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개 이상의 통계와 함께 마켓스플래쉬가 제시하는 인사이트들
HR을 세분화했을 때, 단연 채용은 그중 가장 빠르게 변화하는 분야다. 기업과 구직자의 니즈가 바뀌면, 채용 역시 그에 맞게 빠르게 변화하게 된다. 팬데믹 이후 갑작스럽게 늘어난 IT 관련 수요에 맞춰 테크 리크루팅(Tech Recruiting)이 각광받았고, 후보자 경험(Candidate Experience)의 중요성이 대두되며 많은 회사들에서 채용 브랜딩을 강화하는 전략을 취하기도 했다. 사회 흐름에 주목하고 기민하게 대응하는 것이 리크루터의 역량이자 소양이 된 것이다.
이때 해외의 채용 트렌드를 살펴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최근 누틸드처럼 해외의 아티클이나 보고서를 정리해 주는 크리에이터들도 많지만, 이번에는 내가 직접 시도해 보기로 했다. 경영전략, 디지털 마케팅 등 폭넓은 분야에서의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콘텐츠 기업 마켓스플래쉬(Marketsplash)의 <300+ Recruitment Statistics You Must Read: Trends, Problems and Strategies>를 번역하면서 국내에서도 유의미하다고 느껴지는 트렌드를 정리해 보았다.
채용의 질을 올리기 위한 채용 담당자들의 분투
지금의 채용 트렌드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친 현상은 바로 코로나19 팬데믹이다. 78%의 기업이 채용 규모를 변경하였는데, 이중 대부분이 채용을 동결하거나 속도를 늦췄다. 단기 해고율은 12.8% 증가하였지만, 신규 채용자는 단 3.8%로 10명의 해고자 당 3명의 신규 채용자만이 발생한 셈이다. 98% 이상의 기업이 코로나19로 채용 업무에 차질이 생겼다고 응답할 정도로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에 대응하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러한 상황은 채용의 질에 대한 관심도로 이어진다. 많은 사람을 채용하는 대신, 적합한 사람을 채용해서 채용의 질을 높이는 것(Enhancing the quality of recruits)이 채용 담당자들의 최우선 과제가 된 것이다. 최고의 인재를 유치하기 위한 기업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기 시작했고, 채용에 있어 신중해지면서 포지션을 열고 닫지 못하는 채용 장기화 현상이 발생하게 됐다.
오픈된 포지션들이 평균 28.1일 동안 미충원 상태로 남아있고, 채용 담당자의 45%는 자격을 갖춘 인재가 부족해 꼭 필요한 자리를 채우지 못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뿐만 아니라, 채용 담당자의 81%가 지난 1년간 최고 인재를 유치하는 것이 더 어려워졌다고 응답할 정도로 채용의 난이도는 점점 심화되고 있다.
지원하기 전에 두드리기
적합하면서도 뛰어난 인재를 찾는 게 어려운 건 사실 당연한 일이다. 많은 회사에서 원하는 인재는 대부분 이미 취업을 한 상태 거나, 그 회사에서 충분한 보상과 인정을 받고 있어 이직에 대한 니즈가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가장 적합한 후보자들의 86%가 이미 취업해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이들은 이른바 소극적 구직자*로, 이제는 전체 지원자의 73%를 차지할 정도로 지원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 소극적 구직자: 현재 일을 하고 있고 당장 이직의 의사는 없지만, 좋은 제안을 받게 된다면 이직을 고려해볼 수 있는 후보자.
소극적 구직자들은 당장의 이직 의사가 없기 때문에 채용 프로세스에 인입시키기는 어려운 반면, 채용 프로세스에서 이탈하기는 쉽다. 적합한 후보자들을 찾기 위해 채용 담당자들은 평균적으로 근무시간의 3분의 1을 후보자들을 찾는 데 쓰고 있지만, 그렇게 인입된 입사 지원자 중 60%는 지원기간이 길고 복잡하다는 이유로 채용 프로세스를 중도에 그만두고 만다. 지속적으로 긍정적인 지원자 경험을 제공하고, 채용 절차를 간소화해서 후보자들이 이탈하지 않도록 하는 채용 담당자의 역할이 점점 더 중요해지는 이유다.
저비용 고효율의 국면으로 접어드는 채용
채용의 난이도가 올라가고, 투입되는 리소스가 증가하는 만큼 채용에 필요한 지출 역시 늘어날 전망이다. 인사 결정권자의 54%는 다음 해 회사의 채용 지출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고, 실제로 채용 예산을 늘릴 것이라고 응답한 기관은 신규 채용 기술 프로세스(59%), 채용 광고(58%), 신규 채용 담당자 채용(45%) 등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응답했다.
그중에서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채용 비용을 줄이고 성과를 높이기 위해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건 기술과 자동화에 대한 부분이다. 채용 담당자의 68%는 향후 5년간 채용 성과를 높이는 최선의 방법은 채용 기술에 투자하는 것이라고 응답했다. 채용 담당자의 70%는 소싱 자동화가 생산성을 향상시킬 것이라는 것에 동의했고, 채용 담당자의 94%는 채용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것이 채용 프로세스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응답한 걸 감안하면 설득력이 있는 수치다.
채용에 사용되고 있는 대표적인 기술로는 AI와 ATS(Applicant Tracking System, 지원자 관리 시스템)가 있다. 이미 전 세계 기업의 88%가 다양한 HR 프로세스에 AI를 접목하고 있고, 미국 기업의 86%가 채용에 AI를 사용하고 있을 정도로 AI는 보편화되어 있으며, ATS를 사용하는 기업 중 78%는 채용 기술이 채용 프로세스를 그 어느 때보다 쉽게 만들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앞으로도 채용 기술의 고도화에 대해선 많은 관심이 집중되지 않을까 싶다.
지원부터 소셜 미디어까지, 모바일 친화적인 후보자 퍼널 만들기
구직자 관점에서도 기술의 영향력은 확실하다. 데스크탑 중심으로 이루어지던 구직 과정들이 점점 모바일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상당수의 구직자들은 공고를 열람하고, 지원서를 제출하고, 기업에 대한 조사하는 등의 구직 활동을 모바일 기기로 진행하고 있다. 구직자의 89%가 모바일 기기를 구직에 필수적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45%는 하루에 한 번 이상 모바일 기기를 사용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구직자들이 모바일 환경에 익숙해진다는 것은, 채용 역시 모바일의 문법을 따를 필요가 있다는 걸 의미한다. 현재 모바일에서 주류를 이루는 키워드는 “숏폼”과 “소셜 미디어”다. 사람들은 이제 단 몇 초만에 이 콘텐츠를 끝까지 볼지 말지를 결정하고, 검색 엔진이나 게시판 대신 소셜 미디어를 통해 정보를 탐색한다.
이를 위해 기업은 채용 홈페이지와 공고를 만들 때에 있어 모바일 친화적인 환경을 구축하는 데에 집중해야 한다. 호주 대기업의 29%, 홍콩 대기업의 30%, 미국 상위 대학의 32%만이 모바일 최적화된 경력 사이트를 보유하고 있다는 통계를 통해 여전히 기업과 대학이 모바일 중심 주의에 대한 대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고, 입사지원을 위해 모바일 웹사이트를 이용하는 전체 지원자의 10%만이 처음부터 끝까지 직무설명서를 읽었다는 통계를 통해 모바일 중심 시대의 채용 공고는 초반 내용을 통해 후보자를 락인(Lock-in)시킬 수 있어야 한다는 걸 알 수 있다.
채용에 있어서 소셜 미디어의 중요성 역시 크게 대두되고 있다. 구직자의 86%가 구직 시 소셜 미디어를 사용하고 있고, 그중 링크드인(Linkedin)은 약 77%의 구직자가 활용하는 가장 많이 사용되는 채널이다. 이에 맞춰 94%의 채용 담당자가 소셜 미디어를 사용하고 있고, 66%는 소셜 미디어에 공고를 올리고 있으며, 56%는 소셜 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가장 유망한 인재를 발굴한다고 응답한다. 채용 게시판을 통한 인재 발굴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말한 채용 담당자가 37%에 불과했다는 걸로 미루어보아 소셜 미디어 플랫폼은 이미 채용 게시판을 능가하는 채용 채널이 되었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가 걸어가야 하는 길이기에
이 통계들을 종합해 봤을 때, 장기적으로 채용 담당자의 역할은 점점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기술과 자동화가 담당해 주는 부분들도 물론 있겠지만, 기술과 자동화가 담당할 수 없는 휴먼 터치의 영역은 결국 채용 담당자의 일이 될 것이고, 소극적 구직자가 주도권을 잡고 있는 지금의 트렌드가 지속되거나 확대된다면 그 일이 더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쉽지 않은 길처럼 느껴지지만, 그럼에도 채용을 담당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살펴보거나 걸어봐야 하는 길이라는 건 부정하기 어렵다. 빠르게 변하는 시장 앞에서 꿋꿋이 해야 할 일을 하며 나아가는 모든 채용 담당자들을 응원한다.
Marketsplash, <300+ Recruitment Statistics You Must Read: Trends, Problems and Strategies>