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유통기한이 다했을 때
넌 나에게 '너를 사랑할 권리'를 줬다. 그날부터 내 세상은 그 권리를 지키기 위한 고군분투의 연속이었다.
기쁘기도 했지만 때로는 슬펐고, 사실 '이게 맞나' 싶은 의문도 늘 따라다녔다.
난 네가 준 그 특별한 권리를 잃고 싶지 않아서 때로는 매달리고, 때로는 네 비위를 맞추며 참 애를 많이 썼던 것 같다. 그게 내 삶을 지탱하는 유일한 힘이라고 믿었으니까.
내가 더 많이 이해하고 품어줄수록 네가 안심하는 걸 보며, 나는 거기서 내가 살아있다는 보람을 찾았다.
하지만 그 찬란해 보이던 마음 밑바닥에선 아주 오래전부터 고통스러운 질문 하나가 싹트고 있었다.
'나는 너를 진짜 사랑하는 걸까, 아니면 사랑해야만 한다고 스스로를 세뇌하는 걸까.'
언제부턴가 넌 자꾸 '자유'를 말하기 시작했다. 예전엔 나만 찾고 사소한 고민까지 다 털어놓더니, 이제는 나를 혼자 두는 걸 당연하게 여기더라.
함께 지루한 밤을 지새우며 네 눈동자 속에 서린 갈망을 봤다.
나한테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마음, 그러면서도 모든 책임을 나한테 떠넘기려는 듯한 원망.
네가 나에게 사랑할 권리를 줬던 것처럼, 그걸 언제든 뺏어갈 권리도 너한테 있다는 걸 깨달았을 때 두려웠다.
하지만 내가 안정감이라고 믿었던 건 사실 지독한 '익숙함'이었고, 행복이라 생각했던 건 그냥 내가 짊어진 '책임감'일 뿐이었다는 걸 이제야 알 것 같다.
나는 사랑이 아니라 의무에 집착하며 내 권리를 뺏기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고 있었다.
우리는 새로운 추억을 만들기보다, 예전의 좋았던 기억들을 억지로 지키려는 파수꾼처럼 서로를 갉아먹고 있었다.
내가 지키려 했던 그 권리의 유통기한은 딱 여기까지였다.
너를 사랑할 권리를 특권이라 믿고 그 권리를 지키기 위해 애원하고 회유했던 시간들을 후회한다.
내 이해심이 너를 안심시키는 동안 나는 조금씩 증발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