지는 몸의 형태와
어깨가 펴지며 자세가 바르게 되며 그러므로 오는 자신감의 상승이 원인이 됐던 것 같다.
운동을 꾸준히 하다보니 자신감이 생겼고 또 다른 취미가 생겼다.
어제는 등을 했으니 오늘은 가슴을 할 차례다.
중량을 좀 더 칠까 싶기도 하지만 아직 헬린이 수준이니 깔짝이도록하자.
비록 닭가슴살은 먹지 않고 운동 후 순대국밥을 먹지만 언젠가는 식단까지 해서
몸을 만들어 보고 싶은 생각은 있지만 없다.
맛있는 건 참을 수 없어... ㅠ
대신 운동을 열심히 하는 걸로 !
오늘도 오운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