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들의 축제에 숨어 들어간 HRer 이야기
8월 15일, 인프런에서 주최한 개발자 컨퍼런스 인프콘 INFCON 2023에 다녀왔다.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리는 컨퍼런스다.
작년에는 무료로 진행했다가 이번에는 참가비 19,800원을 내는 방식으로 바뀌었는데, 그럼에도 8700명이 넘는 인원이 신청을 했다고 한다.
추첨 방식이어서 큰 기대 없이 신청을 했는데 운이 좋게도 참가자로 선정되어서 다녀올 수 있게 됐다. '개발자가 아니어도 이 컨퍼런스를 즐길 수 있을까?'에 대해 많이 고민했지만, 분명 배우는 게 많을 거라는 생각에 참여하는 것으로 마음을 굳혔다
다만 굿즈는 거들뿐
9시부터 등록이 가능하다고 해서 9시 반쯤 도착해 티켓 등록을 하고 이름표와 함께 여러 기념품을 받았다.
들어가자마자 인프콘 2023을 배경으로 한 포토부스가 있어서 혼자서 꿋꿋하게 사진을 찍었다. 엄청 오픈된 공간에 있어서 보는 눈이 많아 다들 많이 할까 싶었는데, 나처럼 혼자서 찍는 분들도 꽤 많이 계셨다. 요새 길거리에 포토부스가 워낙 많기도 하고, 그만큼 또 많이 찍기도 하다 보니 포토부스 자체에 친숙해진 게 아닌가 싶다.
이번 인프콘은 총 16개의 파트너사가 참여했고, 그중 13개 기업이 부스를 운영했다. 워낙 사람이 많아 모든 부스를 둘러보진 못했지만, 그래도 대부분의 부스를 둘러봤고 굿즈들도 받을 수 있었다.
굿즈를 받을 수 있는 조건은 대부분 인재풀 등록이었다. 이런 대형 컨퍼런스, 그것도 개발자라는 특정 직군이 모이는 컨퍼런스의 파트너사가 되었을 때 최대 베네핏 중 하나는 역시 '우리 힘만으로는 찾을 수 없는 잠재적 후보자들을 만나고, 그들의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채용에 적극적인 회사라면 여러 플랫폼을 통해 서칭을 진행할 테지만, 아무리 좋은 사람이라도 그 사람이 프로필을 등록해놓지 않으면 우리는 영원히 그 사람의 존재를 알 수 없다. 더군다나 그런 사람의 연락처를 얻어 컨택한다는 것은 서칭보다 더 어려운 일일 수 있다. 보통 인재풀을 등록할 때에는 이름과 연락처뿐만 아니라 관심 있는 직군, 기술 스택, 간단한 이력 등의 정보를 추가로 수집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의 현재 상황에 보다 fit한 인원에게만 추가로 컨택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후보자들 역시 인재풀 등록을 통해 이 회사에 대한 관심을 어필할 수 있기 때문에, 어떤 의미에서는 치열한 구인구직의 현장이라고 할 수 있다.
개발자들의 생각 엿보기
총 다섯 개의 세션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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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에 대해 딥 다이브 하는 듯한 세션들도 많이 보이긴 했지만, 내가 이해할 수 있을 리가 만무하다는 생각에 HR의 업무에 적용할 수 있겠다 싶은 세션들을 골라 들었다.
들으면서 느꼈던 건, 당연한 얘기일 수도 있겠지만 개발자들 역시 여느 직무라면 하고 있는 고민을 비슷하게 하고 있다는 걸 느꼈다. 어떻게 하면 좋은 사람들과 함께 일할 수 있을지, 그리고 나 스스로도 어떻게 좋은 동료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해 다들 많은 고민들을 하는 듯했다. 세션에서 들은 내용을 종합해 보면 결국 "모든 고민에 대한 해결은 나, 그리고 나 외의 모든 것들을 이해하려는 노력에서 출발한다."로 압축 가능하지 않나 싶다.
스태프 분들의 노력이 특히 빛났던 시간
이번 인프콘은 행사 후반부에 네트워킹 시간이 따로 마련되었다. 기업 파트너들과의 커피챗뿐만 아니라, 참석자들, 세션 발표자들까지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였다.
스티커를 통해 이름표를 꾸밀 수 있었다. 돌아다니면서 살펴보니 알파벳으로 MBTI를 만들거나, BACK(백엔드), FRONT(프론트엔드) 등 직무를 쓰시기도 했고, "구직중", "채용중" 같은 스티커를 붙이기도 했다. 나는 회사 이름이랑 "채용중"을 붙이고 다녔다.
테이블마다 네트워킹 팁을 비치해 둔 모습에서 세심함이 느껴졌다. 그리고 스태프분들께서 네트워킹이 잘 이루어질 수 있도록 계속 돌아다니면서 혼자서 헤매고 있는 사람들에게 말도 걸어주고, 그룹에다가 넣어주기도 했다. 덕분에 혼자 갔지만 여러 개발자분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고, 운 좋게 내가 들었던 세션의 발표자분과도 이야기도 나누고 명함도 교환할 수 있었다.
행사 클로징에서 인프콘과 관련된 많은 숫자들을 보여줬다. 얼마나 오랜 기간 준비했는지, 이를 위해 얼마나 숱한 회의가 이루어지고 많은 메일들이 오갔는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행사에 인볼브 되어 있는지 등을 느낄 수 있었다. 인프콘을 준비하신 모든 분들께 진심 어린 박수를 보내고 싶다. 논외이지만 혹시 나도 무언가 회고할 일이 있다면, 이렇게 수치로 회고해 보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무래도 인프런이 자바 강의로 유명한 플랫폼이기도 하고, 우리나라 빅테크 기업들은 대부분 자바를 기술 스택으로 가지고 있다 보니 네트워킹장에서 만난 백엔드 개발자들은 확실히 자바 개발자가 많았다. 파이썬을 쓰는 회사에 다니는 사람으로서 조금 아쉬웠다.
네트워킹장에서 인프랩의 이동욱 CTO님도 뵐 수 있었다. 브런치 글로도 쓸 정도로 유튜브 EO 채널의 <워키토키> 때부터 관심 있게 봤던 분이었고, 이번 인프콘에서 인프런의 비전에 대해 설명해 주신 내용도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서 수줍게 명함도 드리고, 사진도 한 장 요청했다. 언젠가 따로 네트워킹할 일이 생기게 된다면 좀 더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