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영 님의 <비전공자를 위한 이해할 수 있는 IT 지식>을 읽고
올해 초부터 개발자 채용 프로세스 운영에 인볼브 되면서, 개발 직무에 관해 이야기를 나눌 일들이 늘어났다. 주로 다이렉트 소싱을 통해 포지션을 제안한 개발자분과 커피챗을 한다든지, 우리 회사의 테크 리드분들과 채용 방향에 대해 이야기한다든지, 개발 직무 트렌드에 대해 주변 분들과 공유한다든지 하는 일들이었다.
그래서 관련 콘텐츠들을 보기도 하고, 뉴스 기사들을 틈틈이 살피기도 했지만, 개발 직무에 대해 개괄적으로 이해하기에는 조금 부족하다는 느낌을 자주 받았다.
그래서 이전부터 읽어야겠다고 다짐하면서도 차일피일 미루며 읽지 못했던 <비전공자를 위한 이해할 수 있는 IT 지식>을 읽어보게 되었다. (회사에 도서 신청을 해서 읽을 수도 있었겠지만, 내 돈으로 사야 읽을 것 같아서 사서 읽었다.)
IT 세계를 여행한다면, 안주머니에 넣어갈 법한 책
사실 이 책은 출시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부터 소위 말하는 ‘테크 리크루터 필독서’로 사랑받아 온 책이다. 링크드인에서도 개발자 채용을 처음 접해보는 사람이라면 꼭 이 책을 읽어볼 것을 추천하는 게시물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었다.
기본적으로 이 책은 비유와 사례가 상당히 좋다. 클라이언트와 서버를 식당의 손님과 종업원에 비유하고, 프레임워크를 프랜차이즈 음식점에 비유하는 등 비전공자를 이해시키기 위해 굉장히 쉽고 적절한 비유들을 많이 사용한다. 개발자들의 언어를 비개발자들이 들었을 때의 상황을 잘 녹여낸 사례들도 내게는 참고가 많이 됐다.
무엇보다 이 책의 가장 좋았던 부분은 마지막 장인 '정리' 챕터를 통해 책의 전체적인 흐름을 한 번 더 정리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중간에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해당 챕터로 돌아가서 다시 읽어보라는 저자의 당부를 시작으로 마지막 장을 읽어 내려가다 보면, ‘아, IT 직군 세계는 이렇게 돌아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며 옛날에 프랑스 파리로 처음 여행을 가게 되었을 때 큰맘 먹고 산 작은 가이드북이 생각났다. 파리 여행을 하는 내내, 숙소를 나설 때부터 돌아올 때까지 그 가이드북을 안주머니에 넣어놓고 간간이 펼쳐보고는 했다. IT 직군 세계를 처음 여행하는 사람에겐 이 책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이걸로 테크 관련 공부를 끝낼 건 아니니까
그래서 누가 "그럼 이 책의 IT 지식을 정말 다 이해하셨나요?"하고 묻는다면 자신 있게 그렇다고 대답하긴 조금 어려울 것 같다. 내가 파리 여행 때 산 가이드북을 모두 독파했다고 해서, 파리 여행에 대해 모두 이해했다고 대답하긴 좀 그런 것과 마찬가지다.
이 책을 통해 IT 산업의 전체적인 큰 그림을 그려봤다면, 이제는 세세한 부분까지 들여다봐야 할 차례다. 세세한 부분을 들여다보는 여정 중에도 아마 이 책을 가끔씩은 들춰보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