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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읗 Aug 28. 2020

출판사 투고를 망설이는 이유

퇴사는 했지만 여전히 글은 씁니다

 브런치를 시작한 지 어언 3개월 그리고 퇴사를 한지 어언 2개월 지금까지 꽤 많은 글을 써왔다. 작년 10월부터 글을 쓰기 시작해 올해 5월부터 브런치를 연재하기 시작했다. 거의 6개월간 틈틈이 시간 나는 대로 써왔던 글을 브런치에 전부 업로드했다. 구독자도 꽤 많이 늘었고, 브런치 메인에 또는 다음 메인에 글이 실리기도 하면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내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대충 내가 지금까지 써온 글을 다 공개하고 나니 이제부터 어떤 글을 써야 할지 솔직히 막막했다. 이쯤 되면 출판사에서 한 번쯤 연락이 오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을 하긴 하지만 이건 마치 회사에서 나를 스카우트하는 느낌이기 때문에 결코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린 보통 회사에 입사지원서를 내지 회사가 나를 선택하는 일은 웬만해선 잘 없기 때문에 이를 잘 알고 있는 나는 이제 출판사를 물색하기 시작한다.     


며칠간 기획서를 작성하느라 브런치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이 사람은 어떻게 책을 냈을까? 그렇게 여러 곳을 방문하며 글을 읽어 보면서 내가 쓴 기획서와 비교하고 그렇게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고치고 또 고치며 조금씩 완성해 나갔다. 사실 완벽의 기준은 없다. 내가 생각할 때 완벽하다 싶으면 된 거다. 그리고 난 완벽주의자도 아니다. 하지만 아무리 고치고 고쳐도 만족스럽지가 않았다. 과연 이걸 보고 편집자가 나를 선택해 줄까? 같은 걱정이 스멀스멀 올라와 도무지 자신감이 생기지 않았다. 지금까지 살아오며 몸에 베인 실패의 DNA들이 나에게 말한다.     


“야 네가 쓴 거 진짜 별로야 누가 이런 글 읽어 보겠냐? 아무도 안 봐.”     


마치 악마가 내 머릿속에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렇게 하루 이틀 시간만 지나고 이제 더 이상 고칠 것이 없는 기획서를 붙잡고 오탈자나 신경 쓰고 있는 내 모습이 한심했다. 내가 원래 이렇게 자신감이 없는 사람이었나? 원래 이렇게 소심한 성격이었나? 나름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사람이었는데 어쩌다가 이렇게 쫄보가 되었나 싶었다. 나는 원래 어떤 사람이었지? 급기야 자기 성찰의 영역으로 흘러들어 가게 되었다.     


나는 원래 어떤 사람이었을까? 한때는 도전적이고 진취적인 사람이었다. 누구도 잘 가지 않는 남미라는 대륙을 홀로 여행하며, 세상을 누비며 다녔을 만큼 겁이 없었다. 하면 된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엄마 밑에서 자라 늘 자신감이 있었다. 어딜 가도 졸지 않았다. 그런 내가 여행을 다녀오고 나서 혼자 서울로 상경하고 난 후로 급격히 바뀐 것 같다. 미국에서도 호주에서도 남미에서도 전 세계 어디에 있어도 잘 살아남았던 나인데 이곳 서울은 정말 나에게 너무나 살기 힘든 곳이었던 것이다. 사실은 지금도 꾸역꾸역 버티고 있는 중이다. 살고 있는 게 아니라 버티고만 있다. 언제 팔에 힘이 풀려 나락으로 떨어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서울에 올라온 후 늘 실패를 겪어왔다. 취업에 실패했고, 창업에 실패했으며 여행 에세이를 출간하겠다는 것도 실패했다. 심지어 다니던 회사에서까지 잘렸다. 늘 실패의 연속이었다. 성공은 실패의 어머니라고 했던가. 실패가 없으면 성공도 없다고 한다. 그렇게 실패는 어쩌면 누구나 하는 것이고 당연한 것이다. 나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계속된 실패는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들고, 사람을 부정적으로 만든다는 것을 나를 통해 알게 되었다.     


난 원래 긍정적인 사람이다. 낙천적이고 천하태평이고 스트레스에 그렇게 예민한 성격이 아니다. 그랬던 내가 요즘은 성공해서 잘되는 일보다 실패를 했을 때를 먼저 떠올리게 된다. 행복한 것보다 차라리 불행한 게 더 좋다고까지 생각을 한다. 왜냐면 행복하면 그다음은 더 나은 행복이 아니라 불행이 찾아올 테니까 말이다. 물론 더 나은 행복이 찾아올지도 모르지만 그런 경우는 잘 보지 못했다. 그래서 애써 희망 고문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행여나 잘된다 해도 그것은 영원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또 어디서 불행의 먹구름이 몰려올지 모르는 일이기 때문에 온전히 그 행복을 만끽할 자신이 없다. 불교에선 생은 苦라고 한다. 그만큼 산다는 건 고통스러운 것이다. 열 가지 중에 고통이 아홉이라면 행복이 나머지 하나일 것이다. 그래서 어쩌면 실패를 하는 건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다. 어차피 삶이 고통이라면 말이다.     


연속된 실패는 나를 자기 방어적으로 만든다. 무엇을 도전하기 앞서 실패했을 때 따라오는 고통을 먼저 생각한다. 그래서 애써 부정적인 ‘척’을 한다. 괜히 했다가 잘 안되면 또 실망할 까 봐 도전조차 하지 못하게 만든다. 해서 안 될 빠엔 아예 시도조차 하지 못하게 한다. 어차피 해도 안될 게 뻔하다고 생각해 버린다. 그래서 그럴까. 난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로또를 사 본 적이 없다. 그리고 도박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그런 불확실한 것에 기대하는 일을 애초에 만들지 않는 것이 습관이 되어 버린 건지도 모른다. 이렇게 자기 연민에 빠져있고, 자기 방어적으로 변한 내가 너무 불쌍하게 느껴지는가? 사실 나만 그런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난 아마 너무 억울해서 이 세상에 없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나뿐만 아니라 사람들은 모두 다 자기 방어적이다. 상처 받기 싫기 때문이고, 실패하기 싫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도전을 하고 용기를 내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그런 싫은 것들을 뚫고 나와한 발을 내딛는 멋진 사람들인 것이다. 비록 실패를 할지라도 상처를 받을 지라도 말이다. 사실 오늘 출판사 한 곳에 투고를 했다. 나도 한 발을 땐 것이다. 하지만 지금도 생각하고 있는 것은 돼도 그만 안 돼도 그만이다. 그냥 그렇게 생각하는 게 나에게 더 좋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너무 간절하면 오히려 잘 안되더라는 걸 경험으로 체득한 걸지도 모르겠다. 되면 좋고 아니면 말고 그렇게 나를 또 방어한다. 행여나 내가 잘된다 해도 결코 자만하거나 내가 잘나서 그렇게 된 게 아니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그 성공 또한 결코 영원하지 않다는 것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들뜨거나 하지 않을 것이다. 뭔가 웃기다. 마치 그렇게 될 것처럼 말하는 내가 말이다.      


어쨌든 글을 썼으니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 보고는 싶다. 출판사에서 원하지 않으면 그냥 내가 하나 만들지 뭐 그게 그리 어려운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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