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이 되버린 이별
우리 관계는 언제부터인가 행복을 목적으로 하지 않게 되었다.
너는 더 이상 우리 사이의 문제를 해결하거나 더 나은 내일을 꿈꿀 의지가 없어 보인다.
그저 습관처럼, 아주 가벼운 일상의 인사라도 되는 양 '헤어지자'는 말을 내뱉곤 한다.
그 말은 예전처럼 내 가슴을 무너뜨리는 날카로운 칼날이 아니라,
이제는 영혼 속으로 스며들어 온몸을 아프게 만드는 둔탁한 독이 되었다.
"어디까지 가보려는 걸까"
나의 질문은 허공에서 흩어지고,
우리는 똑같이 상처를 주고받는 비극적인 날들을 반복하며 서로의 영혼을 도려내고 있다.
네가 내뱉고 내가 억지로 삼켜내야 했던 그 수많은 말은 이제 내 안에서 소화되지 못한 채 역겨운 신물이 되어 올라온다.
사랑한다는 고백보다 이별하자는 얘기가 더 익숙해진 이 관계의 끝자락에서,
나는 너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막히는 압박감을 느낀다.
이제는 너의 얼굴을 마주하는 것조차 참을 수 없을 만큼 괴롭다. 한때는 애틋함이었을 미련이 이제는 우리 사이를 짓누르는 거대한 바위가 되어, 가슴 한복판에 지독한 체증을 남기고 말았다.
우리가 서로에게 던진 말들은 시간 속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토해낸 말들은 공기 중에 흩어지는 대신 서로의 가슴에 깊고 쓰라린 흔적을 남기고, 차마 내뱉지 못해 안으로 삭인 말들은 고름이 되어 마음을 썩게 만든다.
아프면 끝내야 한다는 것, 건강하지 못한 이 인연의 끈을 오늘이라도 당장 놓아버리면 그만이라는 사실을 머리로는 수천 번도 더 되뇌었다.
하지만 그 '놓아버림'조차 마음대로 되지 않을 만큼, 우리는 서로의 불행에 깊이 중독되어 버린 것일까.
이별이 습관이 된 자리에는 존중도, 설렘도 남아있지 않는다.
오로지 누가 더 깊은 상처를 내는지 겨루는 듯한 피로감만이 가득할 뿐이다.
나는 오늘도 너라는 이름의 지독한 체증을 앓으며, 서서히 색이 바래져 가는 우리의 마지막을 무력하게 지켜보고 있다.
이제는 어떤 질문도 하지 않기로 한다.
삼켜낸 말들이 내 안에서 서서히 가라앉을 때까지,
나는 그저 이 지독한 체증을 견디며 너를 가만히 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